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주소로 인천 옛 지명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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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로 인천 옛 지명이 사라진다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3.11.1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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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 복원 요원, 옛 지명을 살리는 보완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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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배다리 지명이 사라지고 '서해대로'가 붙었다

2014년 1월 1일부터 도로명 주소 사용이 전면 시행되면 옛 부터 사용해 오던 인천의 옛 지명들도 점점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도로명이 지번을 대신하면서 옛 지명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경인대로, 부평대로, 서해대로 등이 청천동, 산곡동, 금창동, 배다리를 대신해 도로명판이나 건물명 앞자리에 자리 잡게 된다. 인천에 늘 사용해 오던 추억과 역사가 서린 장소들이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인천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영영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도로명 주소 사용으로 사라지는 인천의 옛 지명들에는 특히 작은 단위 마을을 지칭해 온 지명들이 점차 사라질 운명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인천을 알려낸 역사문화적인 지명들이 국가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라는 이름하에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협의과정 없이 이뤄진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도로명 주소로 전환되면, 지명을 호명하면서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는 감성이 이제는 사라져 버린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제는 주민등록증에도 도로명 주소가 기재될 것이다.

예를 들어 금창동 1001번지라는 지번 주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장소성을 알 길 없는 경인대로 20이라는 지역불명의 숫자가 부여된다. 법적으로 사용된 지명이 도로명 주소가 법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다.

현대사회가 날로 진전하면서 땅에 부여된 감성들이 표준화되고, 구별이 없어지는 시대로 가면서 여러 가지 문제, 곧 공동체의 붕괴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문제점을 그나마 보완해준 장치가 지번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찾아가는 방식에서 작은 공동체를 살려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조차 내년이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작은 공동체를 엮는 매개물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마을 단위로 형성된 공동체가 도로명 주소 사용으로 모두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로명 주소로 사용은 장소성 확보보다는 효율성과 표준화에 기댄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이처럼 도로명 주소 전면 도입을 추진한 저변에는 지역성, 공동체성은 무시되고, 과거의 낡은 것으로 효율성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여겨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로명 주소 사용에 대해서, 반대하는 목소리는 불교계에서도 표출됐다. 도로명 주소 사용이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헌법소원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에서는 도로명 주소 사용으로 옛 사찰 지명 등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道場里),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연화리(蓮化里) 같은 불교와 관련된 지명이 내년부터는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서울에서는 2011년 개운사가 있는 주소를 '인촌로'로 도로명 주소로 변경했다가, 불교계와 항일운동단체의 항의로 '개운사1길'로 다시 변경된 바 있다. 

따라서, 인천에서도 도로명 주소 전면 사용에 따라, 없어지는 옛 지명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를 다시 복원해서 도로명 주소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도 지금부터라도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의 오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해체되어 가는 공동체를 다시금 살릴 수 있는 언어적 구심력을 회복해서 인천의 장소성을 더욱 공고히 해야한다는 것이다.

인천시와 각 구청에서 도로명 주소 전면 사용을 한 달 여 앞 둔 시점에서 홍보함과 동시에 인천을 수 백 년 동안 묵묵히 알려온 옛 지명들이 더 이상 없어지지 않고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도로명 주소에 확장시키는 노력이  송도에 105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것보다 인천지역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일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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