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사랑에 숨겨진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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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사랑에 숨겨진 비밀
  • 최원영
  • 승인 2024.03.2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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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9화

 

누구나 사랑을 원하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는 안타깝게도 배우지 못한 채 자랐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떠올릴 때면 본능적인 사랑만을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본능적인 사랑은 자칫 나와 너 모두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올바른 방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사랑은 곧 지혜입니다. 지식은 배워서 아는 것이지만 지혜는 아는 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을 올바로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실천이 따라야 하니까요. 내가 사랑을 줌으로 인해서 상대가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절제가 필요하고요. 그래서 쉽지 않은 겁니다.

그런 지혜 중의 하나는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일간지에 실린 기사가 기억납니다.

미국의 어느 부둣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여객선이 도착해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는 도중에 한 여자가 발을 헛디뎌 그만 바다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고함을 치면서 발을 동동 굴렀으나 선원들은 그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기만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런 무책임한 선원들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 빠진 여자가 두 번이나 물속에 떠올랐다가 잠겼는데도 선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자의 힘이 완전히 소진된 것을 안 다음에야 한 선원이 다이빙해서 축 늘어진 그 여자를 구해서 올라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왜 처음부터 빨리 구해주지 않았느냐며 그 선원을 나무랐습니다. 이 말을 들은 선원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모르시는 말씀들 하지 마십시오. 사람이 물에 빠져 자기 힘으로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쓸 때는 어느 장사가 구하러 들어간다고 해도 빠진 사람의 힘에 눌려 같이 죽게 됩니다. 그래서 기다린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죽을 사람을 살린 저 선원처럼 우리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배워야 합니다. 사랑의 방법 역시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음은 김현태 시인의 ‘내 마음 들었다 놨다’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적당한 거리의 법칙

나무와 나무 사이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한정된 영양분을 나눠 먹어야 하기에

튼실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고슴도치와 고슴도치 사이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뾰족한 가시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서로 그리워할 만큼의 거리,

서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

서로 소유하지 않고

자유를 줄 수 있는 거리,

서로 불신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거리,

그 거리를 유지해야만

관계가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내 편으로 만들고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집착보다는

때로는 제3자인 것처럼

한 걸음 물러나 관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참 지혜가 번뜩이는 시입니다. 나무도 고슴도치도 그리고 사람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서로가 서로를 믿고 좋은 관계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는 이치를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관계에서의 ‘적당한 거리’를 ‘예의’라고 해석해봅니다. 특히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태도가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추는 것이 사랑을 유지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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