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5 탄소중립은 인천만으로 불가능하다
상태바
2045 탄소중립은 인천만으로 불가능하다
  • 박병상
  • 승인 2023.11.29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겨울로 접어드니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더럽힌다. 서쪽부터 거무튀튀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경기 개최로 중국에서 산업시설의 연료를 제한할 때는 뿌옇지 않으므로. 그렇더라도 중국이 절대적 원인은 아니다. 우리 서해안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마다 적지 않은 초미세먼지를 내보내지 않은가. 한술 더 떠, 올겨울은 엘니뇨현상으로 인한 초미세먼지도 가중된다고 한다. 열대 고기압이 아열대의 먼지를 밀어올릴 것으로 예보한 바 있다.

코로나19에 질려서 그런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나와도 마스크 착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늘이 깨끗하면 좋으련만, 다행인가? 최근 인천시는 ‘2045 인천시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배출하는 만큼 탄소를 줄이겠다는 ‘탄소중립’을 전 정권보다 5년 빠르게 달성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지난 20일, ‘세계 초일류도시 인천’ 비전을 염두에 두고 발전, 산업, 건물, 수송 같은 분야별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내놓았는데, 인천은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살펴보니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로 인해 인천 이외 지역은 큰 고통을 떠안을 게 분명했다.

지난 9월, 기후위기에 저항하는 청년들이 완공 직전인 화력발전소의 시험가동을 막으려 삼척에 모였다. 2050 탄소중립을 약속한 국가임에도 대기업 포스코는 정부 정책을 비웃는 초대형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었고 가동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를 막으려고 시험가동을 위해 석탄을 운반하는 트럭을 고작 2시간 몸으로 막는 데 그쳤지만, 청년의 저항은 의미가 있었다. 화력발전소 폐쇄는커녕 심지어 외국에 신규 화력발전소를 짓는 한국은 ‘기후악당국가’로 세계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는다. 그런 국가의 미래세대가 직접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탄소 배출의 12%를 차지하는 기업이 포항제철이다. 산화철을 탄소로 환원하는 과정에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모기업인 포스코는 탄소를 장차 수소로 바꿔 기후 온난화를 막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철 환원 후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물이 배출되므로 친환경 기업인 듯 포스코는 호들갑스러운 광고부터 선보였다. 하지만 어떤가? 막대한 탄소를 수소가 대신하는 공정이 실용화되는데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할까? 장담할 수 있을까? 전문가는 몹시 회의적이건만 포스코는 김칫국부터 마셨고, 이 땅의 젊은이는 포스코의 기망행위에 항의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2050년 우리나라 탄소중립의 통계는 대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예외로 여기는 걸까?

 

인천시는 지난 8월 30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8차 아태 적응네트워크 포럼' 개회식에서 '2045 탄소중립 비전' 등 인천시의 기후정책을 알렸다.
인천시는 지난 8월 30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8차 아태 적응네트워크 포럼' 개회식에서 '2045 탄소중립 비전' 등 인천시의 기후정책을 알렸다.

 

인천시가 밝힌 주요 탄소중립 전략을 살펴보자. 인천시 온실가스 배출의 거의 60%를 차지하는 발전 분야에서 석탄을 단계적으로 줄여,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무탄소와 더불어 거론한 친환경 연료는 무엇일까? 바이오가스일까? 폐식용유를 정화해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일부에 이용한다면 몰라도, 불가능하다. 교통과 산업 분야의 석유를 바이오가스로 대체하려면 인천 밖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쏟아내야 한다. 광활한 농토에서 사탕수수나 옥수수를 산업적으로 경작, 운송, 가공, 폐기하는 과정에 상상을 초월하는 화석연료를 소비한다. 바이오가스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수소일까? 우주와 바다에 많은 수소는 모을 수 없다. 막대한 수소를 어떻게 챙기겠다는 건가? 액화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법은 의미 없다. 석탄 못지않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뿐 아니라 주위를 위험하게 하는 일산화탄소도 적지 않게 나온다. 수소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탄소 포집’ 기술로 처리하겠다지만, 공허하다. 기술이 현재 없을뿐더러 막대하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영원히 안전하게 격리할 기술은 확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화력발전에 암모니아를 석탄과 섞어 태운다는 주장이 나온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다소 줄겠지만, 막대한 암모니아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해 가져올 것인가? 암모니아 제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눈 여길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시가 제시한 스마트그린산단은 효과 있지만, 미미하다. 독일에 보편적인 제로 에너지빌딩은 의미 있지만, 인천은 이제껏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시행하겠다는 다짐인가?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 일회용품 규제는 일상적인 환경정책이다. 갑자기 탄소중립 정책이라고 주장하기 민망하다. 환경단체마다 누차 강조했던 도시 숲 조성, 도시 텃밭 확대, 바다 숲 조성, 갯벌 보전 계획은 말보다 실천이 급하다.

문제는 탄소중립의 시공간이다. 온실가스는 발생하는 지역에 머물지 않지 않은가? 지역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미칠 영향까지 살펴야만 한다. 다른 지역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덕분에 인천 탄소중립의 통계를 만족시킬지 모르지만,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인천시민과 미래세대의 고통을 전혀 완화하지 못할 따름이다.

지난 6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서 인천시장은 친환경 계획을 대외적으로 자랑했다. “생물다양성 보고인 바다와 갯벌을 비롯해 소중하고 거대한 백령도와 대청도의 지질공원을 보유한” 인천을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를 위해 “높은 빌딩이나 첨단산업만으로 이뤄지지 않고 친환경이면서 환경보호를 넘어 자연환경 재생산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공직자는 물론이고 시민도 귀담아듣고 행동으로 옮길 정책 약속이 아닐 수 없다. 2045년 탄소중립은 말보다 실천으로 이행해야 한다. 남은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천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인천시는 미래세대의 기준에서 살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