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도권매립지 공모 한달... 유치 나선 지자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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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도권매립지 공모 한달... 유치 나선 지자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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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5.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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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25일까지 3차 공모… 현 매립장 40% 남아
10년 더 매립되지만 새 매립장 조성에도 10년

 새 수도권매립지를 유치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돈식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기획조정처장은 10일 인천 서구의 공사 홍보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대체 매립지 공모에 응모한 지자체는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류 처장은 최근 수도권 기초지자체 대상으로 진행한 4차례 설명회에서 매립지 유치에 동의해야 하는 주민 범위 등 절차를 두고 질문이 나온 적 있다고 소개하면서 "(유치를) 내부에서 검토했기에 나온 질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지난 3월 28일부터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매립지 3차 공모를 진행 중이다. 공모 기한은 6월 25일로 47일 남았다.

 

10일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모습.
10일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 모습(사진 = 연합뉴스)

 

지금의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 개장했는데, 제1·2매립장은 사용이 끝났고, 현재 인천의 제3-1매립장이 사용되고 있다. 인천시는 3-1매립장 설계상 포화 예정시점인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체 매립지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가 없는 상황은 예견된 일이다.

지난 2021년 1차(2021년 1월 14일부터 4월 14일까지)와 2차 공모(2021년 5월 10일부터 7월 9일까지) 때도 응모 지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를 시작하면서 환경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는 후보지 규모를 줄이고 부대시설 수도 이전보다 줄였다.

1차와 2차 공모 땐 부지면적으로 각각 220만㎡ 이상과 130만㎡ 이상을 요구했으나 이번 3차에서는 90만㎡ 이상이면 되도록 했다. 부대시설은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만 요구하고 이전 공모 때 요구한 전 처리 시설과 건설폐기물 분리·선별 시설은 요구하지 않았다.

매립이 시작되고 3개월 내 매립지가 설치된 기초지자체에 주어질 특별지원금은 2천500억원에서 3천억원으로 늘렸다.

유치에 나설 지자체가 없을 것을 예상해 조건은 덜 까다롭게 하고, 혜택은 확대한 것이다. 새 매립지 명칭도 '자원순환공원'으로 했다.

악취나 환경오염 없이 주민에 편익을 제공하는 시설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현재 매립지도 쓰레기를 묻은 뒤 바로 50㎝ 흙으로 덮어 악취가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사용 종료된 매립장(제1매립장) 상부를 골프장으로 조성해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체 매립지를 유치하겠다는 지자체가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전에 공모가 무산됐을 때보다 환경부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다. 이는 수도권매립지로 오는 폐기물량이 이전보다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007년 509만7천t에 달했던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은 작년 129만3천t으로 감소했다. 지난 1995년 쓰레기종량제 시행과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로 폐기물 반입량이 줄어든 뒤 2021년 건설폐기물과 관련해 유리와 금속 등을 걸러낸 잔재물만 매립하도록 바뀌면서 또 반입량이 큰 폭 감소해 하루 반입량이 초기엔 1만t을 훌쩍 넘었으나 작년 기준으론 5천500t에 그친다.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가 시행돼 폐기물을 소각하고 남은 재만 수도권매립지로 오게 되면 폐기물 반입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사용되는 제3-1매립장은 총 1천819만t의 쓰레기를 묻을 수 있는 규모로 지난 3월까지 59.9%(1천90만t)가 사용됐다. 이 매립장에 연간 매립되는 폐기물량은 50~80만t으로 산술적으로는 10년 안팎 더 사용할 수 있다.

또 환경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은 지난 2015년 6월 '수도권매립지 정책개선 4자 협의체 최종 합의'에서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현 매립지 잔여 부지의 15% 내에서 추가 매립을 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조항을 믿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대체 매립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10일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쓰레기더미 오른쪽 흙이 덮여있는 언덕이 전날 쓰레기가 매립된 곳이다.(사진 = 연합뉴스)
10일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에서 쓰레기 매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쓰레기더미 오른쪽 흙이 덮여있는 언덕이 전날 쓰레기가 매립된 곳이다.(사진 = 연합뉴스)

 

물론 시간이 여유롭게 남은 것은 아니다. 빈 땅에 쓰레기를 묻는다고 매립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립지에는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침출수와 가스를 처리할 기반시설이 설치돼야 하는데 수도권매립지 제3-1매립장의 경우 이런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이미 확보된 나대지에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데 7년이 걸렸으니 새로운 부지에 조성될 대체 매립지의 경우 기반시설 설치에 10년은 족히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도권매립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폐기물 처리체계는 2015년 4자 합의에 기반한다.

민선 7기 때 이행이 사실상 중단됐던 4자 합의는 민선 8기 지자체장들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작년 2월부터 재이행되고 있다.

4자 합의에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이사회 참여와 공사 인천시 이관 등도 담겼는데 현재 '지자체의 이사회 참여'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후에는 수도권매립지공사를 환경부 산하에서 인천시 산하로 옮기는 이관 문제가 남는데 인천시를 이를 강력히 원하지만 공사 노동조합과 주민협의체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노조는 공사가 인천시로 이관될 경우 그간 공사가 확보한 노하우와 기술이 새 매립지에 적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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