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알려주는 대체서식지의 맹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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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을 알려주는 대체서식지의 맹꽁이
  • 박병상
  • 승인 2023.07.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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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맹꽁이 이주지역, 인천시 서구 연희자연마당

 

모내기 마칠 즈음, 논 가장자리마다 마련한 오랜 물웅덩이는 바닥을 드러낸다. 기력을 다한 농사꾼은 몸보신을 위해 웅덩이 바닥에 퍼덕이는 가물치를 잡아 이웃과 나눴다. 논이 넓을수록 물웅덩이가 크고 가물치도 컸다. 곧 장마가 시작되면 물이 차오르고, 웅덩이는 다채로운 생명으로 가득할 것이다. 해마다 그랬으므로.

장마철이면 청춘남녀 심정이 흔들렸나 보다. 1938년 박재란은 <맹꽁이 타령>에서 임 생각이 절로 나서 걱정이 많아진 심정을 맹꽁이가 흔들어주고 또 달래준다고 노래했다. 모내기할 때 땀 흘리며 썸 탔던 처녀와 총각의 심사를 “맹꽁, 맹꽁” 흔들며 달래주던 맹꽁이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물웅덩이가 사라지고 논밭에 농약을 살포하면서 청춘남녀 싱숭생숭하게 하던 맹꽁이가 일제히 사라졌는데 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나타난다. 도시녹지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자 모습을 드러냈는데, 요즘 청춘남녀는 맹꽁이에 대체로 무관심하다.

맹꽁이는 법정 보호대상종이다. 장마철에 빗물이 고인 곳에 모여 경쟁적으로 울어서 그렇지, 장마철 이외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한여름 한밤중에 논보다 밭에서 풀숲에서 먹이를 찾는 맹꽁이는 보름이면 알에서 올챙이로, 또 성체로 변태한다. 투명한 은단 같은 알은 물에 동동 떠서 빗물을 따라 흐르다 작은 웅덩이에 고여 올챙이와 성체로 성장하는데, 농약이 스며들지 않는 땅속을 파고들어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는 맹꽁이의 한해살이를 잘 모른다. 보호대상종이건만 체계적 연구가 부족하다. 연구비에서 소외되는 탓이리라.

하필 아파트단지로 점찍은 곳에서 울어대는 바람에 환경단체가 눈치를 챈다. 그때마다 건설업자 골치 아프게 만드는 맹꽁이는 장마철에 시끄러워 그렇지 늘어나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보호대상종에서 제외되지 않는데, 맹꽁이가 서식하므로 아파트 건설이 무산된 적은 거의 없다. 대체서식지로 옮기면 환경부가 대개 허가를 내주기 때문인데, 대체서식지로 내동댕이쳐진 맹꽁이는 내내 잘살까? 그 여부를 조사하는 ‘사후영향평가’가 있긴 한데, 다분히 형식적이다. 살펴서 문제 삼는 자 거의 없다.

굴지의 건설업체 ‘부영’이 테마파크를 짓겠다며 일찌감치 울타리 쳐둔 연수구 동춘동의 한 부지에서 터져라 울던 맹꽁이들이 올 장마철에 조용하기만 하다. 대체서식지로 옮겼을까? 그런 소문이 있긴 있던데, 모두? 쉽지 않다. 기상이변이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장마가 예년과 달라서 그런 걸까? 온갖 놀이기구로 복잡 시끄러운 테마파크가 아니라 맹꽁이와 상생하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길 바라는 글을 여기저기 투고했는데, 부영건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천시도 무관심한 건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의 맹꽁이는 어디로 갔을까?

 

맹꽁이
맹꽁이
금개구리(사진=인천녹색연합 제공)
금개구리(사진=인천녹색연합 제공)

 

부영보다 견실한 기업이 주관하는 곳이라 그럴까? 영종도를 잇는 제3연육교 건설 현장에서 울던 맹꽁이는 연희자연마당으로 옮겨졌고 현재 모니터링 중이다. 최근 그 현장을 방문했다. 논이 넓고 주위에 녹지가 적당한 연희자연마당은 맹꽁이가 서식하기 적당해 보였다. 모니터링을 맡은 전문가는 장맛비가 고이는 웅덩이 여기저기에서 울고 알과 올챙이도 보았다고 확인해주었다. 연희자연마당 주변에 보호대상종인 금개구리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울음소리가 독특한 보호대상종 두 종이 공존하는 셈인데, 인천시민은 그 사실을 알까? 모르는 게 오히려 나을지 모르겠다.

여간해서 웅덩이를 벗어나지 않는 금개구리는 서구 연희자연마당 주변의 논에 모여드는 오리와 백로를 조심해야 한다. 한데 맹꽁이는 여전히 농약이 두렵다. 연희자연마당을 즐겨 찾는 시민이 민원을 제기하는지, 농약을 뿌린다는 게 아닌가. 모기 때문이라는데, 관리자는 장마철 맹꽁이가 일제히 자취를 감춘 이유를 정녕 모르는 걸까? 맹꽁이 올챙이가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사실이라도 알면 좋겠다. 연희자연마당을 찾는 시민에게 맹꽁이 보전을 위해 살충제 살포를 자제한다고 이야기하면 어떨까? 자연공원을 반기는 시민이라면 모기 물린다고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연희자연마당의 넓은 논에 백로가 많은 것으로 보아 민물고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를 좋아하는 미꾸라지도 많겠지. 예전에 흔하던 송사리와 버들붕어를 넣으면 어떨까? 생태학자의 자문을 구해, 각시붕어 종류를 추가해도 좋을 것이다. 연희자연마당의 생태적 가치가 높아진다. 농약을 자제하면 맹꽁이와 금개구리도 내내 보전될 것이다.

세차게 내린 빗물이 맹꽁이가 퍼진 풀숲에 많지 않았다. 편안한 산책을 위해 풀을 베고 물이 빠지도록 경사를 유지하기 때문인데. 자연공원답지 않다. 풀숲 사이에 나뭇등걸과 호박돌 뭉치를 여기저기 배치하면서 빗물이 고이다 흐르게 둔덕을 배려한다면 곤충이 늘어난다. 새들이 모이며 생태계는 훨씬 풍요로워진다.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맹꽁이는 장마철을 활기차게 알릴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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