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키우면서 느낀 뿌듯함 - AI가 가르쳐줄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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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우면서 느낀 뿌듯함 - AI가 가르쳐줄 수 없는 것들
  • 유미경
  • 승인 2023.07.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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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유쌤의 알콩달콩 교실이야기]
(5) 강낭콩 기르기
유미경 / 인천간재울초교 교사
23평 초등학교 교실, 그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알콩달콩 다양한 삶, 그 우주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30여 년간 아이들을 가르쳐온 ‘나대는’ 유 선생 나대유쌤과 아이들의 동거 이야기입니다. 교실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서 연재합니다.

 

AI와 사물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을 하루가 다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간의 지능 즉, 고도의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인공적 지능을 말한다.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은 인터넷을 통해 테이터를 다른 기기 및 시스템과 연결 및 교환할 목적으로 센서, 소프트웨어, 기타 기술을 내장한 물리적 객체(사물)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로의 급속한 변화는 학교 현장도 예외일 수는 없다. 교육부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가 2025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상용화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도 쳇 GPT(GPT – 3.5와 GPT – 4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이다. )를 활용한 수업을 시도하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AI가 우리에게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려주는 시대에서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고 이를 활용한 교육활동은 의미가 없음이 자명한 현실인 것 같다. 반면, 학생들이 직접 체험함으로써 깨닫고 느끼는 교육활동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가치있는 교육활동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학교와 가정이 연계되어 식물을 키우고 관찰하는 ‘식물 사랑하기’ 프로젝트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어떻게 배우고 느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직접 식물을 가꾸며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식물에 대한 애착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소중한 경험들은 결코 AI가 알려줄 수 없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 사랑하기 프로젝트 교육활동

식물 사랑하기 프로젝트는 4월에 시작하여 6월까지 진행된 장기간의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이 씨앗을 심고, 기르면서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교육활동이었다.

강낭콩은 한 살이 과정이 짧아서, 초등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고 키우기 좋다. 또한, 강낭콩을 수확하여 콩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서 4학년 과학과 교육과정에 식물의 한 살이 단원에서 강낭콩 기르기를 실시하고 있다.

강낭콩, 흙 등이 포함된 강낭콩 키우기 키트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작은 화분에 강낭콩을 2개씩 심었다. 강낭콩을 심고 남은 흙과 강낭콩은 가정으로 보냈다. 가정에 화분이 있거나, 또는 빈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들어서 가정에서도 키워보라고 하였다. (어떤 학생은 집에 햇볕이 잘 들었는지 교실에서 기르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라났다. )

강낭콩을 심고 기르면, 강낭콩이 열려서 수확한 강낭콩으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다는 말에 “진짜예요?” 하는 질문을 연거푸 하며, “대박 !” 이라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 강낭콩 밥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그 순간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아이들은 신나 했다. )

그렇게 우리는 강낭콩을 심고 자신의 강낭콩에 이름을 지어 주고, 교실 창가에 화분을 두고 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면 강낭콩에 물을 주며 변화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자신이 관찰한 내용과 사진을 식물의 한살이 관찰하기 페들랫(padlet, 실시간 협업 웹 플랫폼)에 기록했다. 페들랫은 학생 개인별로 자신의 관찰 내용을 꾸준히 올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식물의 한 살이 관찰하기 페들랫

 

아침마다 등교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화분이 놓여있는 창가로 달려갔다.

‘오늘은 떡잎이 나왔을까?’

먼저, 떡잎이 나온 학생은 환호성을 치며, “ 선생님, 제 강낭콩에 떡잎이 나왔어요~ ” 라며 자신의 화분을 보라고 손짓을 했다.

‘오늘은 얼마나 더 자랐을까?’ 궁금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생기가 가득했다.

그날은 오후에 갑자기 따뜻해진 날이었다. 아침에 과학 수업을 할 때만 해도 본 잎이 그렇게 길게 나오지 않았는데... 집에 돌아갈 때쯤 본 잎이 어느새 몰라보게 자라나서 아이들은 정말 놀라워했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변화가 빨리 나타나서 그런 듯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강낭콩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의 강낭콩과 자신의 강낭콩을 비교하곤 하였다. 아직 떡잎이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하는 아이들, 늦게라도 떡잎이 나온 아이들은 그나마 나은데 아예 떡잎이 나오지 않아 속상해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는 씨앗을 주고 다시 심게 하였다.

조금 늦더라도 튼튼하게 잘 자라서 열매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면서...

 

 

가정으로 연계된 식물 사랑하기 프로젝트 교육활동

안타깝게도 우리 반 교실은 앞 건물에 가려서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교실이었다. 그래서, 5월 초에 교실에서 한 달 정도 기른 강낭콩을 집으로 가져가서 계속 키우게 하였다. 학생들은 주말 동안 강낭콩을 기르고 변화를 사진을 찍어서 페들랫에 올리는 장기간의 과제를 두 세 달에 걸쳐서 하게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꽃이 피고, 꼬투리가 생기고, 꼬투리에서 강낭콩 열매가 자라서 익어가는 식물의 한 살이 과정을 관찰하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평소 학급에서 말수가 적고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던 학생이었으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페들랫에 사진을 올리고 강낭콩을 열심히 키웠다. ‘ 와 ~ 어린 학생이지만 진짜 존경스럽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낭콩을 키우면서 우리 학급에 그 학생의 존재감이 더 커졌던 것 같다. 다른 학생들도 그 친구의 성실함과 정성에 다같이 박수를 보내곤 했다.

지금, 그 학생은 강낭콩을 수확하고 나서 수확한 강낭콩을 다시 심어서 제 2세대 한 살이를 관찰하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칭찬해주거나 상을 주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강낭콩을 또 키우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강낭콩 키우고 관찰하기 ( 한 학생의 관찰 내용 )
가정에서 강낭콩 키우고 관찰하기 ( 한 학생의 관찰 내용 )

 

학생들의 강낭콩 키우기에 대한 생각은?

3개월에 걸친 식물 사랑하기 프로젝트 교육활동을 마친 학생들의 솔직한 마음은 어떠할까?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조00

강낭콩이라는 식물을 키우면서 짧은 기간 동안 키우면서 생명은 소중하다는 말이 왜 있는지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다. 강낭콩을 키우기 전에는 반려동물이 귀여워서 키우고 싶었지만, 강낭콩을 키우고 난 후에는 생명을 책임진다는 일이 참 책임감이 많아야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허00

처음 강낭콩을 키울 때 다른 애들보다 늦게 자라서 흙 안에 문제가 생겼나 했는데 그래도 강낭콩이 거의 익어가서 문제가 안 생겼다는 것에 안심했다 그리고 꼬투리가 나고 익어 갈때 기분이 기뻤다. 강낭콩의 잎이 시들어갈 때 걱정이 되었는데 강낭콩을 위해 잎이 희생하고 있다는게 좀 슬펐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장00

나는 식물에 대해서는 "그냥 풀때기네~" 라고 생각했는데 식물의 한살이를 해보니 식물에 대해서 애정이 좀 들었다. 그때부터 식물을 진짜 생명으로 판단하게 됐다. 식물을 키우면서 재밌었고 물주면 쑥쑥 커서 크는 모습을 보면 괜히 뿌듯했다. 다음에 또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

이00

강낭콩을 키우면서 식물을 키우는게 재미있는지 처음 알았다. 강낭콩을 키워 수확을 하니 뿌듯했다. 아직 뽑지 않은 강낭콩도 열심히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우면서 시들 때는 좀 속상하긴 했지만, 다시 살아날 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00

처음엔 조금 귀찮았는데 강낭콩을 키우다가 꽃이 피니까 좀 더 잘 키워보고 싶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꼬투리가 나서 뿌듯했다.

김00

강낭콩의 한살이를 계속 관찰하며 성장하고 잎이 생기고 떡잎이 떨어지고 꽃이 피고 꼬투리가 생기는 성장 과정을 보니 감동적이고 첫 꼬투리가 났을 때 머릿속이 텅 비며 숲속에서 풀 냄새를 맡듯이 좋았고 뿌듯하였다.

안00

강낭콩을 처음 키워 보니 너무 떨렸고, 매일 물을 줘야 해서 힘들었다. 그러나 다른 생물을 키워 보니 정말 신기했고 동생에게도 보여 줬는데 정말 신기하게 봐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식물 키우기를 많이 할 것 같다.

김00

강낭콩을 처음 키워 볼때는 어색하고 키우는 법도 실수하고 그랬는데 식물도 죽고 다시 키우고 그걸 반복 하다보니, 강낭콩이 열매가 나와서 그동안의 고생들이 생각도 안날 정도로 기쁘고 좋았다.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학생들이 드라마틱하게 성공적으로 강낭콩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낭콩을 키우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힘들고 귀찮음을 이겨 내기도 하고, 때론 잘 키우다가 아쉽게 죽어버려서 속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 및 뿌듯함을 맛보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돌보는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였을 때 학생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을 베푸는 마음도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활동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도 가족과 함께 충분히 할 수 있는 좋은 교육활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가족과 함께 강낭콩을 키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AI가 알려줄 수 없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활동에 도전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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