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있는 남녀의 경제적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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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스템에 갇혀있는 남녀의 경제적 불평등
  • 민정숙
  • 승인 2023.11.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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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으로 가는 길]
(4) 북 리뷰 - ②〈가부장 자본주의〉 - 민정숙 시민작가
인천YWCA와 인천in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성인지 관점의 콘텐츠를 개발해 연재합니다. 인천YWCA 이를위해 지난 3월부터 시민작가단 육성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이번 콘텐츠 기획에는 최종 선정된 6명의 시민작가가 참여하여 성평등과 관련해 ◇벡텔초이스 영화 소개 ◇기관·단체 관계자 인터뷰 ◇컬럼 ◇북 리뷰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열다섯번째 순서는 민정숙 시민작가의 북 리뷰입니다.

 

 

<가부장 자본주의>

폴린 그로장 저, 배세진 역

출판 ; 민음사(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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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경제학상은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도와 임금 차이 이유를 분석한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77·여) 교수가 수상했다. 200년 동안의 자료를 분석하여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설명을 통해 성별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서이다. 한국 저출산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해결하려면 기성세대와 남성 및 기업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 정체성 및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함을 알 수 있다.

<가부장 자본주의>는 오랜 기간 의식을 지배해 온 남성중심적인 가부장제가 자본주의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문화와 제도의 상호작용이 경제발전과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불평등과 경제 분야의 젠더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 호주의 경제학자 폴린 그로장이 쓴 저서이다. 서구에서 1980년대 이후 여성은 교육면에서 남성을 넘어섰지만 불평등이 지속되는 이유를 가부장제문화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도 민주화의 진전과 의식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사회의 각 영역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어 영향을 주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규범은 여성과 남성의 경제적 불평등의 결과물이자 모체이면서 정당화의 기제가 되는데 저자는 이것을 ‘가부장자본주의’라고 부른다. 농경사회에서 잉여 생산을 지키기 위하여 여성을 가정에 유폐하게 되는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가치체계를 만들고 강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가부장자본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위험감수, 폭력, 지배, 정서적 독립성, 일 우선성, 사회적 지위추구 같은 남성성 규범들로 인하여 남성중심의 사회 지배구조가 경제구조에 반영되며 사회적 규범을 강화해 왔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 무한한 자본축적과 성장 패러다임, 여성의 삶을 규정하는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것은 가부장제와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자본 축적이므로 자본주의는 가부장제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권력에 의한 지배와 폭력적인 헤게모니적 남성성에 의해 유지되는 시스템은 지배받는 여성, 자기 자신의 지배에 종속된 남성도 불행하게 하므로 끝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력 피해자의 94%가 남성이며 더 많은 학교폭력을 겪고, 더 일찍 사망하고 더 많이 자살한다고 한다.

저자는 유럽, 미국에서의 양성 불평등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임금격차는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여성의 수입은 남성에 비하여 적다. 정치권, 기업, 공공기관, 문화계 등 각계각층의 영향력 있는 사람의 비율도 여전히 남성이 높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1%로 세계 129위 이며 OECD 평균 33.8%에도 크게 못미친다. 공공기관 4급 이상 여성 임원 비율도 10%대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성평등지수가 낮은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지난 대선에서 정치인들의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이대남 갈라치기 선동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동이다.

여성들이 교육을 통하여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양성의 경제적 불평등은 ‘강한 남성, 나약하고 의존적인 여성’과 같은 전통적인 문화-젠더 정체성과 관련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작동방식과 관계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서지연 검사 미투 폭로로 시작된 성폭력 및 성희롱 문제는 여전히 곳곳에서 계속 발생한다.

최근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여직원을 승진 탈락시킨 사업주에게, 정부가 처음으로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현저히 많이 쓰는 상황에서, 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성차별 요소가 있다고 판단한 조처이다. 한국의 현실의 한 단면이다. 20세기가 되어서야 여성이 공교육 참여의 기회를 갖게 되었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여성의 권리는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공공분야에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평등이 보장되고 있지만 사적 분야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남성중심 관행으로 인한 불평등, 불공정이 계속되고 있다.

가정, 학교, 사회, 종교 등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학습된 규범, 젠더정체성은 ‘정상’인 것으로 교육을 통해 주입되며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미디어, 영화같은 매체에 의해 강화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상과 남성상은 인기의 영향력 때문에 다시 강화된다. 그 결과 젠더고정관념과 규범은 지속되며 환경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진출 기회를 획득하기 전까지 여성은 현모양처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해 왔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기득권을 쉽게 양보하려고 하지 않는다. 새롭게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는 집단이 등장하면 그들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젠더갈등 양상은 세대별로도 인식의 차이가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가부장제는 한국사회에서 고령층일수록, 지방으로 갈수록 아직도 영향력 있다. 성평등교육과 사회분위기 변화로 젊은 세대일수록 사고가 열려있는 점은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있어 앞으로의 긍정적 변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소모적 젠더갈등은 사회발전 저해요인이다. 양성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가부장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개인적이고 집합적인 상상력을 해방시켜 가족 내 관계, 경제 정치 시스템에서의 착취, 서열 없는 상호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가부장 자본주의>는 양성의 경제적 불평등 상황을 젠더-문화규범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어 젠더갈등 해소방안 모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제도, 법 정비도 도움이 되지만 운영하고 실천하는 인간들의 의식, 사고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의 해결방안으로 스스로를 해방하자는 말은 지나친 낙관론적 이상주의 발언으로 보인다. 경제학이 합리적 개인을 전제로 하는 학문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인지체계의 특성상 자신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이므로 집중적인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가부장자본주의로 인한 구조적 성차별이 공고한 현실에서 기업과 정치 분야에서의 여성할당제같은 제도의 시행에는 관련 기관, 단체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갈등을 최소화 하면서 평화적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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