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가 인간 삶에 중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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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가 인간 삶에 중요한 까닭
  • 이병기
  • 승인 2010.12.2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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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저어새네트워크, '저어새섬, 200일간의 기록' 포럼


조영길씨의 저어새 특별영상

취재: 이병기 기자

"인천 남동공단과 송도신도시 사이 남동 유수지에 지난 3월20일 저어새가 날아왔다. 저어새는 전 세계에 23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남동 유수지에는 매년 50여마리가 찾아온다.

 저어새들은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었다. 암컷과 수컷이 짝을 이루면서 폭 28m 섬엔 38개의 둥지가 만들어졌다. 낮에는 수컷이, 밤에는 암컷이 알을 품었다. 5월4일엔 첫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다. 저어새가 찾아온 것은 2000년대 초부터지만, 새끼를 부화하기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올 봄 인공섬에선 53마리가 태어나 살아남았다. 지난해 24개 둥지에서 겨우 6마리만 생존하자 인천지역 시민·환경단체가 둥지터를 만들어 주고 꾸준히 살핀 덕분이다. 인접한 송도 갯벌(송도 11공구)이 저어새들의 먹이터다. 그러나 11공구는 첨단산업부지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매립될 예정이다.

부화한 저어새는 약 한 달간 둥지 안에서 부모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 먹고 자란다. 7~8월엔 자기 힘으로 중국 남부 등으로 날아가 겨울을 난다. 태어난 지 12일 만에 둥지에서 추락했지만 사투 끝에 살아남아 '구사일생 희망이'란 별명이 붙은 'K94'도 지난 10월 말 무사히 대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내년에 '고향'에 돌아오더라도 갯벌이 매립되면 생존은 어려워진다."

전 세계에서 개체수가 2300여마리에 불과한 저어새(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의 200일간 모습을 담은 기록과 이들이 서식하는 송도갯벌의 미래를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 마련됐다.

인천저어새네트워크는 21일 연수구 인천평생학습관에서 '2010 저어새섬 200일간의 기록, 송도 저어새 보전을 위한 포럼'을 열고 송도 저어새 번식현황과 향후 보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저어새 모니터링 결과와 더불어 저어새 번식을 위한 시민들의 보전활동, 저어새섬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저어새섬, 특별영상 등 다양하고 따뜻한 내용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박사는 '2010년 한국의 저어새 번식현황과 남동유수지' 강연에서 "최근 10년 간 15개의 저어새 번식섬이 발견되고 번식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중 6개 번식섬이 2010년에 사라져 저어새 번식지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우려했다.

이기섭 박사는 "남동유수지 저어새섬은 올해 저어새의 4대 중요 번식지가 됐으며, 사람의 작은 개선 노력에도 큰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사례"라며 "송도갯벌은 국내 저어새 도래수의 15% 이상을 수용하는 곳으로 이동경로로도 중요한 지역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남동유수지의 중요성이 해마다 급부상되는 이유는 ▲북한쪽 번식지가 없어지면서 남쪽 번식지 증가 ▲유도 번식지 사라지면서 강화남단 번식지 생김 ▲번식장소 축소에 따른 결과로 판단 등을 들고 있다.

또 "송도에서 태어난 어린 저어새들은 이소(자리를 옮김) 후 인근 송도 갯벌에서 3개월 정도 머물며 먹이를 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11공구 매립은 저어새 번식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남동유수지 저어새는 송도 갯벌 외 시화 남측, 영종도, 강화 등에서도 발견돼 서로 서식지가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어린 저어새의 발목에 가락지를 부착해 생태를 연구한 결과 저어새섬의 새끼들은 월동지 전역으로 퍼지는 것을 확인했다.


'2010 강화갯벌의 현명한 이용과 저어새 보전을 위한 국제 심포지움'에 참석한
대만 저어새 전문가와 NGO 회원 17명은 지역 환경단체 회원들과 함께
6월17일 남동구 유수지에 위치한 송도 저어새섬을 찾아 번식생태를 관찰했다.
 

모니터링 결과 올해 남동유수지에서는 저어새 38쌍이 번식하고 53마리가 이소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식성공률은 둥지 당 1.4마리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으며, 봄철 둥지 자리를 만들어준 활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의 경우 남동유수지 번식 시도는 24쌍이었으며 이소한 새끼 수는 단 6마리에 불과했다. 또 둥지 별 이소한 평균 새끼 수도 0.25마리로 적게 조사됐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인천교사모임 남선정씨는 '2010년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번식생태 모니터링 결과'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는 더 많은 수의 저어새가 와서 많은 새끼를 키워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위해 해준 것도 없는데 고맙게도 또 와서 잘 살아줬다"고 말했다.

남씨는 "그러나 이제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모르는 인간들에 의해 이곳에서 쫓겨날 상황이 됐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록은 체계적이지 못해 산만하고 엉성하지만, 마지막 희망을 위해 하루 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남긴 기록의 결과"라며 "이어지는 새로운 희망을 위해 잘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하루 세 번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간대별 모니터링 담당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와서 저어새 섬과 남동유수지 전체 상황을 파악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저어새 먹이터를 확인하고, 갯벌의 다른 물새류 조사를 위해 송도갯벌과 주위 습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김보경(송도갯벌을 지키는 시민모임)씨의 '저어새 번식을 위한 사람들의 보전활동', 이혜경(인천환경운동연합)씨의 '사라져가는 송도갯벌에 대한 기록', 김형문(인천저어새네트워크)씨 '푸른숲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저어새섬 이야기', 박영란(가톨릭환경연대)씨의 '바람잘 날 없는 저어새섬' 등이 강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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