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저작권 개념’ 부족한 공고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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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 ‘저작권 개념’ 부족한 공고 '빈축'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4.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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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모집 내용에 ‘모든 권한 시-재단’ 적시... 논란 되자 '수정' 해프닝

18일 인천문화재단이 공지한 ‘인천 가치와 문화가 담긴 공연 콘텐츠 시놉시스’ 공고문. 권한을 강제로 시와 재단에 귀속시킨다는 문제 조항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다.

 
새 대표이사 부임 후 예산 가로채기 등으로 연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이, 이번에는 공연 콘텐츠 시놉시스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저작권을 무시한 듯한 내용의 공고를 내 빈축을 샀다가, 사흘 만에 수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재단의 18일 공고문에 따르면, 재단은 ‘문화성시 인천’ 인천 문화주권 사업의 일환으로 인천의 문화가치 발굴을 통한 공연 콘텐츠 개발과 이를 통한 시민 문화향유의 확대를 위하여 아래와 같이 ‘인천 가치와 문화가 담긴 공연 콘텐츠 시놉시스’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선정된 작품은 추후 공연단체를 섭외해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송도 트라이볼에서 오는 11월 혹은 12월 경 쇼케이스 형태의 공연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는 게 재단 공고문의 개요다.
 
문제는 18일 공고에서 적시한 ‘유의사항’으로 ‘작품의 저작권과 그에 따른 모든 권리는 인천시와 재단에 있다’는 내용을 적시해 놓은 것. 유의사항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창작은 작품자가 하고 소유는 시와 재단이 하겠다는 것인데, 약간의 돈과 명분만 쥐어주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단체 대표는 “특정 예술가 혹은 예술단체의 작품 제작에 민간업체나 기관이 투자나 예산지원을 했을 경우 저작인접권(판권 등)을 갖는 경우 혹은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저작권 소유 범위를 정하는 경우들이 있긴 하지만, 공고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이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시와 재단이 갖겠다는 이야기를 올려놓는다는 건 공기관이 민간예술가, 기획자들을 상대로 아이디어 빼먹겠다는 갑질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중견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기관에서도 아무리 상금 등이 걸린 대회라 해도 저작권 전체를 다 소유하겠다고 공지를 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예술 부문의 지적재산권을 인천시와 재단이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재단 측은 “공고 내용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재공고 조치하고, 수정 공고에는 저작권을 작가에게 유보하는 대신 시와 문화재단이 독점적인 허락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공고처럼 시의 문화주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인천 가치의 공연 콘텐츠’의 성격을 지닌 경우 저작권이 일방적으로 작가에게 가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이 작가에게 해당되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공공 콘텐츠의 경우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인천시민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열려 있어야 하는데 작가가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갖게 될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재단의 이번 공고는 작품에 대한 작가의 저작권 등을 인정해 주는 대신, 비영리를 전제하고 인천시민이면 제약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적시해 예술진영을 이해시켰으면 됐을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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