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평생학습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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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평생학습 접근성
  • 학오름
  • 승인 2018.12.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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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이현주 인하대 교육대학원 교수


장애인에게 평생교육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최근 필자는 장애인 평생교육과 관련하여 장애인 당사자, 가족, 기관 실무자를 만나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하였는데, 면담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늘 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자기계발이나 발전을 넘어서서 소속감을 형성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의미에서의 평생교육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자 이 고민의 끝은 ‘장애인 평생교육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장애인 평생교육은 최근 2년 동안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추세로, ‘평생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에 이어 올해 5월 ‘국가장애인 평생교육 진흥센터’ 개소 등 국가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였던 장애 성인 대상 복지 및 서비스가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재정립되는 시점으로, 평생교육 시설 확보 및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장애인 평생교육’ 체계 정립의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겠다. 필자는 인터뷰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내용을 중심으로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 정립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점으로 접근성과 요구 기반 지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평생학습으로 향하는 ‘접근성’ 확보
 
평생학습으로 향하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 체제 구축을 언급하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평생교육 프로그램 자원 획득을 위한 ‘정보 접근성’, 평생교육 기관까지 이동 및 시설 이용에 관한 ‘물리적 접근성’, 프로그램 참여 및 활동을 위한 ‘사회적 접근성’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접근성 부재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평생학습 참여를 방해하는 요소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중증 장애인이거나 장애인 가족 구성원의 신체·경제·심리적 어려움이 존재하면 정보 접근 자체가 취약하여 평생교육 참여 시도조차 어려운 경우, 평생교육 기관까지의 이동 방법이 복잡하거나 이동 비용 부담으로 인해 평생교육 참여 자체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었고, 평생교육 참여를 위해 기관을 방문하였으나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미비로 인해 프로그램 참여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뇌병변장애인의 사례도 있었다. 장애인만을 위한 평생교육 기관이 아닌 거주지 인근에 있는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 등에서의 평생학습에 대한 요구도 강하였는데 참여 자체를 거부당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다양한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 중에서도 ‘접근성’에 비중을 두기를 바란다. 배리어 프리, 유니버셜 디자인과 같은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접근성 확보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제공하는 배려나 특혜가 아닌 장애인이 가지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 ‘요구 기반 및 개인 차원 지원’ 평생교육 시스템 운영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으로 ‘요구 기반 및 개인 차원 지원’을 언급하고자 한다. 말 그대로 장애인 평생학습자의 요구를 토대로 하여 평생학습이 계획·구성·운영되어야 하며, 운영 시 개별적인 지원 방안 및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선적으로 ‘장애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고 장애의 심한 정도는 각기 다르며, 성격 유형도 다르고, 관심 분야도 다르고, 삶의 방향성도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범주 속에 ‘모든’ 장애인을 함축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장애 유무(장애인과 비장애인) 혹은 장애 일치 정도(예: 지적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와 무관하게 평생학습 관심 분야가 일치한다면 동일한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단지 프로그램 내 개인의 특성(장애의 유무 혹은 장애의 유형)에 따라서 지원을 제공하는 강도(예: 지적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에게 제공하는 학습자료 혹은 교수방법의 전략)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장애인이라는 집단에서 개개인은 각기 다른 특성과 평생학습 요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여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평생교육 시스템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애인 평생교육은 기관 중심의 서비스 전달 접근법에서 ‘당사자 중심의 접근법’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겠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보다 구체적으로 특성화하여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예: 연령에 따른 프로그램, 성별에 따른 프로그램, 주제별 프로그램 등). ‘요구 기반 및 개인 차원 지원’ 운영 방안은 앞서 언급한 접근성 확보와 동일한 맥락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 및 교수방법, 전략에 대한 수정 및 조정, 적합화, 개별화를 추구하는 ‘내용 접근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이 자기 계발 뿐 아니라 소속감과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한다면, 향후 장애인 평생교육은 단순히 일회성적인 성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관을 설립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존재하는 인프라를 재구성하여 접근성을 확보하고 개별화된 지원 전략 체제 구성 및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접근성을 확보하는 체제를 마련하고 요구 기반 및 개인 차원 지원을 제공하는 전략을 구상하여 운영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성과들이므로, 장애인 평생교육 시스템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중장기적 계획에 추가하여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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