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만에 받은 졸업장, 다시 찾은 모교에 기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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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만에 받은 졸업장, 다시 찾은 모교에 기부금
  • 김정형 객원기자
  • 승인 2024.04.19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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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천 유신동문회, 재미사업가 고근백 동문에 졸업장 주선
모교(유신고)에 기부금 증정후 임승규 교장(좌)과 고근백씨 기념사진
모교(유신고)에 기부금 증정후 임승규 교장(좌)과 고근백씨 

 

지난 18일 수원 유신고등학교에 40여년 만에 학교를 찾아간 사람들이 있다. 인천에서 30여년 거주하며 동문회를 하는 유신고 졸업생 모임의 친구들이다그 중에 한사람이 30여년전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수성가한 고근백씨이다.

 

유신고 교내 학생상
유신고 교내 학생상

 

고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세가 기울자 다니던 유신고등학교도 자퇴하고 학업을 포기 하였다. 살기 위하여 막노동판을 전전하였다. 이때 누이가 가족의 돌파구를 찾고자 1977년에 어렵게 도미하였고, 이후 1987년 군에 다녀온 고씨는 중졸의 학력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이때 고씨를 누이가 가족 초청으로 미국으로 불러들였다. 그는 수중에 단돈 20달러를 들고 미국 텍사스주에 도착하였다.

 

유신고 출입구 - 안전한 학교 공모전 작품을 전시 (학교에 기여한 이들의 명패가 뒷벽에 새겨짐)
유신고 출입구 - 안전한 학교 공모전 작품을 전시
(학교에 기여한 이들의 명패가 뒷벽에 새겨짐)

 

미국에서 그는 영어의 부족과 여러가지 불리한 상황에서 닥치는 대로 육체 노동을 하였다. 그래도 고정적으로 시작한 것이 건물 청소이다. 이후 청소하는 미국회사 취직을 한다. 일을 하면 성실하게 끝까지 책임지는 정신으로 일을 하였던 그는 1년 후에는 직접 회사의 본청에서 주문을 받아 일하기 시작했다.

 

야구명문 유신고 상장과 상패
야구명문 유신고 상장과 상패

 

건물 청소일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는 거리의 벼룩시장에 나아가 미용 잡화를 파는 노점 장사를 하였다. 그렇게 7~8년의 세월이 흘렀다. 함께 일하던 동생이 결혼하고 노점에서 판매하던 미용 재료상 비지니스를 전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영어는 쉽지 않았지만 타고난 성실성에 확보한 미용실 단골들이 찾아 주었다.

 

달라스 경찰 자녀에 장학금 선사 기념식
달라스 경찰 자녀에 장학금 선사 기념식

 

그렇게 미국에서 38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사업체도 자리 잡아 이제는 미국에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그는 미국에 도미한 이후 텍사스주 달라스시에서 줄곧 생활하였다. 이제는 달라스시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앞장을 선다. 특히 한국인들이 힘들어할 때 그들을 많이 도와주었다. 최근에는 달라스 경찰 자녀의 장학금을 정기적으로 주어 감사장을 받았다. 달라스 시장에게도 후원금을 주어 시의 재정에도 도움을 주었다.

 

달라스 한인 상공회에서 후원금 증정 후 달라스 시장과 함께. 고근백 (좌)
달라스 한인 상공회에서 후원금 증정 후 달라스시장과 함께한 고근백씨(좌)

 

이렇게 미국에서 자리를 잡아 교민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업가로 성공하였지만, 모교인 유신고등학교의 졸업장이 없는 것이 늘 마음 한편에 아쉬움으로 남았다. 비록 졸업장은 없었지만, 미국 내 유신고 동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고, 어려운 동문들에게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었다.

 

매년 개최하는 인천 동문회 회갑연 모임
매년 개최하는 인천 동문회 회갑연 모임

 

이에 그의 사정을 잘 알며 인천동문회를 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기들이 한마음으로 그의 명예졸업장 수여를 위한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모교에서 그와 동기 동문들의 이러한 바램이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돌아가신 분들에게만 정식으로 수여되던 학교 법규를 바꾸었다. 망자가 아닌 현재 살아있고 어려운 현실로 졸업을 못했지만, 현실을 극복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졸업장을 수여하자는 것이었다.

마침내 2022년 제 48회 졸업식에서 드디어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함께 졸업장을 받는 졸업생들에게도 크나큰 귀감이 되는 졸업식장이었다. 졸업식장에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48년 만에 받는 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선물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일생의 일들을 이야기하였다.

 

졸업식장에서 명예졸업식 연설을 하는 고근백씨
졸업식장에서 명예졸업식 연설을 하는 고근백씨

 

이제 정식으로 유신고등학교 동문의 명예를 가진 그는, 지난 해 개교 반세기를 맞아 후배들을 위한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이날 소정의 기탁금을 전달하였다. 본래 후배 학생들 앞에서 전달식을 하려 했으나 바쁜 일정으로 교장실에서 동문들과 교사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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