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도 민들레국수집, 공부방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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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도 민들레국수집, 공부방 연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4.04.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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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으로 떠나는 서영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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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 서영남 대표가 곧 필리핀으로 간다.  그곳에 민들레국수집과 공부방을 열고 장학금을 지원하고 위해서다. 민들레국수집은 4월 1일에 설립 11주년을 맞아 식구들끼리 조촐하게 기념행사를 하기도 했다. 필리핀에 새로 문을 열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들어봤다. 
 
 
11년 전 식탁 하나로 시작해
 
 
“민들레국수집은 11년 전 식탁 하나로 시작해서 지금은 하루에 500~600명이 밥을 먹는다. 그때 시작한 마음처럼, 필리핀에서도 그 마음으로 시작할 것이다.” 서 대표는 걱정보다는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 하루가 바쁘다. 필리핀의 4월 5월은 무척 덥지만, 지금 가야 학생들에게 해줄 일이 있다.
 
서 대표는 “학생들이 6월초에 개학을 하니까, 가자마자 서둘러 아이들 공부방하고 장학 지원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 군데서 시작하고, 그 다음에 급한 대로 서너 군데로 늘릴 것이다. 능력이 되면 더 많이 할 수도 있다”면서 “밥집과 공부방을 열고 장학금을 지원할 것이다.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를 통해서 자기 꿈을 좀 키워나가야 하는데, 워낙 배가 고프게 살고 있다. 배고프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또 학교 다니는 아이들한테 필요한 게 많은데 적어도 꼭 필요한 것들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필리핀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라 학교에 들어가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학용품이 비싸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필리핀이 너무 더워서 아침 6시쯤 일과를 시작한다. 그래서 오전 열시쯤 되면 필리핀의 전통적인 간식시간이 있는데, 그때쯤 되면 관공서든 어디든 자기가 준비해간 간식을 먹는다. 아이들은 간식을 못 싸 가면 간식타임에 창피하다고 학교를 안 가려고 한다. 빵 한 조각, 음료수 하나만 있어도 아이들이 꾸준히 다닐 수 있는데, 그것마저 못해주면 다닐 수가 없다. 다는 못하지만, 몇 명한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민들레국수집을 지켜온 서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 어떻게 운영될까 궁금했다. 서 대표는 일이 있을 때마다 오갈 것이고,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 소식도 전할 것이라면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들레국수집은 수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는 말도 강조했다. “여기도 정말 어려운 분이 오시니까 운영이 잘 돼야 한다. 나는 서너 달에 한 번씩 왔다갔다 할 것이고, 그동안 아내 베로니카와 딸 모니카가 민들레식구들과 함께 꾸려나간다. 자원봉사자 분들도 함께해주신다고 했다. 모두 참 고맙다. 처음에는 내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몇 년 동안 기초를 잡아놓고 딸과 교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는 VIP 손님인 노숙자들은 국수가 아니라 밥을 주로 먹는다. 바깥에서 지내는 만큼 영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반찬은 뭘까. 서 대표는 꽤 된다면서 웃었다. “우리 음식은 맛있고,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요샌 시금치가 나오는데, 어떤 분은 시금치를 밥만큼 담아간다. 다른 데서는 잘 먹지 못하니까 그렇게 드시는 것 같다.”
 
 
누가 힘들면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나
 
 
필리핀에 민들레국수집을 낸다고 하면, 한국에도 불쌍한 사람이 많은데 왜 필리핀까지 가서 하냐는 사람도 있다. 서 대표는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필리핀은 워낙 가난하니까, 한국 분들이 형제애로 나눠주셨으면 좋겠다. 똑같이 하느님의 한 자녀, 형제자매다. 형제 중에 누가 힘들면 당연히 도와줘야 하지 않나. 그래야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다.”
 
4월 1일은 민들레국수집이 문을 연 지 11년이 된 날이다. 이제 12년째 들어서는 셈. 서 대표는 12년을 맞이하면서 필리핀에도 민들레국수집을 내게 돼 즐겁다. 서 대표는 수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지금의 민들레국수집을 있게 해줬다고 강조했다. “이제 12년째 접어들었다. 11년 전에는 단돈 300만원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 공모해서 예산확보하는 일도 하지 않고, 후원회나 봉사자 조직도 만들지 않고, 부자들이 생색내면서 내는 건 안 받는데도 하루에 500~600명 정도가 식사를 하고 있다. 그것도 11년째 그러고 있지 않나.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했는데, 필리핀에 가서 하면서 돈 걱정 사람 걱정하면 바보다. 필리핀에 가서도 이런 마음으로 할꾸려갈 것이다.”
 
그는 또 “하지만 거기서는 외국인으로 가는 거라 최소한 비영리법인은 만들어야 했다. 몇 달 동안 필리핀 민들레국수집 INC 비영리집을 구성하고 허가를 맡아놨다. 말라본시티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세를 얻어서 시작할 것이다. 건물을 사거나 짓거나 하는 게 아니라 세를 얻어서 할 것이다. 여기처럼 시작하면 잘 될 것”이라면서 "지금 민들레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집도 다 월세다. 민들레국수집, 공부방, 어린이밥집, 민들레식구들이 사는 집까지 모두 세다. 그들은 무소유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무것도 없는 밭에 씨앗을 뿌리면 조금씩 자란다. 자연스럽게 전에부터 있었던 것처럼 환경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마음, 그렇게 하면 필리핀 분들도 존중되고 마음 다치지 않게 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죠.(웃음)” 서 대표는 겸손하고 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햇볕과 바람이 고맙고, 고마움을 아는 사람들
 
 
서 대표가 생각하는 필리핀은 어떤 나라일까.  “아주 젊은 나라다. 인구가 1억명 정도 되는데 20세 미만이 50퍼센트를 넘는다. 인구가 너무 많아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고등학교까지 2부제 수업을 한다.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그 애기들이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다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애기들 밥 좀 먹게 하고, 조금만 편한 자리에서 공부하게끔 조금만 도와주면 저들이 큰 꿈을 갖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잖은가. 그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 대학을 나와 직장을 잡으면, 그 가족이 먹고 살 수 있게 된다.” 
 
그는 또 필리핀 사람들은 가족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따뜻하다고 전했다. “필리핀 아이들은 눈물날 정도로 착하다. 자기도 배가 고플 텐데 먹지 않고, 봉지에 싸서 집에 가서 나눠먹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럽다. 자기만 알고 남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나. 또 쓰레기산 등지에서 힘들게 살면서도 행복해한다. 왜냐하면 그래도 고마운 게 한두 가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햇볕이 고맙고 바람이 고맙고… 고마워할 줄 알면서 살더라. 우리는 욕심을 채울 길이 없는데, 그 사람들은 냉수 한 잔에 고마워하고 밥 한 그릇에 고마워한다.”
 
민들레국수집은 수없이 많은 사람의 따뜻한 마음으로 운영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힘든 때는 언제일까. “이맘때면 민들레국수집 보릿고개다. 쌀이 간당간당하고, 스릴 만점이다.(웃음) 보통 4,5,6월은 꾸준히 오던 쌀도 떨어지고 손님들은 많이 늘어난다. 스릴 만점 간 졸일 때다. 근데 마음 아픈건, 꼭 이럴 때 동네 할머니분들이 집에 쌀 떨어졌다고 오시면 제가 쫀쫀한 놈이어서 갈등을 한다. 드려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웃음) 며칠 전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 생일인데 밥 먹게 쌀 10kg만 달라고 하셔서 드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쌀을 달라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가난해도 쌀만 집에 있으면 살아가는 것 같다. 김치가 없으면 소금을 반찬삼아 먹는다. 운영이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든 대로 나눠 먹는다.”
 
필리핀에 가자마자 서 대표는 어린이들 밥 먹일 공간을 얻는 일부터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밥부터 먹이면서 그 다음 일을 해나갈 생각이다. “걱정없다. 2003년에 식탁 하나 놓고 시작할 때처럼 하면 될 것이다. 준비한다고 하면 어떤 분은 아주 거창하게 준비하는 줄 아시지만 아주 가난하게 시작하면 된다. 식탁 하나 놓고 세 평에서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어떻게 할 거냐고 하면 여기 민들레국수집 하듯이 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면 뭐가 가장 필요한지 몸으로 느낄 수 있고, 그때 그걸 하면 된다. 일을 시작할 때 계획을 짜서 하지 않고 닥치고 막무가내로 시작한다. 그 지역 사람을 위해서 그 나라 사람을 위해서… 그 분들을 섬기면서, 그 분들이 정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넓혀나가면 된다.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웃음) 아주 작은 것 하나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라면서 “그래도 여기보다 쉬운 것은, 최초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필리핀 요셉의원 최흥식 신부님께서 도와주시기도 했다. 자리 잡을 때까지 요셉의원에 지내면서 거기 있는 차량 등을 쓰면서 하라고 하셨다. 먼저 자리 잡은 분이 이런저런 도움을 주신다.”
 
서 대표가 가는 곳은 필리핀에서도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다. “우리가 밥집을 열 곳은 주민의 70퍼센트 이상이 가구당 하루 수입이 3000원 미만이다. 또 태풍이 불면 물바다가 된다. 강 하구고 바닷가 근처라서 갑자기 8,9월이 되면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해수면처럼 고무보트가 있어야 할 정도다. 그때 그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데, 온도도 내려가는데 덮을 것도 없고 추위와 배고픔으로 벌벌 떨게 된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지만, 그는 12년째 되는 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 기쁘다. 무엇보다 묵묵히 도와주는 수많은 분들이 고맙고, 그런 분들과 함께해 복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전통방식의 빵 공장 만들고 싶어
 
 
그는 필리핀에 가면서 꿈이 하나 늘었다고 덧붙였다. 다름아닌 빵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빵에 내용물이 들어가지 않는 빵을 만들어야 더워도 보관하기 쉽다. 필리핀 전통적인 빵은 내용물이 없는 빵이다. 장작 때서 화덕으로 빵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아주 조그많게 필리핀 전통방식으로 빵 공장을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아이들 밥 먹이는 것도 어린이꿈밥집처럼 식사 시간을 한때로 정하고 줄세우지 않고 아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먹을 수 있다. 아이들만 먹는 게 아니라 아이들 손잡고 오는 부모도 함께 먹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영양식이 될 수 있도록 반찬 두세 가지는 놓아서 아이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게 욕심을 내고 있다. 할 게 많다.(웃음)”
 
며칠 전에는 준비하면서 최소한 필요한 것들을 화물로 보냈다. 스텐레스 식판, 수저, 물컵, 간식접시 등과 초등학교 지원 수준의 아이들을 위한 영어 교재, 문구류를 보냈다. 또 아이들한테 입힐 티셔츠를 예쁘게 만들었다. 서 대표는 “그밖에 더 필요한 것은 가서 부탁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화, 충전용 랜턴, 캠핑용 랜턴 등을 준비했다. 그곳은 정전이 잘 된다. 또 땀을 흘려도 금방 마르는 셔츠 몇 개를 준비했다”면서 “사실 여기 걱정이 좀 되지만, 모두들 걱정하지 말고 필리핀에 가서나 잘하라고 한다. 모든 일이 순조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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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 11주년 잔칫날 풍경(201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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