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력에 임신·출산·육아가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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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경력에 임신·출산·육아가 미치는 영향
  • 안재연
  • 승인 2023.10.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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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으로 가는 길]
(3) 컬럼 - ① 안재연 시민작가
인천YWCA와 인천in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성인지 관점의 콘텐츠를 개발해 연재합니다. 인천YWCA 이를위해 지난 3월부터 시민작가단 육성사업을 벌여왔습니다. 이번 콘텐츠 기획에는 최종 선정된 6명의 시민작가가 참여하여 성평등과 관련해 ◇벡텔초이스 영화 소개 ◇기관·단체 관계자 인터뷰 ◇컬럼 ◇책 소개를 차례로 연재합니다. 열한번째 순서는 안재연 시민작가의 칼럼 입니다.

 

지난 7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경력보유 여성을 위한 '서울우먼업 페어'를 찾은 참관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있다. (사진은 연합뉴스)
지난 7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경력보유 여성을 위한 '서울우먼업 페어'를 찾은 참관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경력 단절이 아닌 보유 여성으로! 

‘임출육’을 아는가? 임신, 출산, 육아의 줄임말이다. 그럼 임, 출, 육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혹은 경험해 보았는가? 필자는 아이 셋 엄마로 임, 출, 육 유경험자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에너지의 80% 이상을 임, 출, 육에 쏟아부은 지는 10년 차다.

사회의 냉혹한 시선으로, 노동시장의 눈으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경력 단절 10년 차 여성이다. 경단 10년 차는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까? 내일 배움카드를 만들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다고 해도 나이가 너무 들었다. 커피숍에 취업은 할 수 없을 나이가 됐다. 작은 회사의 말단 사원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그 회사의 대리님이 나보다 10살은 어릴 것 같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경력은 진작에 끊겨서 잇기 어렵다. 나이는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겨서 이력서를 내려고 해도 나이 제한에 걸린다.

2023년 4월, 경력 단절 여성을 경력 보유 여성으로 부르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 해당 법안은 명칭을 듣기 좋게만 바꾸는 법안이 아니라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일단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반갑다.

‘임신해서 일 그만둔 건 개인의 문제 아닌가?’ 혹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둔 건 개인의 문제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전하다. 와중에 ‘돌봄 노동’의 공백을 책임지기 위한 여성의 경력 중단이 오롯이 개인이 감내해 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긴 것이니 반갑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우리 사회는 왜 ‘돌봄 노동의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일까?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에는 다른 개인적 이유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자녀의 여부가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걸까? 여가부에서 진행한 “2022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2020.3월 ~ 조사 시점) 일을 그만둔 여성의 65.6%가 30대였다. 긴급한 자녀 돌봄 상황의 대응 방안 부재를 가장 많이 응답했다. 팬데믹이 아니어도 육아에 있어 시간을 가장 많이 써야 하는 건 보통 ‘엄마’ 혹은 ‘엄마의 엄마’, 또는 ‘아빠의 엄마’다. 일하는 가정의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회사를 쉰다. ‘엄마’가 여의찮으면 ‘엄마의 엄마’나 ‘아빠의 엄마’가 쫓아온다.

대부분의 경우 ‘아빠’가 더 멀리 더 높이 승진할 수 있도록 ‘엄마’는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또는 모든 걸 내려놓고 돌봄 노동에 뛰어든다. ‘엄마’라고 돌봄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배워 본 적도 없다. 애를 다 키우고 나면 경력이 (단절도 아니다) 끝장나서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있다.

‘단절’이라는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의미는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경력이 단절된 기간의 육아, 가사, 간병 등 ‘돌봄 노동’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돌봄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사회적 관점의 전환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혼자만 하는 육아’라며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돌봄 노동’을 평가 절하하는 일이 잦다. ‘돌봄 노동’은 딱히 퇴근이 없다는 점. 또 ‘월급’처럼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보상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인정 받지 못한다는 점 등이 여성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여타의 노동 대비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돌봄 노동’도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여성은 메리트가 없다.’라는 노동 시장에서 여성을 향한 냉대를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안정적인 ‘돌봄’은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갈아 넣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엄마’의 절대적 희생에 대한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 주어야 지속해서 ‘엄마’로 살기를 결심하는 여성이 늘어 날 것이다.

또한 ‘돌봄’은 양육에만 제한적이지 않다. 가족 중 아픈 누군가를 간호하는 일도 ‘돌봄’에 해당한다. 일과 돌봄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 필요하다면 가족 중 한 명이 돌봄에 몰입할 수 있는 사회. 돌봄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재취업을 하려고 할 때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 모두의 노동 가치가 평등하게 인정받는 사회로부터 안정적인 돌봄이 나온다.

이 법안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의 가치에 대해 재고할 기회로 삼고 성숙한 의식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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