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의 낡은 철강공장,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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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의 낡은 철강공장,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 부평사람들
  • 승인 2016.02.29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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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발로(Valor)’를 통해 보는 도시재생

<부평사람들 - 인천in 협약기사>

지역의 가치를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삼는 ‘도시재생’을 통해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재생은 물리적 정비와 함께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도시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정비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부평구 십정동에는 도시재생 개념이 부평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개념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있다. 복합문화공간 ‘발로'다.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보다


쇠락한 도시가 문화의 옷을 입고 ‘신흥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를 일으킨 것은 굴착기를 앞세운 개발 논리가 아니다. 도시재생은 1980년대 산업구조 변화로 쇠퇴한 영국 공업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되었다. 부평구 역시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도시 노후화에서 비롯한 위기를 피하진 못했다.

오래된 산업도시의 과제는 도시재생이다. 2013년 8월 4일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자체의 도시재생 노력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부평구 역시 지난 몇 년간 사회통합과 경제발전, 환경보전을 고려해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의 도시재생 사례는 부평구가 참고할 중요한 모델이다. 그러나 부평구가 지역 고유의 매력을 머금으려면 이미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굴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올해 부평구는 굴포천과 그 주변의 문화예술을 되살리기 위한 3개 대형 프로젝트에 응모해 수백억 규모의 국비를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문화예술을 통한 변화는 지역주민의 자발적 실천을 통해서도 가능한 부분이다. 예술적 감수성을 지닌 이들의 연대는 도시재생의 속도를 높이는 힘이다.

 

낡은 철강공장,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복합문화공간 ‘발로’는 문화예술을 통한 부평의 도시재생을 지역주민 차원에서 이끈 예다. 이곳은 김연표 대표가 영국의 ‘와핑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곳이다. 와핑 프로젝트는 효용을 다해 문을 닫은 와핑 수력발전소를 갤러리로 새롭게 변모시킨 사례다. 이른바 건물재생이다. 김 대표는 십정동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꿈을 실현할 최적의 공간을 찾았고, 인근 철강공장에 입주해 카페 발로를 열었다.

발로의 콘셉트는 가구다. 어떤 면에선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고급 빈티지 가구를 전시한 ‘쇼룸’인 셈인데, 이를 아낌없이 대중과 ‘공유’했다. 공개가 아닌 공유인 까닭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근사한 테이블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방문객들은 다양한 콘셉트로 꾸민 각각의 섹션에 들어가 ‘모델’이 되기도 한다. 사진 동호회 사이에서 카페 발로는 이미 유명한 출사지다. SNS에 올라간 사진을 통해 발로의 존재는 더 널리 알려졌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메카를 꿈꾸다

 

누군가는 발로를 카페로, 가구점으로, 스튜디오로 칭한다. 2015년 8월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주인공이 일하던 가구 공장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명성을 얻었다. 아이돌그룹 나인뮤지스도 이곳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문화 콘텐츠의 힘은 카페 발로를 찾는 더욱 강력한 유인이 됐다. 평일에는 100~150명, 주말에는 400~500명 정도의 방문객이 몰린다.

김연표 대표는 발로에 깃든 문화 콘텐츠 파워가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고 활력을 더하는 요소임을 체감하고 있다. 발로는 인천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의 창작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앞으로는 부평구 ‘청년로터리마켓’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그 몫을 다하고 싶다. 매주 토요일 2시에는 인디밴드의 공연이 열린다.

김 대표가 바라보는 발로의 역할은 주류와 비주류 간의 경계를 짓지 않는 문화예술인의 ‘플랫폼’이다. 그러나 개인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지자체와의 협업은 필수다. ‘복원’을 넘어선 ‘도약’을 꿈꾸는 부평구의 문화 실험은 가능할까. 발로를 통해 가능성을 발견한 이때, 다음 단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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