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화재단, 청년예술가들 무시하고 ‘내맘대로 행사’
상태바
시-문화재단, 청년예술가들 무시하고 ‘내맘대로 행사’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4.07 1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운드바운드-청년문화대제전 등에 손대며 재단 주도 사업으로 바꿔놔

지난해 7월 ‘사운드 바운드’에서 밴드 크래쉬의 공연 모습. (공연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배영수


인천문화재단이 지난해 말 최진용 대표이사의 부임 후 청년 예술가 및 청년 기획자들을 지원하던 프로그램 대부분을 재단 주도로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임 이후 지역사회 및 청년, 내부조직 등과 소통을 하겠다는 최 대표의 약속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책정된 예산의 성격까지 “권한이 우리에게 있다”며 임의로 바꾸는 것으로 나타나 지역 문화계의 비난을 사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 관계자 일부, 그리고 인천의 음악기획자와 인천 청년예술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시와 문화재단은 인천서 열리는 음악 축제로 비교적 좋은 시민 반응이 있었던 ‘사운드 바운드’와 ‘청년 인천 문화대제전’ 등 젊은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기획단계서부터 의기투합해 진행하는 축제들에 대해 최근부터 예산을 지원했다.
 
시와 문화재단 그리고 청년 예술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 편성 과정을 통해 이들 축제는 올해 역시 지원이 약속돼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복수의 인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난 12월 “사운드 바운드에 대한 지원 예산 1억 5천만 원이 편성됐다”는 소식을 전했으며 공유공간 팩토리얼의 백지훤 대표와 오석근 사진작가 등에 따르면 올해 초 청년 인천 문화대제전 역시 지난해 4000여만 원의 예산에서 올해 1억 원으로 증액됐다. 이들 예산은 지난해 통과 절차를 마치고 시가 문화재단을 통해 내려 보낸 상태다.
 

지난해 10월 인천시가 ‘문화주권도시’를 선언할 당시 유정복 시장이 직접 사용했던 자료 중 일부. ‘사운드 바운드’의 이름이 직접 명시돼 있다(빨강색 네모칸으로 표시). 그간 이어져온 이 축제를 인천시에서도 인정했다는 증거다.

 
당사자들도 예산 편성 소식을 접하고 기획 단계에 돌입,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등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사운드 바운드’의 경우 제반 절차가 복잡한 만큼 주최 측인 ‘루비레코드’가 사실상 지난해 말서부터 준비를 시작해 라인업 일부를 맞춰놓았던 상황. 지난해 10월 인천시가 문화주권 선언을 할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직접 행사명을 거론하기까지 했던 바도 있었고, 시는 루비레코드 측에 최근 개방된 내항부두를 중심으로 축제에 대한 여러 제안도 했던 상태였다.
 
문제가 생긴 것은 이후였다. 문화재단이 루비레코드와 논의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축제의 타이틀과 내용을 합창과 관현악 위주의 ‘개항장음악축제’로 바꾼 것. 이에 루비레코드 측이 지난달 17일 최 대표이사를 만나 사운드 바운드와 함께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후 문화재단이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단은 이후 개항장음악축제에 예산을 전액 편성하며, 반대로 사운드 바운드는 ‘프린지’라는 이름으로 바뀌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결정이 최 대표이사의 의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루비레코드 측은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한다.
 
결국 사운드 바운드로 받은 예산을 최 대표이사와 문화재단이 자신들의 기획 축제에 이용하기 위해 가로챈 셈이다.
 
인천문화재단 측에 이를 확인한 바 사실로 드러났다. 문화재단 측 관계자에 따르면 축제와 관련한 자문위원회가 21일에 열렸고, 재단 내부에서 관현악과 빅 밴드, 합창 등을 위주로 하는 기본계획이 최 대표에게 올라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현재 이 계획은 외부 전문 인사들에게 추가 자문을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문화재단 측은 “사운드 바운드의 이름으로 예산 책정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재단의 올해 사업은 엄연히 개항장 음악축제이며 사운드 바운드의 이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사업명이나 내용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며 이는 문화재단의 대표이사에게 고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재단에 내려온 예산인 만큼 재단 대표이사가 이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대표이사 권한이며 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부임한 최진용 대표이사(사진). 지역과 조직, 시민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영수

 
그러나 문화재단이 열악한 민간 예술 인프라에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재단 출범의 중요한 의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제하면, 문화재단의 이같은 행정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 담당자들은 이에대해 “인사이동 이후로는 상황을 모르겠다”, “내가 오니 그렇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둘러대고 있다.
 
더구나 문화재단 측은 사운드 바운드의 예산을 결과적으로 가로챈 후 루비레코드 측에 “인천에서 못하게 됐으니 우리 축제가 라이브 클럽 등에서도 할 수 있게 연결해 달라”는 연락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행사를 할 수 없게끔 해놓고 ‘인천서 못하니까 연결이라도 해 달라’며 몰염치한 부탁까지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청년 문화대제전’의 오프닝 세리머니 당시 현장. ⓒ 오석근

 

◆ ‘청년대제전’, “같이 해보자”던 시는 기획단계부터 ‘밀실 진행’
 
그런가 하면 지난해 ‘올 게이츠(All Gates)’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렸던 ‘청년 인천 문화대제전’은 청년들의 역량을 인정하지 않고 시와 문화재단이 이를 직접 주도하며 사실상 청년들을 ‘들러리 세우기’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확인됐다.
 
지난해 청년 인천 대제전에 참여했던 오석근 사진작가를 비롯해 몇몇 청년예술과 및 청년기획자들에따르면, 인천시에서 청년 예술인들이 자체적으로 예술기획을 할 수 있게끔 이들을 모으고 이들이 진행하는 기획들을 예산 지원해 주자는 의도 하에, 지난해 ‘올 게이츠’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축제가 진행됐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직접 지원되는 예산 3,800만 원과 문화재단의 제반 절차 처리 등 비용으로 200만 원을 합해 총 4천만 원을 시가 내려보내 진행된 이 축제는 기획단계서부터 전시 및 공연 등의 공간을 청년기획자들 및 젊은 작가들이 직접 알아서 진행을 하고 여기에 드는 비용을 시가 지원해 주는 내용으로 진행됐던 것이었다.
 
축제를 마친 이후 평가회의를 했고, 이를 통해 “첫 회에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에서 원하는 그림이 따로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후에는 조율을 좀 더 잘해보자”는 의견 등으로 정리가 됐다고 당시 참여했던 청년예술가들은 밝혔다. 당시 시 관계자는 평가회의에 오지 못해 평가회의의 내용을 정리해 시에 전달했고, 이후 해당 축제 비용이 1억 원으로 증액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청년 예술가, 기획자들이 최근 진행 상황을 확인해보니 청년들이 주체가 돼 좋은 평가를 받아 예산도 증액된 행사를 올해는 시와 재단이 직접 콘트롤을 하겠다며 공연 위주 행사로 바꾼 사실을 알아냈다고 한다.
 
앞서 사운드 바운드의 경우 대표이사의 주도로 진행됐음이 추정된다면, 청년 인천 대제전의 경우 시가 청년들을 기획단계에서 제외하며 ‘직접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사실상 시와 재단이 합심해 청년 예술가들을 외면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실제 지난 5일 해당 행사의 내용을 다루는 자문회의에서 이같은 설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당시 자문회의에 참여한 청년 기획자는 “과거 인천시에서 문화예술과장이 직접 찾아와 청년 대제전에 사용될 예산 1억 원을 문화재단에 보냈으니 어떻게 할 지 아이디어를 고민해보자는 얘기도 있었다"며 그" 시기는 대략 1월 말에서 2월 초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년대제전에 참여했던 오석근 사진작가 등은 지난해에 했던 방식과 비슷하게 한 파트를 하고, 인천시 관계자가 원했던 대중지향성 공연과 청년 전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컨퍼런스 형식을 각각 한 파트씩 구성해 총 세 파트로 축제 진행을 하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등의 이야기를 지난달 초 나누었다.
 
이 기획자는 이후 시와 문화재단 측에서 “5일 자문회의 때 자문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사전(그 전주였다고 한다)에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자문회의라 생각했는데, 막상 참여해 보니 시와 문화재단이 지난해에 축제에 참여했던 인원을 비롯해 청년들을 제외하고 가안을 짜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다른 콘텐츠를 모두 배제하고 공연 팀들에게 예산 지원을 해주고 이 팀들이 특정 장소에서 공연을 여는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년 인천 대제전’의 기획 방향 문서. 시가 전권을 지휘하겠다는 의도(빨간색 표시)로 사실상 청년들을 제외시킨 채 만들어졌다.

 
이 기획자는 “시가 기획 단계서부터 청년들과 함께 만들어 가자는 얘기까지 한 사업인데,
이후 청년들의 참여 과정이 생략된 채 진행되고 있었다”면서 “직접 가서 그런 얘기도 했고 당시 자리에 춘천문화재단 등 타 지역의 문화 관계자들도 배석했는데 ‘청년 문화사업은 참여자 중심의 세팅이 돼야 한다는 등의 지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에 7일 사운드 바운드 측과 청년단체, 지역 문화단체 및 예술작가 등 30여 단체들은 “문화재단을 관리하고 지역의 문화 주체들을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할 대표이사가 지역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독단적으로 바꾸는 등의 행태는 예술창작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라 규정하고 “이는 지역의 문화예술 주체들이 쌓아오고 있는 자생성을 밟고 올라서서 이 주체들을 관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려는 한심한 작태로, 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본분을 잊은 몰지각한 행위는 지역의 문화예술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EBS 출신의 류화정 방송작가는 “지역 문화계의 지적을 공공재단에서 ‘전적으로 대표이사 권한’이라며 불통으로 받아치는 기관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최근 대통령이 어떻게 물러났는지 모르는가,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어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심사위원이자 음악 평론가인 김성환씨는 “한 도시의 문화 정책이라는 것은 그 진정한 효용성과 발전을 위해 ‘일관성과 지속성’이 전제 되어야 하는데, 단지 기관장 한 명이 바뀐 상황으로 인해 기존에 잘 진행되던 행사들이 변질되거나 없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은 인천의 문화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판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이강호 시의원은 “예산을 해당 축제들 명목으로 따놓고 임의대로 바꾸는 게 어디 있느냐”며 “순 엉터리”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단에도 알아보고 그렇게 집행하는 건 막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