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하며 살래? 괴로워하며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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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워하며 살래? 괴로워하며 살래?”
  • 최원영
  • 승인 2023.10.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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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25화

 

 

동양철학의 바탕에는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삶의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원리로부터 수많은 학설이 나오고 그 학설이 또 다른 분파로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동양철학의 원리를 다룬 책들을 보면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려워서 읽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원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나에서 둘이 나왔다.’

하나에서 극단적인 둘이 파생되어 나옵니다. ‘하루’라는 하나가 ‘어둠과 밝음’으로 나뉘는 것이 그것입니다. 사람 역시 남자와 여자로 나뉘는 것이 그렇습니다. 회사 구성원이 노동자와 경영자로 나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사랑과 미움도 그렇고, 아군과 적군도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보고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중동지역을 2천 년 이상이나 갈등과 분열의 늪으로 만든 것도 그 뿌리를 보면 배다른 형제들이 세운 나라들 사이의 증오심이 그 원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적대적으로 대하는 나와 너는 원래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하나에서 둘이 나왔기 때문에 서로 다른 둘은 사실 하나였던 겁니다. 이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예쁜 인형이 되어줌으로써 즐거운 놀이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어둠이 있어야 촛불이 보입니다. 밝은 대낮에는 촛불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가 없습니다. 노동자가 있어야 경영자의 존재가 보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같습니다. 둘은 하나이니까요.

이 이치를 받아들이면 조금은 더 여유가 생기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너와 나는 원래 하나다’라는 깨달음 말입니다.

어려운 이치를 매우 쉽게 설명하는 스님으로 유명한 법륜스님의 법문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그가 쓴 《인생 수업》이란 책에서 발견한 아주 명쾌한 삶의 이치가 그동안 답답할 정도로 막혀있던 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젊을 때는 ‘사람은 왜 사는가?’, 중년이 되어서는 ‘사는 게 뭔가, 대체 인생이란 뭔가?’라고 자문한다. 그런데 사실 이 질문에는 답이 없다. 삶이 ‘왜’라는 생각보다 먼저이기 때문이다. 즉 ‘존재’가 ‘사유’보다 먼저 있기 때문이다. 살고 있어 생각이 있는 건데, 왜 사는지를 물으니 답이 나올 수 없는 것 아닌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나 있다. 그런데 ‘왜 내가 한국인이 됐지?’라고 물으니 답이 없는 거다. 자꾸 묻다 보면 ‘이렇게 살아서 뭐해?’라는 생각에 빠질 뿐이다. 이처럼 ‘왜 사는가’를 계속 물으면 자살 같은 부정적 생각으로 흐르기 쉽다. 그래서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스님의 설명 중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 구절에서 더더욱 깊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메뚜기도 살고, 토끼도 살고, 나도 살고, 그도 산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즐겁게 살까? 괴롭게 살까? ‘즐겁게 사는 게 좋다. 그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지?’

이것이 건강한 사고방식이다. 그냥 사는 거다. 때가 되면 모두 죽는다. 삶은 그냥 주어졌고 결국 다 죽는다. 그러므로 주어진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즐거워하며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아주 명쾌한 설명이지요? 의도하지 않은 채로 내가 태어났고, 언젠가는 나도 죽습니다. 그런데 때로는 삶이 너무도 힘듭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게 삶의 실체인 것을요.

그러나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힘든 일 사이사이에는 어김없이 기쁜 일도 존재하니까요. 그러니 낮을 좋아하는 내가 밤이 되면 그저 밤이구나, 하고 밤을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한 삶이지, 밤을 부정하면서 분노를 드러내는 삶은 나를 불행하게 만들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즐거워하며 살까, 아니면 괴로워하며 살까’만 고민하고 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입니다. 가능하면 우리 모두 ‘즐거워하며 살겠다’라는 쪽을 선택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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