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지역이 너무 넓어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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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지역이 너무 넓어 헤맨다"
  • 이병기
  • 승인 2010.04.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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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한 '교육의원' 선거…낮은 인지도, 광활한 선거구


제1선거구에 출마한 모 예비후보. 매일 새벽에 일어나 사람들을
찾아가지만, 많은 시민들은 '교육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알지 못한다.

취재: 이병기 기자

어느새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교육의원' 선거지만, 시민들은 '교육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심지어는 투표를 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국회의원 선거의 2배가 넘는 '거대한' 선거구는 출마자들이 가뜩이나 인지도가 낮은 교육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데 부담감을 가중시킨다.

후보 대부분은 반평생 교직에 몸담아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님' 이었지만, 지금은 거리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명함을 나눠주는 '정치인'으로 변신하고 있다. 낯설고 어려운 길이지만 열정으로 거리를 누비는 그들의 선거운동을 들여다보자.

첫 직선으로 실시되는 교육의원 제도는 기존 '인천시 교육위원회'에서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로 변경되면서 명칭 또한 '교육위원'에서 '교육의원'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인원수는 예전 9명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지방선거 이후에는 시민 직선제로 선출되는 5명의 교육의원을 시의회 교육위원회 당연직 시의원으로 뽑고, 나머지 4명은 시의원 중에서 선임한다.

현재까지 인천시 교육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은 총 12명. 인천의 교육의원은 중구·남구·옹진군의 제1선거구와 동구·서구의 제2선거구, 연수구·남동구의 제3선거구, 부평구의 제4선거구, 계양구·강화군의 제5선거구 등 5개 선거구로 나눠 진행된다.

이번 교육의원 선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시된다. 4년 후 교육의원 임기가 종료되면 시의원들로 교육의원 9명 전원이 채워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의원들로 교육위원회를 만들 경우 지역 교육을 위해 일하는 교육의원들의 전문성 저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선생님'에서 '정치인'으로

#. 제1선거구(중구·남구·옹진군)에 출마한 배상만(63) 예비후보는 학익초, 중앙초 등 지역의 8개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작년 8월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을 끝으로 40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배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낯설음'이었다.

"경험이 없잖아요. 한 번은 선거운동 중에 제자를 만났는데 '선생님이 명함을 돌리니 이상해요'라고 말합디다. 제 심정도 같았죠. 익숙치 않은 일을 하려니 나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어색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거리에서 10명에게 명함을 나눠주면 6명 정도가 받는 것 같아요. 어떤 분은 명함을 건네면 외면하고 갈 때도 있는데 그땐 무척 쑥쓰럽죠. 그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피한다니까요."

주변에서 배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친구들은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낯설음'도 '익숙함'으로 서서히 변해갔다.

"나중에는 자녀와 함께 지나가는 시민들에게는 '아이가 참 이쁘네요'라며 다가섰지요. 그냥 명함만 주기보다는 '립서비스'도 하구요. 최대한 밝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집니다."

'교육의원'의 낮은 인지도도 선거운동의 걸림돌이다. 배 후보는 처음 선거운동 당시 시민들이 "교육감이에요?"라고 물어올 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 "교육계의 국회의원이다"라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예전보다 시민들이 더 쉽게 이해한다고.

정당이 없어 기호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다. 다른 선거의 경우 특정 번호의 숫자만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것도 선거운동에서 큰 도움을 주지만, 교육의원과 교육감 선거는 제비뽑기로 정해진 이름 순으로 투표지에 쓰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 후보는 "많지 않은 돈으로 효율적인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름을 알리는 것도 다른 후보자들처럼 평범한 어깨띠를 두르는 것보다 '교육의원 예비후보 배상만'이라고 쓰인 점퍼를 직접 제작해 입고 다닌다. 물론 선관위의 자문을 구해 규격에 맞는 크기로 준비했다.

넓은 선거구를 일일이 다 챙겨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옹진군까지 선거운동을 다녀야 하지만, 섬에 들어간 후 때를 잘못 맞추면 1주일씩 나오지 못할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그에게 모든 면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 작년 퇴임 전까지 남부교육청 교육장을 지낸 배 후보의 경우 아직도 지역 곳곳에 인연의 끈이 닿아 있다. 더불어 남부교육청 관할이 선거구와 동일하기 때문에 넓은 면적이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익숙한 것도 장점이다. 또 남구에서만 30년이 넘게 교사로 재직한 것도 큰 도움을 준다.

배 후보는 "처음 퇴직 후에는 집에서 글이나 쓰려고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정부 시책대로만 따라가는 제도권이 아닌 그 밖에서 여태까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어 나오게 됐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교육의원이 상대해야 할 시민, 1대43만명


제4선거구에 출마한 이동현 예비후보. 한 달 반 동안 부평구 22개 동을
두 번씩 방문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 1대 43만명. 제4선거구(부평)에 출마한 이동현(62) 예비후보가 상대해야 할 시민 수다.

현재 부평구는 갑과 을로 나뉘어 두 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있지만, 교육의원은 단 한 명밖에 선출되지 않는다. 최근 집계된 부평구 주민 수는 약 56만명으로 19세 이상 선거권을 가진 이들은 43만명이나 된다.

이동현 후보는 부평지역에서만 30년 넘게 교편생활을 이어왔다. 인천 북부교육청 학무국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마친 그는 제자와 학부모들이 그의 선거 전략 중 하나지만, 일반 시민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부평구 22개 동을 다 돌아야 합니다. 하루에 한 동씩 총 두 번 정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직이 있거나 돈이 많은 것도 아니니 일일이 돌아다니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것밖에 방법이 없죠."

이 후보의 전략은 지역 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 위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동 주민센터에 문의해 바자회 등 지역 행사가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간다. 또 산악회 모임이라도 있는 날이면 새벽 4시 반쯤 일어나 부지런히 등산객들을 찾아 인사를 다닌다. 하루종일 명함을 돌리다 보면 집에 들어가는 시간은 밤 10시. 그는 "공직 생활을 할 때보다 배는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며 웃는다.

이동현 후보 역시 교육의원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전에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등 제한된 인원으로 교육위원을 선출했지만, 지금은 일반시민들을 상대하려니 힘들다. 사람들에게 교육의원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설명하다 보면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그러나 시민들이 이해한 후에는 '대학 등록금을 싸게 해달라',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라' 등의 주문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 후보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바로 그의 아내다. 인건비도 줄이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명함을 돌리며 '이동현'을 알리는 아내는 '100점'짜리 선거사무원이다. 그의 아들 역시 캠프에서 한 팔을 거들고 있어 온 가족이 선거운동을 함께하는 셈.

"일부 어르신 중에는 글씨를 모르는 분들도 있어요. 그럴 때는 이름 대신 기호가 필요한데 교육의원 투표에는 숫자가 없으니 난감할 때가 있죠. 또 선거구는 국회의원보다도 넓지만, 구청장 선거보다도 선거사무원 수의 제한 등 규제가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시의원이나 구의원들은 그나마 동네를 돌아다니며 얼굴이라도 익혔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없으니 힘들죠."

이동현 후보는 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때까지 뛰어다닐 계획이다.

이기한 인천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팀장은 "교육의원 선거는 선거구는 넓지만, 광역의원 선거에 준해 치러지기 때문에 다른 선거보다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며 "투표용지의 이름 게재 순서는 후보 등록일인 5월14일 주사위를 뽑아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육의원 예비후보자 등록현황을 보면 제1선거구에서 배상만 전 인천남부교육청 교육장과 허원기(68) 인천시 교육위원, 제2선거구에서 오재궁(64) 전 부개고등학교 교장과 최병준(67) 전 교육위원, 하상철(60) 전 인천서부교육청 교육장, 이강식(61) 전 서부교육청 학무국장이 등록을 마쳤다.

제3선거구에서는 김기수(64) 전 동부교육장이 유일하게 출마했으며, 제4선거구에서는 이동현 전 북부교육청 학무국장, 이수영(62) 인천시교육청 교육국장, 이병용(62) 인천북부교육청 교육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제5선거구에서는 김영태(63) 전 계산고등학교 교장과 이언기(57) 전 계양고 교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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