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타고 철새 천국 송산유수지로, 갯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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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타고 철새 천국 송산유수지로, 갯벌로
  • 장정구
  • 승인 2023.08.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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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구의 인천 하천이야기]
(64) 영종에도 하천 있다 - 전소천

 

“삑삑삑”
영종대로 하늘교 밑을 돌아나가자마자 요란하다. 불청객의 기척에 놀란 중대백로 두 마리가 날아오르니 도요새 다섯 마리도 자지러지듯 날아오른다. 송산유수지다. 전소천이 바다와 이어지는 곳이다.
송산유수지는 인천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이다. 바닷물이 밀려들어 영종도 남쪽의 갯벌이 모두 물에 잠기면 새들은 송산유수지로 모여든다. 특히 봄과 가을, 갈매기와 백로들뿐 아니라 멸종위기의 저어새를 비롯하여 수천마리 도요물떼새들까지 장관이다.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차츰 늘더니 몇몇 주민들이 송산유수지를 중심으로 카페와 연계한 탐조생태관광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2021년 서남해안 갯벌이 ‘한국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영종도가 진정한 국제도시로 인정받기 위해 영종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자는 주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적지 않다며 ‘세계자연유산 오해와 진실’,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더라도 주민들의 어업이나 육지부 개발에는 지장이 없다고 강조한다. 강화, 옹진을 제외한 면적의 46%가 갯벌매립도시인 인천에서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소천은 송산유수지를 통해 영종도 남단갯벌로 이어진다.



영종대로는 구읍뱃터 위 제3연육교 연결지점부터 영종하늘도시를 돌아 공항신도시까지 이어지는 8차선도로다. 지금의 영종도는 원래의 영종도와 용유도, 신불도, 삼목도 사이 갯벌을 매립해 인천공항을 건설하면서 만들어졌다. 지금의 영종도는 제주도와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에 이어 면적으로 안면도와 6위, 7위를 다툰다.

자연도라 불렸던 원래의 영종도도 교동도나 백령도보다 큰 섬이었다. 영종진이 있었던 구읍뱃터와 자연도 사이에 만세교라는 다리가 있었고 구읍뱃터에서 예단포까지 그리고 백운산을 한 바퀴 도는 제법 넓은 도로가 있었다. 그런 영종도에 하천이 있다. 전소천과 동강천이다.

전소천은 백운산의 동남쪽 기슭에서 시작되어 남쪽으로 흐른다. 백운산을 중심으로 운서동, 운남동, 운북동 등으로 나뉘는데 운남동 일대의 옛 이름이 전소리이다. 전소천은 인천 중구청 제2청사 남쪽에 위치한 영종자이아파트와 운남초등학교,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 담벼락 옆으로 지난다. 동남쪽으로 흐르던 물길은 하나로마트 중구농협본점 앞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렇게 하늘대로 밑을 지나 송산유수지를 거쳐 영종도 남쪽 바다로 흘러든다. 백운산 계곡 아래부터 약 2.1킬로미터의 물길이며 송산유수지 내부 갯골의 길이도 5백미터가 넘는다.

 

영종도는 곳곳이 개발 예정이다.
영종도는 곳곳이 개발 예정이다.

 

영종대로 하늘교 아래에서부터 들어오는 밀물과 함께 물길을 거슬러 걷는다. 송산유수지로 흘러드는 물길은 두 갈래인데 양쪽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있다. 최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지 풀이 무성하고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져 있다. 무더위라 오히려 그늘이 좋다. 물길에서 조금 벗어나니 갯벌공원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갯벌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예전에 갯벌이었던 곳인 듯하다. 영종도의 육지에는 개발을 앞둔? 땅이 많다. 부지정리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칡으로 뒤덮이고 강아지풀이나 환삼덩굴이 가득한 곳이다. 사이사이에는 텐트나 천막이 있고 가설건물도 곳곳에 보인다. 일명 아시바를 세우고 공사 중인 곳도 있다. 멀찌감치 타워크레인이 솟았고 아파트가 올라간다.

 

저어새는 밀물을 따라 안쪽의 하늘대로 아래까지 와서 먹이를 찾는다.

 

  “지난 사리 때 바닷물이 넘어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하늘대로 아래 갑문 위에서 가만히 다리 밑을 바라보니 누군가 분주하다. 저어새다. 이리저리 열심히 부리질이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물길이 바다로 향하는 곳에 두 개의 큰 도로가 가두리 그물 치듯 만들어졌다. 하늘대로와 영종대로다. 안쪽 하늘대로 아래에는 배수갑문이 생겼다. 밀물을 막고 홍수 시 배수를 위한 시설이다. 배수가 원활하지 않을 때면 토박이 농민은 걱정이 크다. 요즘 논물은 지하수다. 빗물 즉 하늘에만 의지할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리 때 밀물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늘대로 옆 농로와 논 사이 수로를 판 후에야 염해 걱정을 조금 덜었다.

 

하늘대로 아래 배수갑문. 사리 때면 이곳까지 바닷물이 밀고 올라온다.


영종도 토박이 주민들은 백운산 자락의 당우물과 말우물에서 샘물이 솟아 바다로 흘렀고, 가뭄에도 백운산 중턱에서부터 맑은 물이 흘렀다고 이야기한다. 물길을 따라 운남로쯤 올라가면 본격적인 주택단지이다. 물길의 폭이 눈에 띄게 좁아졌다. 비스듬한 콘크리트 옹벽에 풀이 자란다. 좁은 물길이 아쉽고 안타깝지만 물길을 남아서 반갑고 풀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 고맙다. 운남2교에 올라서자 백운산이 성큼 다가섰다. 뒤를 돌아보니 평평한 듯 야트막한 산, 송산이 선명하다. 왼쪽으로는 하늘도시 아파트이고 송산과 사이사이의 푸르름이 반갑다. 영종도는 농촌과 도시가 어우러진 곳이다.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영종으로 이사했다는 영종 새주민의 말이 공감되는 풍경이다.

 

백운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저멀리 왼쪽이 하늘도시이고 오른쪽이 송산이다.
백운산 아래에서 바라보면 저멀리 왼쪽이 하늘도시이고 오른쪽이 송산이다.


소하천정비법에 따라 10년이 지나면 다시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전소천은 2013년 소하천정비종합계획(변경)이 수립되었다. 2023년 올해 다시 종합계획이 수립 중이다. 치수를 통한 홍수대비뿐 아니라 생활하수로 인한 악취가 없는 하천, 아이들이 발을 담가도 안심할 수 있는 하천,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 바다로 흘러들어도 갯벌과 바다가 오염되지 않을 하천을 주민들은 이야기한다.

자연과 조화된 국제도시 영종도는 어떤 모습일까 개발과 보전의 균형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를 잠시 생각하는 사이 이내 계곡이다. 참개구리 한 마리가 계곡물로 폴짝 뛰어든다. 이어서 물속에서 무언가 화들짝 움직인다.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따라가니 돌 틈에서 멈춘다. 가재다. 아기가재다. 가재는 멸종위기 관찰종이다.

 

백운산 계곡에서 만나는 멸종위기 관찰종 가재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저희 가재들은 환경변화에 민감한 동물입니다. 무차별적인 포획과 전소천에 쓰레기투기를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전소천 내 가재는 곧 사라질거에요’
가재만이 아닌 GREEN LANTERN, 우리의 미래이며 등불인 아이들의 목소리가 절박하다.

비 내리는 백운산(白雲山)은 안개에 숨었다. 이름 그래로 흰 구름의 산이다. 매미소리와 어우러지는 물소리가 정겹다. 돌멩이를 밟으며 조심조심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도토리가 보인다.머리 들어 주변을 보니 숲이다. 물푸레나무, 도토리나무, 오리나무, 신나무, 팥배나무, 아카시나무, 산사나무, 버드나무, 굴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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