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Fact)과 진실(Truth) 사이, 보이는 것만이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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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진실(Truth) 사이, 보이는 것만이 진실일까?
  • 정대민(인천미디어시민위원회 기획정책위원장)
  • 승인 2015.03.09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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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마이의 미디어로 세상헤집기> 11.


한 젊은 여인이 있다. 그 여인은 젖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고 거의 벗다시피 한 노인이 그 젖을 빨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순간적으로 그 장면을 보았다. 과연 어떤 생각이 먼저 들까? 아마도 십중팔구 딸 같은 어린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네의 부적절한 애정행각이라 여기며 불쾌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능력 좋은 상노인이라고 엄지를 치켜 올리지도 모른다.

이것은 당신의 눈에 보인 사실이며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진실이라 믿게 된다. 그리고 입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믿음은 더욱 강고해진다. 그런데 만약 진실이 당신이 본 것과는 전혀 다르고 당신의 상상력 속에서 나올 수 없는 애절한 사연이 숨겨져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실제 이러한 그림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다고 한다. 바로 17세기 네덜란드 대표 화가 루벤스(Rubens)의 화제작 'Cimon and Pero'.

젖가슴을 드러낸 젊은 여인과 그 젖을 빠는 노인이라는 임팩트(Impact) 강한 이미지가 먼저 들어오기에 처음은 그런 오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진실은 감옥에서 굶어죽는 형벌에 처해져 죽어가는 죄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젖을 물린 딸의 숭고한 헌신과 사랑에 대한 내용의 그림이라고 한다.

사전적으로 ‘사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진실을 알려면 거짓을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바야흐로 인터넷혁명은 세계를 복잡하지만 단순한 거미줄로 엮어내며 디지털정보화시대를 열었고, 미디어시대를 펼쳤다. 정보들은 하루에도 수십만 수백만 개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화산처럼 폭발하고 있으며 공중파, 케이블, 종편, 위성 등 대형 미디어들은 이 정보들을 선별하고 편집하여 ‘뉴스’라는 이름으로 보도하기 위해 앞 다퉈 속도경쟁을 한다. 그리고 그 뉴스들은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가 받아 인터넷과 SNS로 빠르게 퍼져간다. 때론 거꾸로 소셜미디어와 1인 미디어를 대형 미디어가 받아 송출하기도 한다. 정석은 존재하지 않고 시청률과 구독률, 접속률이 대빵이니 변칙반칙은 하나하나의 애교로써 거짓도 상품이 되고 진실도 상품이 되고 가끔 지나가는 개소리도 상품이 되곤 한다.

얼마 전, 종영한 <피노키오>는 방송사 사회부 수습기자들이 사실과 진실이라는 딜레마 속에서 좌충우돌 성장해 가는 내용의 드라마다. 피노키오는 이탈리아 동화작가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나무인형이 훌륭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교훈적인 동화다. 이 드라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증후군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설정이 억지스러운 면은 있으나 우리사회 언론방송계의 단면을 거침없이 꼬집고 헤집으며 끄집어낸다. 이종석 분의 최달포 기자는 말한다.

“진실은 여기저기 조각처럼 흩어져서 그 모습을 우리에게 온전히 다 보여주진 않는다. 우리가 찾은 그것이 진실이 아닐 때, 진실은 우리에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신호를 보낸다. 그것은 바로 '의심' 이다. 완벽해 보이는 진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소한 조각, 의심. 그 의심을 접는 순간 진짜 진실은 그 모습을 감추고 만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러나 최달포와 적대적 관계로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버리고 진실도 버리고 자신도 버리는 냉혈한 여성 진경 분의 송차옥 부장 대사 한마디가 기자쓰레기, 일명 기레기로 불리게 되는 시장논리의 언론방송 현주소를 간단히 정리한다.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건 팩트보다 임팩트야.”
 

플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월터 리프먼은 자신의 저서 <여론(Public Opinion)>에서 우연한 사실, 창조적 발상, 믿으려는 의지, 이 세 가지 요소 때문에 가짜현실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본능적으로 격렬히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언제든 여론은 조작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팩트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임팩트한 스킬이 필요할지는 몰라도 언론방송의 사회적 역할까지 임팩트하게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인천에도 꽤 많은 지역언론이 경쟁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도 있고 짧은 역사의 언론이나 방송도 있다. 그러나 인천은 인구 300만 명에 육박하는 광역시임에도 수도권에 묶여 여전히 미디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방의 소도시에도 있는 KBS 방송총국 하나 없으면서 시민들은 호갱도 아니고 매년 수신료를 400억이나 내고 있다. 언론방송사 재정상황은 언제나 바닥에서 맴돌고 자질논란을 떠나 기자들은 생활고 해결을 위해 관공서 부처들의 책상을 툭툭 쳐야한다. 게다가 인천시 마저 시한폭탄 인천도시공사 부채문제와 작년 치른 아시아경기대회 재정후유증에다 요즘은 수도권매립지 연장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지역현실 속에서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인터넷언론 <인천in>은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할까? 지역 언론의 고질적인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정론지로서의 균형감을 갖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할까? 곧 맞이할 출범 5주년, 해답은 역시 시민들에게 있을 것인데 그것이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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