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LNG 증설, 주민의견 수렴보다 법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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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LNG 증설, 주민의견 수렴보다 법대로?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6.02.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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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에 행정심판 청구... 의견수렴 대신 법정다툼 가능성 높아

송도 LNG기지. (사진 출처 =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송도 LNG 기지의 저장탱크 증설공사와 관련해 인천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증설 여부를 놓고 한국가스공사와 지역구 주민들 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청구된 행정심판이어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 2월4일자 인천in 송도 LNG기지 증설, 지역사회-가스공사 갈등만 심화-아래 관련기사 링크 참조.)
 
10일과 11일 한국가스공사 및 인천시 관계자 등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가스공사 기지건설단은 연수구가 저장탱크 증설 공사에 대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저장탱크 증설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지난 4일 인천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가스공사가 이같은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은 연수구가 '부당하게'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LNG 저장탱크 증설공사 계획은 지난 2014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졌고, 같은 해 8월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조건부 통과하기도 했다. 주민홍보 활동을 50여 차례 실시했고, 주민설명회도 5회 이상 여는 등 시와 구청 측의 요구를 성실히 수행해 왔다는 게 가스공사 측 주장.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연수구청 측에 LNG 저장탱크 3기를 증설하는 데 필요한 부대시설 건축 허가서와 2개 공작물 축조 신고서 등을 제출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측 관계자는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러 활동을 했다”면서 “저장탱크 증설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 되는데 구는 계속 부대설비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행정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측 관계자는 “이 사업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지연되면 정부 정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최근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한반도에서 한파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수도권의 천연가스 설비 예비율이 한계에 도달한 만큼 저장탱크 증설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행정심판 청구의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단체들은 공사 진행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판단으로 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수구청, “의견 수렴 입증할 자료 없다”
 
문제는 가스공사가 이같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설이 송도지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책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강행되며 주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승인된 ‘조건’을 가스공사가 다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건’이라는 것은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했느냐의 여부 한 가지인데, 가스공사가 이를 아직 충족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책사업임에도 지역사회에서 반대 여론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한 일.
 
실제 연수구청이 이를 계속 반려하고 있는 것 또한 가스공사와의 주장과는 달리 주민 의견을 수렴한 공식 서류 없이 주민설명회만 진행됐다는 이유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 의견이 수렴됐다고 볼 만한 자료가 올라와 있지 않다”며 “이는 가스공사 측에서 주민 의견들을 수렴할 만한 충분한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반려 이유를 명확히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가스공사 측 주장대로 의견 수렴이 다 됐다고 하면 송도국제도시 주민연합회나 송도아파트 주민연합회 등이 LNG 증설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연일 내고 있고 이중 일부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등의 기자회견을 여는 등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런 정황에다 의견 수렴을 입증할 서류가 없는데 어떻게 허가를 해줄 수 있느냐”며 가스공사 측 주장에 반박했다.
 
이재호 연수구청장 역시 지난해 상반기 중 가졌던 기자회견 자리에서 “증설하려는 저장탱크 시설은 송도지구와 불과 3㎞ 거리”라며 “해당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혀 증설공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구청 측에 확인 결과 이 입장은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지구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인천시의회 정창일 의원도 이같은 문제를 연일 지적하고 있다. 정 의원은 “가스공사에서 주민설명회 등 의견청취 자리를 5회 정도 하면서 의견 수렴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된 게 한 건도 없다, 그 5회는 다 무산된 것”이라 전했다.
 
더불어 정 의원은 “송도지역의 주민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보면 전반적으로는 시민 안전을 담보로 놓고 증설공사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두고서라도 주민 의견이 반영됐다거나, 혹은 주민들이 우호적인 가스공사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역시 가스공사 측을 상대로 날선 반발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들 “연수구청은 공식 반려사유로 ‘안전문제’ 내세워야”
 
한편 가스공사의 행정심판 청구는 이것이 법정 싸움으로 갔을 때, 국책사업인 만큼 자신들이 법정서 승소하고 연수구청이 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가스공사 내부에서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는 움직임도 있다.
 
송도지구의 한 주민단체 관계자는 “이건 행정심판으로 가게 되면 연수구청 측이 지게 돼 있는 구조”라며 “가스공사가 이를 악용해 주민들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더라도 법정에서 이기면 결국 하게 돼 있으니 가스공사 내부적으로는 주민 의견 수렴을 쓸데없는 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견을 내보이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가스공사와 정부가 결국 약속을 어긴 것으로 규정하면서, 연수구청 측에 보다 강력한 반려사유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 1992년 LNG기지를 건설 시 10만㎘ 규모의 LNG 저장탱크 3기만을 건설하기로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10만㎘급 탱크 10기, 14만㎘급 탱크 2기, 20만㎘급 탱크 8기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약속을 깼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정부가 국책사업을 이유로 초기 약속을 계속 깨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를 강행하고 있는 셈이고, 주민들 의견을 모으기 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것으로 볼 때 의견 수렴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 전했다. 이들은 “반려 사유에 대해 주민의견 미수렴 외 다른 안전상의 사유들을 연수구청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공식적으로 그런 부분들이 없는 만큼 행정심판으로 진행되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연수구청 측도 다소 미온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심판위원회가 다음달 28일 경에 열려 이 건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이에 불복하는 쪽은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향후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라 LNG기지의 증설공사 여부는 현재로선 법정에서 판가름날 공산이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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