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내일을 조립하는 숨은 보물섬,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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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내일을 조립하는 숨은 보물섬,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 유광식
  • 승인 2024.01.0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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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유람일기]
(119)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2024ⓒ유광식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2024ⓒ유광식

 

2024년 새해를 맞이했다. 그런데 차분한 분위기에 균열을 일으키며 아찔한 사건들이 나열되는 첫 주였다. 이웃 나라의 지진 피해를 보니 예전의 느긋함은 온데간데없다.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이므로 모든 기관이 탈 없이 움직여야 할 텐데 너무 끔찍할 따름이다. 부디 피해 확산 소식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초미세먼지 악화로 목이 컬컬하기도 했다. 연초에 한 번 쿨럭하는 것으로 사회는 또 한해를 선물 받았다. 다시 넘긴 하얀 도화지! 이 시공간에 적는 계획은 설레기 마련이다. 힘찬 새해 출발을 앞둔 송림동 일대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를 찾았다.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1~2단지 사잇길, 2024ⓒ유광식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1~2단지 사잇길, 2024ⓒ유광식
단지 출입구 중 하나, 2024ⓒ유광식
단지 출입구 중 하나, 2024ⓒ유광식

 

인천 북서권 지역에 거주한다면 동인천 일대로 나오며 종종 지나치는 곳이 있다. 송현・송림동에 걸쳐 있는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다. 이전에도 존재감은 컸지만, 연관 업계에 있지 않은 한 이곳에 방문하는 일 자체가 큰 여행길이다. 센터는 3개 단지로 7만 평(가늠은 안 돼도 넓다는 의미)이 넘는다고 한다. 점포수만 해도 4,500곳이 넘는다. 공교롭게도 개장 시기가 1997년 말이었다. IMF 위기가 겹쳤고 그 여파로 이곳도 처음에는 삐거덕거렸다. 이제 25년이 넘은 단지는 겉으로 보기에 요새 같다. 내부 시설이 좀 낡았을 뿐 옛말에 따르면 ‘동양 최대’ 규모다. 지난 코로나 사태도 무사히(는 아니었겠지만) 견뎌내었다. 매일 새벽 자재를 싣고 곳곳으로 흩어져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발전소처럼 느껴진다. 보이진 않지만, 뜨거운 에너지가 솟구치고 있을 터이다.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건물동(1단지-녹색 마크), 2024ⓒ유광식
인천 산업용품유통센터 건물동(1단지-녹색 마크), 2024ⓒ유광식
베어링 점포(여의주를 구할 수 있을까?), 2024ⓒ유광식
베어링 점포(여의주를 구할 수 있을까?), 2024ⓒ유광식

 

지상에서 점포와 주차장을 번갈아 바라보게 된다. 점포 하나-빈자리 하나-점포 하나-트럭 한 대 순서로 말이다. 지하엔 식당과 주차장이 있다. 서쪽에서부터 1단지~2단지~3단지 순이고 3단지는 철재 단지로, 트레일러가 드나들 정도로 부피도 크고 길도 넓다. 유통센터가 위치하는 동구 자체가 바다와 육상, 공단이 인접해 최적의 조건이다. 또한 인근에 공장과 공구 상가들이 밀집하여 힘을 모아내고 있었다. 몇 동 몇 호 까치가 밖으로 나와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까치설날이 지키는 공휴일 유통센터의 고요한 느낌이 참 좋았다. 적치와 이동이 잠시 멈춘 긴장이 있기도 하거니와 산만하지 않아 보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까치처럼 시끄럽지는 않은데 CCTV 참새가 많아져 다소 거슬렸다. (화재감시 기능이 클 것이다)

 

3단지(청색 마크) 내 철재상가(건물동 옥상도 차량이 다닐 수 있다), 2024ⓒ유광식
3단지(청색 마크) 내 철재상가(건물동 옥상도 차량이 다닐 수 있다), 2024ⓒ유광식
유통센터 전체 안내도, 2024ⓒ유광식
유통센터 전체 안내도, 2024ⓒ유광식
나무 열매를 노리는 까치 한 마리, 2024ⓒ유광식
나무 열매를 노리는 까치 한 마리, 2024ⓒ유광식

 

지하로 내려가 본다. 내려가는 계단이 대학 캠퍼스 못지않은 너비다. 깔끔한 식당들이 모인 이곳은 밖에서는 알 수 없는 감칠맛을 제작하는 지하 공장과도 같다. 휴일이었으나 라면집이 한 곳 열려 있었고, 다음 날을 위해 미리 재료를 손질하는 식당도 있었다. 지하 편익 시설은 이용객과 근무자들이 점심을 이용하는 유통센터 구내식당이다. 크게 한 바퀴 돌아 나오면 다시 훤해진다. 완공 시기에 맞춰 설치된 조각상도 몇 개 살펴볼 수 있었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의지를 담기도 하고, 함께 걷는 표현물도 있고, 작년 말 심은 시장의 기념식수도 마주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유통센터는 지속해서 시설 현대화 및 홍보, 문화 교실 등을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 계단 입구와 고가수조(2단지-분홍 마크), 2024ⓒ유광식
지하 계단 입구와 고가수조(2단지-분홍 마크), 2024ⓒ유광식
지하 식당가, 2024ⓒ김주혜
지하 식당가, 2024ⓒ김주혜
건물동 연결 통로, 2024ⓒ유광식
건물동 연결 통로, 2024ⓒ유광식

 

고양이 뿔 말고는 다 있다던 남대문시장 못지않다. 상주 인원이 18,000여 명이라고 하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은 건 늦잠일 수밖에 없는 휴일 분위기 탓이다. 내게는 동구 안 섬으로 박힌 장소였는데 이번에 천천히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에 어떤 괄목할 만한 형상들이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의 모든 기자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많은 사람에게 보물섬이나 다름없다. 오늘은 휴일이었고, 평일(업무일)이 되면 각자의 보물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방문하며 18,000명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할 것이다.  

 

올해도 희망이 보인다, 2024ⓒ유광식
올해도 희망이 보인다, 2024ⓒ유광식
3단지에 설치된 조형물, 2024ⓒ김주혜
3단지에 설치된 조형물, 2024ⓒ김주혜

 

한편 센터 외곽으로 쉼터 길이 마련되어 있는데 지나치게 방치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 동은 3층 높이로 층고가 높다. 오만가지 점포가 어깨를 붙이고 나란히 위치한다. 트럭 개미들이 열심히 물건을 나르고 내린다. 요즘은 온라인 거래도 있을 것이다. 바퀴만 파는 어느 점포 앞에서는 벌레가 아닌지 생각이 들고, 한때 학은 접어 봤지만 괜스레 용이라도 접을 수 있는 곳은 아닌지 용접공구상 앞에서 멈춰 선다. 유통센터를 거닌 날은 대기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날이었다. 그러나 좋지 않은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듯이 어느 한쪽에 핑계를 만들지 말고 리듬 있게 뛰어나가면 될 일이다. 비상하는 청룡의 자태로 한 해를 또다시 일궈갈 사람들의 에너지가 부글부글한 곳이다. 유통센터가 움찔하면 공단이 돌고 우리 삶이 제조될 것처럼 연결된 한 몸으로 말이다. 

 

용접 공구 입간판, 2024ⓒ유광식
용접 공구 입간판, 2024ⓒ유광식

 

간혹 무심했던 것에 관심이 갈 때가 있다. 살면서 많은 정보를 얻어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을 수밖에 없듯, 잘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성급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을 법한 유통센터도 마찬가지다. 나의 삶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고 넘기다가도 인천을 구성하는 중차대한 장소일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통통 튀는 국내 최대(가 아니어도 좋다) 기자재 단지로 발돋움하길 바란다. 이제 이십 대 중반밖에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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