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의 기다란 생생生生, 모래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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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의 기다란 생생生生, 모래내 시장
  • 유광식
  • 승인 2020.01.2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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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구월4동 시장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시장길을 수놓은 돛 모양의 삼각 천막 천, 2020ⓒ유광식
시장길을 수놓은 돛 모양의 삼각 천막 천, 2020ⓒ유광식

 

학창 시절에 운동회를 앞두고 운동장에는 천막 동이 세워지곤 했다. 그 천막은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의 차지이긴 했지만 뭔지 모르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제 곧 잔치가 시작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남동구 구월4동에 있는 모래내시장에는 삼각형 돛 모양의 천막 천을 지그재그로 고정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바로 옆 구월시장은 건물 사이 천장 아케이드 형태였고, 모래내시장은 처마 형 아케이드와 더불어 돛 모양인 삼각형 천막 천을 줄로 매달아 놓았던 것이다. 이 천막을 보며 옛 생각이 났다. 이윽고 바다 해수욕장에 파도가 밀려오듯 시장의 천막 지붕 사이로 시장기가 밀려왔다. 

 

모래내시장 북문 입구, 2020ⓒ김주혜
모래내시장 북문 입구, 2020ⓒ김주혜
모래내시장 서문 입구, 2020ⓒ김주혜
모래내시장 서문 입구, 2020ⓒ김주혜

 

먹고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중하므로 시장에는 먹거리가 많기 마련이다. 모래내시장에도 농산물과 수산물, 공산품, 여흥을 위한 주점이 즐비해 있었다. 특히 힘 좋은 청년이 생선을 동강 내는 수산물 점포에는 서해와 동해, 남해 등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이 반상회 하듯 한데 모여 은빛을 발하고 있었고, ‘오빠네’, ‘총각네’ 하는 야채 가게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그 틈바구니에서 장사의 연륜이 느껴지는 허리 굽은 어르신 부부의 ‘할머니 야채’ 가게도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조금 추운 날씨라 그런지 호떡과 어묵집은 만원이었다. 잠시 기다려 먹어볼까 하는 호기심도 들고 근처 전을 부치는 곳을 지날 적에는 군침 도는 기름 냄새를 한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으면 아쉬운 국숫집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젊은 분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속속 보였고 시장 뒤편으로 창고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시장에 나온 사람들과 상점(어묵을 든 아이의 표정이 밝다.), 2020ⓒ김주혜
시장에 나온 사람들과 상점(어묵을 든 아이의 표정이 밝다.), 2020ⓒ김주혜
어느 건어물 가게, 2020ⓒ김주혜
어느 건어물 가게, 2020ⓒ김주혜

 

마을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많은 물자가 필요했고 이를 얻고 교환하기 위해 북적이는 장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군데군데 시장이 들어섰다. 인천의 남동구 구월4동은 모래내 마을이라 불린다.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키 작은 집들(5층 이하)이 빼곡히 자리한다. 이곳에는 긴 슬로프처럼 400m의 대로 양옆으로 40년 가까이 된 시장이 자리한다. 서쪽의 커다란 캐슬(대단위 아파트)에 햇볕이 막혀 가뜩이나 더 추운 기분이 들었다. 모래내시장은 한때 개발 풍파로 철거 통보까지 내려진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시장 또한 아파트 못지않은 또 하나의 캐슬(성)이었다. 동서남북으로 큰 문이 존재하고 사이사이로 시장을 알리는 아치형 간판이 많다. 이웃 만수동과 캐슬Ⓐ에서 나온 사람들이 합쳐져 시장길은 평일 낮임에도 북새통이었다. 설을 맞아 각종 식자재와 공산품을 사러 나온 분이 많은 것 같았는데, 부평시장에 이은 인천의 2대 시장으로서 바로 옆 구월시장과 더불어 규모가 상당했다. 

 

400m 기다란 시장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 2019ⓒ유광식
400m 기다란 시장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 2019ⓒ유광식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맞을 듯이, 사람들 사이사이로 흥분 섞인 걸음이 이어졌다. 요새는 상품진열이 정확하고 흥정은 없어도 쾌적한 대형마트를 자주 이용하게도 되지만 재래시장의 풍성함과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도 간혹 맛보면 좋을 것 같다. 시장의 규모에 비해 주차시설이 미흡한 부분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다닥다닥 붙은 주택과 사람이 많은 구역인지라 빠른 시일에 확장되긴 어렵겠단 생각도 든다. 시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맛보고 싶다거나 시장기가 왕창 돈다면 모래내 마을을 떠올리면 어떨까 싶어진다. 모래내시장에는 지난 2016년 중국의 아오란 그룹 임직원 수천 명이 다녀가기도 했다. 

 

시장의 활기는 그 지역의 움직임을 말해 주는 지표일 것이다. 시장을 중심으로 반복되고 유지되는 生生 분위기로 동네는 ‘모래내’라는 불안정한 지대가 아닌 삶의 안전지대로 조금씩 단단히 거듭나고 있다. 시장이 과거 우리의 삶을 풍족히 했듯이, 어떤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시장이 주변을 살찌우는 가족의 품처럼 따뜻한 장소로 생생히 기억되길 바래본다.

 

시장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주택가(놀이터에 80년대식 미끄럼틀이 남아있는 현광Ⓐ는 모래내시장과 동년배 격이다.), 2020ⓒ유광식
시장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주택가(놀이터에 80년대식 미끄럼틀이 남아있는 현광Ⓐ는 모래내시장과 동년배 격이다.), 2020ⓒ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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