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보니가 슬프지만 행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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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보니가 슬프지만 행복한 이유
  • 최원영
  • 승인 2024.01.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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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38화

 

 

지난 방송에서 전해드렸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슬퍼할 때 그 사람 곁에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 사람의 문제 모두를 내가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그냥 곁에 있어 줄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니까요. 그때 그 사람은 스스로 문제에서 벗어날 위로와 용기를 얻을 겁니다. 외롭지 않으니까요.

《인생 수업》(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에 나오는 감동적인 슬픈 사연 하나를 전해드리겠습니다.

6세 딸 ‘보니’를 엄마는 이웃집에 맡기고 일을 나갔습니다. 보니가 정원에서 놀고 있을 때 자동차가 보니를 덮쳤습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보니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할 수 없이 보니를 꼭 보듬어 안아주었습니다. 병원에 옮겨진 후에 의사들과 간호사들 모두 보니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보니의 엄마가 도착하니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보니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엄마에게는 그 말이 위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친척에게 전화하려고 공중전화부스로 갔는데 그곳에서 보니를 안아주었던 경찰관을 만났습니다. 그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니가 그때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엄마는 경찰의 그 말을 듣고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딸의 마지막 순간에 비록 낯선 사람으로부터라도 딸이 사랑을 느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엄마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든 삶이든 혹은 죽음의 순간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위안입니다. 함께 있다는 것은 둘이 하나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지인의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이 가는 이유도 그 친구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 ‘네’가 축복받아야 할 자리에 ‘내’가 있고, ‘네’가 두려워하고 있는 그 자리에 ‘내’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사랑입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3분 고전》(박재희)에서 저자는 순망치한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입술(脣)과 이(齒)의 관계처럼 이가 아무리 중요해도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려서 그 기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필요치 않은 존재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이 고사가 나온 시대가 춘추전국시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던 불확실한 시대에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 중 하나는 자신의 주변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상생의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이웃나라와의 상생, 또는 백성과 지도자 사이의 상생, 병사와 장군과의 상생들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난세일수록 결국 상생과 공존이 경쟁력이 되어버린다.

요즘 소통의 부재와 공멸 문제를 많이 지적한다. 노사 간의 소통은 단절되고 가족 간의 소통 역시 단절되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런 난세에도 어려울수록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상생을 추구하는 조직은 살아남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러니 누군가 옆에서 나를 돕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잘할 수 있고 잘 될 수 있었다고 여기면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수 있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외쳐보라.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은 추울 것이다”라고.

저자의 끝말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없으면 내 인생은 추울 것이다.”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행복해집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잘 관계를 잘 맺어서 그 관계가 건강한 입술과 건강한 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지요. 이런 관계가 되면 그때부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될 겁니다.

그런 사람이 여러분과 저에게도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마치 이 세상을 떠나가는 보니를 꼬옥 안아주는 경찰관과 같은 사람 말입니다. 그런 사람을 얻으려면 ‘내’가 당신으로부터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나’는 변화해야 한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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