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는 큰나무캠프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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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는 큰나무캠프힐이 있다
  • 김시언
  • 승인 2023.08.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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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이야기]
(28) 큰나무캠프힐
큰나무캠프힐 입구
큰나무캠프힐 입구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를 지날 때면 들르는 곳이 있다. 큰나무카페. 마을 끝자락에 있어 경치도 좋고 조용하다. 커피와 빵맛이 좋은데, 특히 채소식빵과 먹물식빵이 환상적이다. 오후에 가면 이미 동나서 살 수 없다. 그만큼 카페는 인기가 있어 강화 사람이 많이 찾는다.

큰나무카페는 ‘큰나무캠프힐’에 들어 있는 공간이다. 큰나무캠프힐은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터. 카페는 일터 가운데 하나다. 문연상 대표를 만나 큰나무캠프힐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나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문연상 대표는 2013년에 이곳 도장리에 부지를 정했다. 그때부터 2016년까지 차근차근 준비과정을 거쳐, 2017년에 도시에 있던 발달장애아 대안학교를 모두 정리하고 강화로 들어왔다. 준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과도기였다. 농사시범단을 운영하고 건축 준비도 하고 마을 사람들도 알아가야 했다.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준비했다.

 

큰나무캠프힐 주거 공간
큰나무캠프힐 주거 공간

 

시선이 따뜻한 곳, 도장리에서

사실 문 대표는 어디에 터를 잡을지 오랫동안 고민했다. 님비현상, 텃세 없이 지역주민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동네가 어디인지 찾는 게 중요했다.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딘가 정착할 때 지역에 있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어디가 맞을까가 관건이었다.

그 고민은 도장리에 와서 해결됐다. 장애인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을이 좋았고 사람이 좋았다. 문 대표는 “마을에 사시는 분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했다. 여럿이 따뜻하게 받아주었다”며 터를 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큰나무캠프힐 사람들은 한꺼번에 마을에 들어오지 않고 천천히 들어왔다. 그래서 마을에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큰나무카페 안 모습
큰나무카페 안 모습

 

‘캠프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조직체

‘캠프힐’은 국제연대조직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조직체. 현재 20여 개 나라에 100여 곳이 있다. 문 대표는 외국 사례들을 탐방하고 오랫동안 연구하고 의논하면서 준비했다. “캠프힐은 1940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것으로 안다. 우리는 캠프힐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게 필요한지 제도적으로나 물적 자본을 준비해 왔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나, 그 존엄한 가치를 실현하고 만들어나가자고 생각했다.”

문 대표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졸업 이후의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쇄적으로 제한된, 사회적으로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개방적으로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을을 찾아서 들어왔다. 장애인들의 경우 능력을 발견하고 키우고 인정받는 일이 중요하다. 직장, 고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식으로 자기 노동이나 능력을 인정받고 가치를 실현하는 것, 분리되지 않고 마을 안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큰나무캠프힐에는 1200평의 농장이 있다. 이곳에서 청년들은 농사도 짓고 양봉도 하고 닭도 키운다. 카페에서는 ‘모두에게 건강한’ 빵을 만들고, 여러 사람을 만난다. 나와 주변을 건강하게 만드는 농사를 지으면서 치유하고, 흙이 주는 좋은 영향력을 늘 실감한다. 또 직장인 카페에서는 여러 사람을 만나 소통한다. 발달장애를 갖고 있는 청년들은 주변 사람과 만나는 빈도수가 많아지면서 소통할 기회가 많아졌다.

 

농장에서 작업하는 청년들. 큰나무캠프힐 제공.
농장에서 작업하는 청년들. (큰나무캠프힐 제공)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곳

강화 사람들은 큰나무카페에서 자주 모인다. 음악회와 영화감상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 사람들의 모임인 ‘강화도 이웃사촌’은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음악회와 영화 모임을 한다. 큰나무캠프힐 측은 카페를 지으면서 애초에 음악회와 영화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사람들은 모임이 없는 날에도 이곳을 찾는다. 풍광이 좋고 편안하고 건강한 빵과 음료가 있고,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역사회 안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모토가 그대로 실현된 곳이다.

큰나무캠프힐에는 울타리가 없다. 누구나 찾을 수 있다. 문 대표는 울타리 없는 곳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했다. “울타리를 만드는 순간 외부와 분리된다. 벽을 쌓고 대문을 만드는 순간 함께하는 일이 사라진다. 우리 청년들은 사람들을 보는 게 자연스럽다. 담 없이 살아야 한다.”

카페 안에는 청년들이 그린 그림으로 굿즈를 만들어 판다. 밀랍초를 비롯해 양초, 액자, 컵 등이 많다. 문 대표는 청년들이 그린 작품이 세상에 드러나고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 “청년들이 그린 작품이 드러나면 좋겠다. ‘얼마나 할 수 있니?’ 이런 시선으로 자꾸 사그라들지 않고, 드러나면 좋겠다. 어딘가에 담겨서 작품이 드러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전시회를 열었다.”

끝으로, 문 대표는 큰나무캠프힐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처음에 시작한 모토는 발달장애인의 생애발달주기에 따른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목적을 잊지 않고 함께한 사람들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놓치지 않고 자립하고 생활하고 운영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다.”

강화에는 큰나무캠프힐이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 (큰나무캠프힐 제공)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 (큰나무캠프힐 제공)
농장에서 농사 준비하는 청년들.(큰나무캠프힐 제공)
농장에서 농사 준비하는 청년들.(큰나무캠프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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