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섭 받지 않고 겨울잠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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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섭 받지 않고 겨울잠 자요!"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1.08 2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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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인천수목원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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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목원 식물들이 깊이 잠들어 있다. 새해 첫 날부터 다음달 2월까지 아예 문을 닫고, 사람들의 인기척을 멀리한 채 겨울잠에 빠져든 것이다. 식물들은 그들의 봄을 기다리며 이렇게 사람들과 떨어져 휴식을 취한다.
남동구 장수동 인천대공원은 일년 내내 열려 있다. 그런 까닭에 공원 초입에 있는 수목원을 기웃거리며 겨울수목원을 보고 싶다는 사람이 간혹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람 중심 생각이다. 눈 덮인 수목원을 개방하면 어디가 관람로인지, 식물이 사는 곳인지 몰라 훼손된다. 사람들 발길이 닿아서 멀쩡한 곳이 있을까.

인천대공원 수목원팀은 사실 지난 11월에 식물 월동준비를 끝냈다. 흙을 덮고 가지를 치고, 약한 식물을 감싸주었다. 유기질 퇴비를 주고, 초본은 짚이나 우드칩(나무껍질을 분쇄한 것)을 깔아주거나 덮어주었다. 그래서 식물은 1,2월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쪽에서 주로 자라는 벽오동나무나 배롱나무는 줄기 전체를 감싸주고, 삼지닥나무처럼 줄기가 가는 식물은 비닐집을 씌우고 낙엽을 채워 따뜻하게 해주었다.
 
인천대공원 수목원팀장 정수경 연구원은 “공원은 어차피 일 년 열두 달 개방한다. 1,2월만큼은 수목원 문을 닫고 식물들이 ‘정말 맘 편히 쉴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겉보기엔 아주 정적이지만 봄을 맞이하기 위한 고요하고 편안한 시기니까 사람들이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수목원은 의도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사립식물원 경우는 적어도 10년 이상을 준비해서 문을 연다. 고향을 떠난 나무는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5,6년은 걸린다. 인천수목원은 2008년에 문을 열었으니 아직 자리잡지 못한 나무가 많다. ‘나무’로만 보면 인천수목원은 수목원 답지 않다. 더욱이 국립 광릉수목원을 다녀온 분들은 그곳이랑 비교한다. 하지만 뭐든 세월이 지나야 자리잡지 않나?”라며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에 중점을 두지 않고 나무가 활력을 찾게 도와주는 걸 최우선으로 삼는다. 대공원 출입구 쪽에 있는 가로수 느티나무 가슴둘레가 8cm 되기까지 7년 걸린다. 수목원 나무는 심은 지 5년 됐으니까 앞으로 3,4년 지나야 큰나무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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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수목원을 찾는 사람은 넘친다. 지난해만 해도 약 19만명이 찾았다. 특히 숲유치원, 수목원 해설, 나무로 만드는 숲 체험, 습지원 해설, 방학특강은 2만9천명이 참여했다. 숲유치원의 경우, 첫 해는 선착순으로 뽑았으나 새벽부터 기다리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지금은 인터넷 접수를 해서 추첨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지난해에는 수목원에 있는 나무 이름표 2천600개를 바꾸었다. 이름표에는 식물도감에 있는 걸 그대로 쓰지 않고 나무 이름만 봐도 나무의 유래나 생김새를 알도록 만들었다. 나무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서 사람이 나무에게 다가가야 하는 게 수목원팀 연구원들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수목원에서 하는 일은 무척 다양하다. 종 보존, 증식, 교육, 휴양 등등. 하지만 인천대공원 수목원팀은 주로 교육에 중점을 주고 있다. 다른 수목원에는 20, 30명이 되지만 인천수목원은 연구원이 달랑 두 명이다. 기능직 두 명까지 포함해도 네 명뿐이다.
 
수목원 영역에 들어가는 온실은 월요일 빼고는 늘 문을 연다. 선인장 종류와 열대식물이 심어져 있다. 온실 난방은 경유에서 도시가스로 바꾼 다음 6개월 난방비 1억원이 3천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겨울철에 온실에 식물을 보러 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따뜻하니까 지나가다 사랑방 개념으로 들르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선인장에 낙서를 많이 했지만 요즘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작은 식물은 심는 즉시 없어지기 때문에 주머니에 들어가는 식물은 심지 않는다.

날마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살림살이가 빠듯해 멀리 겨울여행을 하자고 아이들이 보챈다면 인천대공원 온실을 찾아 잘 자라는 식물을 봐도 좋을 일이다. 사람들 발길을 멀리하고 편안하고 조용한 겨울잠을 자고 있는 수목원 나무들을 멀리서 지켜볼 일이다. 나무들이 그들의 에너지를 비축하고, 그 나무들과 함께 어우러져 겨울을 나는 온갖 새와 벌레들도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겨울을 나고 있다. 수목원에 사는 모든 생명들은 봄이 되면 기지개를 활짝 펼 것이다. 2월말이면 복수초를 시작으로 풍년화, 생강나무, 산수유 꽃을 피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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