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알게 되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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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알게 되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 신은주 시민기자
  • 승인 2023.09.2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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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기 시인 초청, 제 144회 배다리 시낭송회 열려

 

제144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9월 23일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금곡동에 위치한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아벨 전시관 2층)’에서 임선기 시인을 초청해서 열렸다.

언어학자이며 번역가이기도 한 임선기 시인은 1968년 인천 창영동에서 태어났고 1994년 『작가세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공식적 작품 발표를 했다.

시집으로 『호주머니 속의 시』 『꽃과 꽃이 흔들린다』 『항구에 내리는 겨울 소식』 『거의 블루』 『피아노로 가는 눈밭』 『꿈속의 나비』(러시아어 번역시선집)를 출간하였다. 번역가로서 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와 프랑스 작가 막상스 페르민의 시적 소설 『눈』 『검은 바이올린』 『꿀벌 키우는 사람』을 번역하였다. 현재 연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임선기 시인은 30년 동안 시를 쓰면서 살아온 시간이 있었기에 보편적인 삶을 살면서도 고유한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들려주었다. 한 편의 시에 담긴 시어들을 오래 오래 바라보고, 시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고 할 때 비로소 시가 열리고 우리는 시의 세계로 들어가서 시를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시를 사랑하면 달라진 삶을 살게 되는데 그것을 종교를 알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것에 비유했다. 시는 삶과 깊은 관계가 있어서 시를 알게 되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고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시인은 보이지 않는 세상을 체험으로 만나고 그것을 시로 들려주는 사람으로 ‘시’에서 주체는 ‘시’임을 강조했다.

언어학자이고 번역가이기도 한 시인은 시와 관련된 번역을 하면서 좋은 시를 한국의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프랑스의 시인 폴 엘뤼아르의 ‘우리가 본질을 말할 때는 많은 말이 필요없다’를 인용하면서 침묵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임선기 시인은 시는 원래 노래였는데 배다리 시낭송회 참석자들이 시를 눈으로 읽지 않고 낭송하는 것을 들으면서 시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고 표현했다.

배다리 시낭송회 참석자들의 연령은 다양하지만 특히 이번 시낭송회에는 청춘 남녀들이 많이 참석했다. 여고 시절에 참석했던 시낭송회를 20대 후반에 다시 찾은 숙녀들은 밝은 얼굴로 시를 읽으면서 추억에 젖기도 했다.

책을 사러 들어왔다가 이층의 다락방으로 올라온 젊은이들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에 감동하면서 정성을 다 하여 시를 낭송하였다. 중학교 제자들을 데리고 헌 책방에 왔다가 시낭송회에 참석한 중학교 교사는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시낭송를 더 많이 하겠다는 다짐을 들려주었다.

오늘도 사람들은 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만나면서 한 뼘 더 성장하는 삶속으로 발을 내밀었다.

2007년 11월부터 시작된 배다리 시낭송회는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가 주최 및 주관하여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시낭송회는 한 권의 소책자에 실린 초청 시인의 20여 편의 시를 참석자들이 앞에 나와 직접 낭송을 하고, 초청 시인은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행된다. 시낭송회가 끝나면 주최 측에서 준비한 다과를 나누면서 참석자들은 시인과 대화를 이어간다.

145회 배다리 시낭송회는 2023년 10월 28일(토) 오후 2시 김구연 시인 추모 시낭송회로 열린다.

 

바람의 시

                        임선기

 

바람은 무엇을 위하여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는 것일까

바람이 그 무엇을 위하여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는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바람은 꼭 무엇을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이곳의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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