(3) 옹진복지재단이 마련해준 유익한 현장 생태학습
올해 초 학교에 예산이 부족하여 작년보다는 아이들이 많은 야외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에 엄마들이 마을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다행히 옹진군 북도면에 주민자치회가 생겨 작년부터 활동이 활발한데, 이장님들이 다리를 놔주시어 예산편성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 예산 편성은 2025년 사업 예산을 정하는 일이라 올해는 예산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막막하기만했다. 장봉분교 꼬마 어벤져스들이 마지막 일년을 보다 재미있고 의미있게 장봉에서 지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과 옹진군청, 엄마들은 자녀교육을 위한 간절한 바램을 여기저기에서 소문을 내었다. 이에 옹진복지재단에서 아동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해 준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환경 전문가들이 섬으로 찾아와 하루 2시간씩 다양한 생태학습을 진행해 준다는 것이다.
방학과 추석 연휴로 아이들이 주말에 모이기가 쉽지 않아 일정 조율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생태학습에 총 5번을 만나 자연을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을 통해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도 자연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생태학습은 8월 31일에 시작해 10월 26일까지 진행됐다. 중간 중간 날씨, 연휴, 결항 때문에 변수도 많았다. 참여 가족이 5회 학습에 모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정말 멋지고 유익한 활동이었다.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던 늦더위 속에 우리는 갯벌 주변을 먼저 관찰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갯벌, 강구지 해변이다. 강구지라는 말이 바다의 바퀴벌레라는 말도 처음 알았고 그 강구지 해변이 강구지 해변이 된 이유도 그날 알았다. 그 해변에는 갯강구가 진짜 많기 때문이다.
강구지 해변을 함께 관찰한 선생님은 개체가 다양하고 비교적 개체수가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봐서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으로 보여진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날 고둥의 종류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았고, 바위에 달라붙어 있었던 솔이끼처럼 생긴 보드라운 카펫트 느낌의 무리는 식물이 아니라 대수리라는 고둥의 알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평소에 궁금해도 물어볼 사람이 없었는데 그날 우리는 실컷 묻고 또 물었다.
다음 회기에는 갯벌이 아닌 풀등을 찾아가 보았다. 인천 섬 연안 주변에 발생하는 이 사구는 크고 작게 섬 주변에 생긴다. 장봉도 뱃터 근처에도 작은 사구가 있다. 이 주변엔 낙지도 많이 살고 낚시도 잘 되는 편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우리는 이 작은 사구를 관찰했다. 갯벌 위주인 강구지 해변과는 또 다른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꽤 크기가 큰 게도 발견하고, 바다플라나리아라는 생물도 관찰할 수 있었다. 아주 작고 예쁜 줄무늬꼬마새우며 딱총새우며 다양한 새우를 발견한 것도 흥미로웠다.
갯벌 생태학습을 2회기에 걸쳐 진행한 후에는 두 번에 걸쳐 조류를 관찰하는 활동을 했다. 한번은 바닷가 근처에서 탐조활동을 하고 다른 한번은 우리들이 자주 가는 학교 근처에서 새를 관찰했다. 조용히 하지 않으면 관찰이 어려운 탐조 활동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재잘거렸고 하나라도 아이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인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아빠가 항상 멋있게 찍어주는 부리 끝이 빨간 갈매기는 바로 괭이갈매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어새는 멸종 위기종인데 장봉에서도 많이 관찰된다. 사람들의 노력으로 개체수가 늘어나 유럽에서도 한국으로 저어새를 관찰하러 올 정도라고 하니 사람들의 노력으로 보존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자연에게 조금 덜 미안했다.
아이들이 탐조하면서 배운 가장 큰 배움은 갈매기에게 새우과자를 주면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늘 배를 타고 다니면서 재미삼아 주던 그 새우깡으로 인해 부화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엄마인 나는 이제부터는 멸치를 좀 가지고 다닐 궁리를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바다새를 관찰한 후에는 마을 주변에 있는 새를 관찰하고 새 둥지로 달아 주었다. 생각보다 마을 주변에는 다양한 새들이 살고 있었다. 참새, 때까치, 새매, 큰부리까마귀, 방울새, 직박구리, 곤줄박이, 박새 등을 우리는 학교를 다니며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직박구리라는 새는 원래는 남부권에만 살던 새인데 10년 전 부터는 이렇게 중부권에서도 자리를 잡고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구 열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하신다. 좋아하는 직박구리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반갑지만 지구 열대화는 걱정이 되는 부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숲체험을 통해서는 어마어마한 씨앗의 비밀을 가르쳐 주셨다. 우리몸에도 씨앗이 있다고 설명해 주셨고 모든 생명체는 그 씨가 적절한 때를 만나 태어나고 번식한다고 하셨다. 이어서 씨, 때, 해, 달, 별, 산, 물, 강 등 아주 중요한 것들은 한글자라는 것도 말씀해주셨다. 함께 참여한 어른들은 나 그리고 너 또한 삶을 위해 너무나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생태수업이 아닌 삶을 배운 듯한 이번 5번에 걸친 생태학습은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고, 부모들에게는 이런 생태교육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중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 번 더 상기시켜 주었다. 남은 2학기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동안 우리 아이들 삶도 어른들의 삶도 더 예쁘게 잘 무르익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