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인천 정책 기조는 미래세대 생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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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인천 정책 기조는 미래세대 생존으로
  • 박병상
  • 승인 2023.12.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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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경칩은커녕 봄이 멀었던 날, 개구리가 나타나고 몇 가지 봄꽃이 거푸 모습을 드러내 당혹스럽게 만들었는데, 느닷없이 참기 힘든 강추위가 계속되었다. 간간이 핀 꽃은 내년 봄에 다시 나타나겠지만 개구리는 얼어 죽지 않고 동면에 들었을까? 모처럼 겨울답던 추위도 지났다. 동지 지나면서 누그러든다. 곧 ‘갑진년’(甲辰年)이 밝아오겠지.

“청룡의 해”라고 말하는 갑진년은 새로운 시작과 풍요로움을 상징한다고 인터넷에 터 잡은 주술가는 설명한다. 시간에 매듭이 없어도, 숫자가 바뀌는 새해가 다가오면 주술사 아닌 누구라도 긍정적으로 시간을 열고 싶다. 인지상정이라. 늘 그렇듯, 새해 백두의 희망 사항은 다사다난으로 이어지다 얼마 가지 못해 시시해지고, 상처받은 채 저문다. 힘겨운 바통을 새해로 넘긴다.

2023년도 비슷했다. 지혜와 다산의 상징이라던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출산율 최저를 기록하며 저물고 지혜는 실종되었다. 저물어 가는 한 해의 분위기를 사자성어로 전하는 교수들은 2023년을 “자신의 이익만 좇다 여러 사건이 생겨나 사회통합을 방해”한 ‘과이불개’(過而不改)라 정하지 않았나. “희망과 변화를 안겨줄 전망이 풍성”하다는 갑진년의 희망 사항도 얼마 가지 못해 다사다난을 피하지 못하리라.

2023년 마지막 달, 인천의 한 시민단체 주최 강좌에 초청받은 강사는 “인류에게 22세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주장했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인류의 반성 없는 탐욕이 전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22세기 생존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 것이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남극 스웨이츠 빙하를 보자. 대륙에서 떨어지면 요동칠 세계 해수면은 당장 70cm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견한 기상학자는 온난화를 획기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면 그린란드의 빙하가 모두 녹을 금세기 내에 해수면은 7m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올 8월 만조 때 바닷물에 잠긴 인천시 중구 항동7가 도로

 

농경사회에서 용은 비와 무관하지 않은 상징인데, 기후학자는 한반도의 빈번한 홍수를 예견한다. 온난화가 진전될수록 태풍은 잦아지면서 강력해진다. 동태평양 적도의 수온이 상승하는 엘니뇨가 심각해지자 겨울에 접어드는 서태평양의 수온도 예년보다 뜨겁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해졌다는 징후인데, 그래서 그런지 장마철을 연상하게 하는 겨울비가 한반도에 떨어졌다. 반짝 겨울다웠던 추위마저 이변으로 해석하는 기상학자도 있던데, 강추위 뒤에 이어진다는 온화한 겨울 날씨는 어떤 갑진년을 예고하는 걸까?

해안에 초고층빌딩이 경관을 오만하게 독차지하는 인천은 갯벌이라는 천혜의 완충지대를 잃었다. 상승한 해수면이 찰랑일 해안을 거세게 밀어붙일 태풍에서 인천은 절대 자유롭지 않을 텐데, 인천시는 위기로 치닫는 기후변화 시대의 복판에서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을까? 점점 불안해진다. 삽을 뜨지 않은 송도신도시의 초고층빌딩은 105층일지 134층일지 여전히 종잡지 못한다. 매립지가 넘치는 인천은 기후변화에 치명적이다. 해안에서 휘황찬란한 경관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다시 늘어난다고 경고했는데, 코로나19보다 독감 환자가 주위에 넘친다. 의사는 독감의 고통이 코로나19보다 심하다고 풀이하는데, 더욱 최적화되는 백신이 적시에 공급되더라도 감염병은 그치지 않는다. 기후학자는 온난화로 영구동토가 녹으면 대비할 수 없는 바이러스 질병이 코로나19 이상 창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염병 확산은 백신보다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가 완충하는데, 인천은 어떤 준비를 하나?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갯벌을 대부분 메운 인천은 손바닥은커녕 손가락보다 작게 남은 갯벌조차 개발하려고 혈안인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시선으로 인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후손의 누릴 갯벌을 대부분 매립하고 그 자리에 휘황찬란하게 세운 건물, 발전소, 공장마다 온실가스를 거침없이 배출하는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항과 도로를 누비는 자동차를 위한 정책을 미래세대의 생존보다 더욱 가치 있게 다루는 현실이 아닌가. 당장 인천시의 건강을 목전에서 위협하는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규모도 줄이지 못한다.

이제까지 인천의 어떤 정책도 미래세대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솔선한 적 없었다. 위기가 눈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2024년은 반드시 달라야 한다. 미래세대의 생존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현하려 최선을 다해야 옳다. 위기를 맞을 후손을 생각한다면, 의식주의 지속가능성과 생태계의 회복탄력성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갑진년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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