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 속에 머문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 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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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탕 속에 머문 삶에서 벗어나는 방법 1가지
  • 최원영
  • 승인 2023.10.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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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27화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을 거부하고 저항하며 분노하며 사는 게 인간입니다. 여름이 덥다며 날씨를 탓하고 에어컨을 살 수 없는 가난을 탓하는 것도 같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가 자주 반항을 하는 모습을 보며 속상해하는 것 역시 자연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입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운 것이 이치입니다. 그래서 더운 여름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지를 생각하고, 추운 겨울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지를 찾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입니다. 부모에게만 의지했던 어릴 때와 달리 성인으로 가기 전단계인 청소년기에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눈을 뜨게 되고, 이렇게 사회성을 배우면서 아이들은 더 성장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반항하곤 하는 것이지요.

삶은 마치 시계추처럼 냉탕과 온탕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며 이어집니다. 그러나 시계추가 어느 한쪽에 멈춰있다고 해서 그곳에 영원히 머무르지만은 않습니다. 다시 방향을 바꾸는 것이 삶의 시계추입니다. 기쁘다가도 슬퍼지고, 어두웠다가도 밝아지고 하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니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시계추를 보고 원망하고 분노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겠습니까.

이게 삶입니다. 그러니 만약 지금 현실이 힘들다면, 그저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삶의 시계추가 방향을 바꿀 때까지 잘 견뎌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왕 견뎌내야 한다면 그것을 기꺼이 즐겁게 견뎌내야 합니다. 이것이 지혜입니다.

스님들의 선문답을 풀어낸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에 스승인 운문스님과 제자인 동산스님이 나눈 대화가 나옵니다. 스승이 묻습니다.

 

“최근에 어느 곳을 떠나왔는가?”

“사도입니다.”

“여름엔 어디에 있었는가?”

“호남의 보자사에 있었습니다.”

“언제 그곳을 떠났는가?”

“8월 25일에 떠났습니다.”

동산의 이 말에 스승은 언성을 높이며 말했습니다.

“세 차례 후려쳐야겠지만 너를 용서하마.”

다음날 다시 동산은 스승의 처소로 올라가 물었습니다.

“어제 스님께서 세 차례 몽둥이질을 용서하셨지만, 저는 제 잘못이 어디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밥통아! 강서로 호남으로 그런 식으로 돌아다녔던 것이냐?”

 

이때 동산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이 삶의 이치인데, 그걸 모르는 젊은 제자는 ‘온탕’에만 머물러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 항상 행복한 삶이 되기 위한 지혜를 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지혜를 묻는 제자에게 스승은 세 차례나 후려치겠다면서 꾸중을 합니다. 그러나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제자는 당연히 스승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자 스승은 그것을 찾겠다고 여기저기 방황하고 있었던 것이냐고 혼을 낸 것이지요. 그 방황의 원흉은 바로 제자의 마음속에 있는데 그걸 모르고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녔으니 어떻게 찾겠냐고 꾸중하셨던 겁니다.

그 꾸중 끝에 제자인 동산 스님이 그 비밀을 스스로 깨우치게 됐으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깨달았다는 것은 일체의 외적 권위에 좌지우지되어 이끌려 다니는 수동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당당한 주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온탕에 삶이 잠시 머물 때는 온탕을 즐기면 될 것이고, 불편한 냉탕에 머무르면 그 냉탕마저도 받아들이는 삶, 삶의 이런 태도가 주인으로 사는 것이라는 지혜를 간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삶의 시계추가 온탕 쪽으로 움직일 테니까요.

선문답은 이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짧은 공부 탓에 제대로 이해하기가 지금도 어렵습니다. 다음번 글에서는 오늘 소개해드린 책의 저자가 이 선문답을 해석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분의 설명을 들으시면 조금 더 쉽게 이 선문답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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