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유연화...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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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유연화... 필요한 것일까?
  • 허진구
  • 승인 2023.11.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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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칼럼]
허진구 / 노무사, 민주노총인천본부 부평노동법률상담소

 

지난 13일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한 ‘주 69시간제’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놨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고 실시한 설문조사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의 해석은 다르다. 경영계 일각에선는 이번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가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긍적적인 의견이 더 많았다고 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설문 조사 결과에 고무되어 주 52시간 상한제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직종에 국한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오히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 지난 3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을때처럼 여전히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고 본다. 또한 설문문항 자체가 정부 정책방향에 맞게 구성되어 있어 설문조사 결과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말 많고 탈도 많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은 현행 1주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단위 등 으로 확대하여 근로시간 유연화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필요한 것일까? 정부와 경영계는 대표적으로 신규인력 유입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 수요가 특정시기에 몰려있는 업종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업무량이 급증하는 미디어나 IT개발업계 등에서 납기일 준수, 시장수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 생산효율성 제고 및 시장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더 탄력적인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개인적⋅금전적인 이유로 추가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고 그들에게 비교적 자유로운 추가 근무 시간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근로시간 유연화를 우리나라에서 실행하기에는 문제점들이 많다.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포괄임금제 실시하고 있는 사업장들이 적지않다. 포괄임금제는 외부에서 근무하는 빈도가 높아 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 내지 사업장에서 연장근로수당 등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워 실제 일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각종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지급하는 임금계약 형태를 의미한다. 사용자들은 유연화를 통해 일은 더 시키면서 추가적인 임금은 지급하지 않는 등으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신고센터’에 제보된 사업장을 기획감독한 결과 포괄임금 도입 사업장 87곳 중 52곳이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64곳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동자들에 대한 장시간 노동과 임금착취를 더 심화 시킬 것이다.

또한 근로시간 유연화는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한 노동에 노출시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유연화는 장시간 노동문제 와 불규칙한 근로시간 문제를 동시가 가져올 수 있다고 하면서 생체리듬의 불균형이나 면역력 저하, 심혈관계 질환과 더불어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부담 또한 커지케 만들어 과로사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질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밖에도 현실적으로 노동부 감독행정의 한계로 인해 법위반 사업장들을 전부 규제하기 어려운 점, 노동자들의 휴일, 휴가 등 휴식권이 온전히 보장되기 어려운 점, 가정에서의 출산과 육아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는 점,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실행하기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점들이 너무도 많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밀어붙이기 보다는 현행 주 52시간 근로시간부터 줄이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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