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재해 완충과 생물다양성의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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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은 재해 완충과 생물다양성의 보루
  • 박병상
  • 승인 2023.08.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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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인천갯벌(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제공)
인천갯벌(인천갯벌세계유산추진시민협력단 제공)

 

마무리되지 않은 올해, 우리를 비롯한 세계인은 기후위기를 절절히 체감했다. 일부 좌파 환경론자들이 위기론을 증폭해 인간을 악마화한다고 주장한 환경학자가 있지만, 그는 1+1을 100으로 보려는 “폐 학자”에 불과하다. 아마 어떤 세력자에게 아첨하려고 의도한 발언을 늘어놓는지 모르는데, 그런 발언을 크게 취급하는 어떤 언론도 수상하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이제 기후위기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올 폭염은 버텼는데, 내년 이후가 걱정이다.

8월 28일부터 닷새간 송도컨벤시아에서 ‘2023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우리 환경부가 주관하고, 인천시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환경연구원(KEI)이 공동으로 치루는 행사에 국내외 정부와 학계, 그리고 74개 국가의 주요 인사가 참여했지만, 구경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후변화를 넘어 위기, 위기를 넘어 멸종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적응이라... 과연 유엔은 인간이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참여한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도 그리 동의하는가?

인천시장은 “2045 탄소중립 비전, 실천 로드맵과 더불어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해수면 상승 전망과 대책을 비롯해 5대 하천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 인천시민 안전 보험, 유엔재해경감사무국(UNDRR) 협력 방안”을 소개한다는데, 기대감이 오르지 않는다. 5대강 살리기는 구호만 요란하다. 획기적인 예산 투여와 시민 참여로 드디어 살아나려나? 유엔단체 하나 추가한다고 기후가 개선될 리 없는데, 갯벌을 메운 송도신도시에 103층 초고층빌딩을 짓는 인천에서 해수면 상승 대책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궁금하다.

“인천 송도는 2018년 IPCC(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가 지구 평균온도 1.5도 특별보고서를 채택, 승인한 특별한 장소이며, 전 세계가 기후위기 적응방안을 새롭게 준비하는 그 시작점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인천시장은 행사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대한 회복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촌을 만드는데 긍정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 지역은 기후위기 경고가 심각하지 않았던 시절에 갯벌이었다는 사실을 행사 참여자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송도컨벤시아의 시설에 탄복하고 지나가는 건 아닐까?

환경운동단체가 모여 ‘지구의 날’이 제창할 무렵, 기후위기는 두렵게 다가온다는 엄중한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50년 넘게 유엔과 각국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위기가 심각해진 현재, 대책을 세우는가? 50년 전에 세웠다면 어제오늘의 위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미래세대는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르는데, 요즘은 엉망이다. 말뿐인 대책도 허술하다. 미래세대 기준으로 낙제다. 갯벌이 손가락보다 작게 남은 인천에서 느끼는 낙제점은 갯벌 매립에 대한 반성 없이 송도컨벤시아에서 기후 문제를 거푸 논의한다는 점이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탁월한 가치를 인정하며 2021년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6년에 열릴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까지 인천을 포함한 한국의 주요한 갯벌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인천시는 준비하고 있는가? 멸종 위기 철새의 주요 중간 기착지이자 도래지, 그리고 터전인 갯벌은 바지락, 동죽, 낙지, 갯지렁이, 칠게, 농게와 같은 다양한 저서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인류도 생존할 수 있었다. 바닷가에 마을을 정해 문화를 형성하며 후손에 전했는데, 매립된 이제 화석연료 탕진에 앞장선다. 인천이 특히 그렇다.

드넓은 갯벌은 태풍이 몰고 오는 파고를 조간대에서 낮추기에 재해를 완충했지만 이제 우리 해안은 풍전등화가 되었다. 다채로운 생물의 터전이던 갯벌을 짓밟고 치솟은 고층빌딩과 아스팔트는 해수면 상승에 속수무책이다. 갯벌이 살아 있을 때 갯벌에서 충분히 먹고 다시 도약한 철새들이 뉴질랜드 해안으로 건강하게 날아갔지, 지금 호주와 뉴질랜드는 쓸쓸하다. 도요새를 만나야 밭을 일구고 시를 읊던 마오리족은 2002년 방한해 새만금 해창갯벌에 문화의 상징물을 세우며 갯벌을 남겨달라 우리에게 부탁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행사를 주최한 인천시는 이제라도 응답할 것인가?

인천공항에서 영종대교를 건널 때 좌측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갯벌과 해양생태계의 원형질이다. 하지만 골프장과 도박장을 품으려는 ‘한상아일랜드’가 예정된 우측은 망가졌다. 그 갯벌에 흰발농게가 가녀린 모습을 드러낸다. 바닷물이 상승하며 태풍이 거세지면 갯벌 잃은 해안은 파탄을 맞을 텐데, 좌측까지 매립하려는 인천의 내일은 안전할 수 있을까? 막무가내 위기에 몰릴 미래세대의 마음을 어떻게 다독일까? 이번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행사는 미래세대의 생존을 염두에 둔 대안을 고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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