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골(율목동)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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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골(율목동)의 가을
  • 김형만 객원기자
  • 승인 2011.10.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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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밤나무골 밤 수확 한마당

인천의 도심에서 밤 수확 행사를 한다. 그것도 중구 율목동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에 밤나무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

지난 1일(토) 오후 1시, '제4회 밤나무골 밤 수확 한마당' 행사가 열리고 있는 율목어린이공원을 찾았다.

율목동주민자치위원회가 주최하고 중구 율목동주민센터가 후원하는 밤나무골 밤 수확 한마당은 율목동 주민들이 펼치는 화합의 무대다. 이날 만큼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율동목이 밤나무골로 불린 유래를 홍보한다. 작지만 지역을 사랑하는 열정이 남다른 주민들이 열어가는 뜻 깊은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김홍복 중구청장, 하승보 중구의회의장, 박상은 국회의원, 한광원 전 국회의원, 안병배, 김정언 시의원, 임관만 중구의회 부의장, 김철홍, 김재기, 최찬홍, 전경희, 김기찬 구의원 전태국 노인회장 등이 참석해 율동목주민들을 격려하며 축하메시지를 전달했다.

이광훈 율목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밤수확 한마당은 주민들이,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마을 행사로 벌써 4회를 맞이하고 있다"면서 "알밤처럼 작지만, 단단하고 때 묻지 않은 밤나무골 주민들만의 잔치로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부대행사로는 밤에 대한 상식 홍보, 서예작품전(율목동청사2층)과 밤따기, 노래자랑, 떡메치기, 사물놀이, 지신밟기, 난타, 베트남 민속춤, 비보이춤 등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또한 먹을거리장터에서는 찐밤, 밤막걸리, 밤설기 등을 판매해 먹는 즐거움을, 직거래장터에서는 율목동과 자매결연한 지역의 산지 햇밤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소박한 행사였지만,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가고 참여하는 행사라 그런지 프로그램마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행사의 격을 높여가고 있었다. 아이들 또한 어른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특히 밤송이 까기는 여러 해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거침 없이 밤송이를 다루며 굵은 알밤을 꺼내 들었고, 댄스경연에서는 숨겨놓은 끼를 아낌 없이 발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율목동의 유래를 보면, '율목동(栗木洞)'이란 동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본디 밤나무가 많은 동네라 해서 '밤나무골' 또는 '율목리'라 불렸다고 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일제는 1914년 정리명(町里名) 확정 때 율목리로 계속 부르다가 1936년 제1차 부역확장 때 율목정으로 개칭하였고 해방 후 동명(洞名)개정시 율목동으로 되었다.

율목동은 일본인 묘지가 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기록에 보면 일본인 묘지는 1884년 중구 경동과 신흥동 사이 작은 구릉지에 형성되었고,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때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또한 지금의 송도중학교 자리에 일본인 절이 있었으며, 신흥동에는 1888년에 만들어진 일본인 화장장과 묘지가 있었다. 화장장은 1902년 율목동으로 옮겼다가 1922년 지금의 인천소방소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매년 행사가 열리고 있는 율목어린이공원은 일본군 무덤이 모여 있던 곳을 정지(整地)하여 만든 율목풀장이 있던 자리다. 율목풀장이 처음 문을 연시기는 1970년대다. 1990년 이후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는 없지만 율목풀장은 그 당시 여름철 피서지이자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송도유원지를 갈 수 없었던 아이들의 여름철 놀이터였다.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무덤과 풀장이 생기면서 주변에 자생하고 있는 밤나무는 모두 베어진 것 같다. 그 후 율목동이란 이름이 무색해질 정도로 밤나무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난 2006년부터 율목동자치위원회가 '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율목어린이공원에 밤나무를 심고 가꿔왔다. 

지금은 50여 그루의 밤나무에 매년 알밤이 열리고 있다. 밤나무가 열매를 내는 계절, 가을이 돌아오면 율목동 주민들은 밤나무골이란 옛 지명을 살려 마을의 번영과 화합을 위한 축제를 열고 있다. 동 이름의 뿌리를 지키고 계승하려는 율목동 주민들의 모습은 어쩌면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아주 쉽게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밤 수확 행사가 율목동을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큰 축제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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