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개발이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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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재개발이 미래세대에 미치는 영향
  • 박병상
  • 승인 2024.01.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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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올겨울에 눈이 잦다. 제설차가 바쁠 정도는 아닌데,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높은 건물이 만든 응달에 높게 쌓인 눈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노인은 주의해야 하는데, 빌딩풍이 걱정이다. 초고층빌딩 사이에 불규칙하게 부는 빌딩풍은 종잡기 어렵다. 바람이 잔잔해도 건물 사이에 들어서면 몸이 휘청일 정도로 강해진다. 겨울철 눈보라가 휩싸이면 젊은이도 감당하기 어렵게 만드는 빌딩풍은 예전에 없었다.

재개발이 한창인 인천에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재개발 마친 뒤, 지금도 막히는 도로 사정이 걱정인데, 빌딩풍도 거세질 것이다. 정부는 30년 미만 아파트라더라도 구조안전진단 없이 재개발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다고 너도나도 재개발에 들어서지 않겠지만, 상업성이 보인다면 여지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큰 인천은 예외가 없을 것 같다. 재개발하면 얼마나 많은 철근 콘크리트가 추가로 필요할까? 규모에 따라 다르겠는데, 헐어내 버리는 콘크리트의 양은 얼마나 될까?

출판사 ‘북저널리즘’은 2019년 《지구에 대한 의무》라는 책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심층 취재한 콘크리트를 주목했다. 생산 과정에서 비슷한 무게의 이산화탄소를 내놓은 시멘트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모래와 자갈과 섞어 콘크리트를 구성하며 일정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지으려면 콘크리트 사이에 철이 들어가는데, 2003년 이후 중국은 미국이 100년 동안 생산한 시멘트를 3년 만에 생산했으며 요즘 세계 수요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중국이 1년 생산하는 시멘트를 영국에 부으면 전국이 베란다처럼 편평해질 거라는데, 그래서 그런가? 중국 대도시의 초고층빌딩 위용은 대단한데, 인천도 만만치 않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 근처에 순환골재를 쌓아놓은 곳이 있다. 말이 순환골재지 건물을 헐어낸 콘크리트 쓰레기 더미로, 겉보기 거대한 산이다. 투기한 생활쓰레기 사이를 덮어 오가는 대형트럭을 위한 길을 다지는 데 사용한다지만 일부일 뿐인데,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순환골재 높이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30년 전후 아파트까지 헐어낸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제도가 순환을 가로막는 격이다. 폐콘크리트를 건축자원으로 활용하기보다 새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편이 이익이 훨씬 크지 않겠는가.

<가디언>은 2019년 중국 시멘트를 주목했지만 2024년 이후 대한민국의 시멘트는 어떨까? 소비량을 단위 면적으로 계산해 비교하면 우리가 중국을 압도하지 않을까? 거주하는 인구가 드문 왕길동까지 고층아파트를 잔뜩 지어놓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며 리조트 운운하는 인천시는 어떨까? 미어터지는 도로를 비웃으며 치솟는 초고층 아파트단지에 들이붓는 콘크리트의 양은 세계 최대가 아닐까? 분양가 경쟁에 어울리는 편의시설을 갖춘다면 입주자가 소비할 에너지도 세계 최대 아닐까?

인천은 갯벌이 드넓은 해안을 잃었다. 태풍이나 높은 파고를 거의 완충하지 못하므로 해안에 화려하게 자리한 초고층빌딩은 위험해졌다. 빌딩풍이 요란한 송도신도시와 청라신도시가 그럴 텐데, 시멘트 사용량으로 인천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인천은 바닷모래도 상당히 잃었다. 쌓인 순환골재를 방치하는 만큼 그 모래는 수도권 콘크리트에 막대하게 들어간다. 그뿐인가? 해운대 모래사장까지 해마다 그 모래로 채운다. 해운대를 둘러싼 초고층빌딩이 바닷바람을 가로막으면서 모래가 유실되는 탓이라는데, 인천 모래가 그 책임을 진다. 인천에 물고기가 희박해진 이유다.

갯벌과 바닷모래를 잃은 인천의 미래세대는 기후위기를 온몸을 맞아야 한다. 30년 전후의 아파트단지가 부서진 자리에 솟은 초고층아파트가 하늘을 가리면 우리 미래세대가 맞을 내일은 파국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직시하는 젊은이에게 어서 결혼해 아이를 낳으라고 성화한들 무슨 소용인가? 세계의 기후학자는 산업화 이후 섭씨 1.5도 이상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인류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2024년에 1.5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상황에서 30년 아파트까지 마구 헐어대면 누가 신바람 낼까?

인천시청 앞에 시계가 있다. 1.5도로 상승할 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시계는 이제 6년도 남지 않았다고 표시한다. 인천시는 최근 태어나는 아이가 18세 될 때까지 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사탕발림이 아니라면 근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6년 뒤 파국을 맞는 상황을 방치하면서 1억 원이 젊은이에게 어떤 희망이 되겠는가? 파국 앞당기는 아파트 재개발은 독배다. 정부는 물론 인천시도 미래세대의 생존에 바탕을 두는 정책으로 한시바삐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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