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端이 발현하면 확충, 七情이 발현하면 중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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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端이 발현하면 확충, 七情이 발현하면 중절"
  • 송정로 기자
  • 승인 2024.03.14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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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남기념사업회 송성섭의 〈소남 윤동규 사칠이기설 연구〉, 연민학지에 등재
 이익 성호가 지은 <사칠신편>

 

소남윤동규기념사업회 송성섭 연구실장이 집필한 〈소남 윤동규 사칠이기설 연구〉가 등재지인 연민학지(41집)에 게재되었다.

지난해 12월 ‘소남 서거 250주년 맞이 기념 학술대회’와 8월 계양도서관이 주최한 '길위의 인문학' - 소남 윤동규를 탐구하는 인문학 강좌‘에서 송 실장이 발제한 소남의 사칠이기설 내용을 재정리하여 등재지에 게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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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와 소남의 四七논쟁, 퇴계와 고봉의 논쟁 능가"

성호와 소남, 조선을 뒤흔든 四七 논쟁

소남(邵南)의 사칠이기(四七理氣)설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퇴계와 고봉(기대승)이 벌인 논쟁을 능가하는, 조선 철학 최대의 논쟁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사단칠정(四端七情)과 관련된 철학적 논쟁은 퇴계와 고봉 또는 율곡 사이의 논쟁이 전부라고 여겨져왔다.

사단칠정은 인간의 네 가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과 일곱 가지 감정을 가리키는 유교 용어다. 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 · 수오지심(羞惡之心) · 사양지심(辭讓之心) ·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으로, 각각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의 착한 본성인 덕(德)에서 발로되어 나오는 감정이다. 이에 반해 칠정은 희(喜), 노(怒), 애(愛), 락(樂), 애(哀), 오(惡), 욕(慾)을 말한다.

문제는 사단과 칠정이 리기(理氣)와 연관되면서 발생했다. 기(氣)가 물질이라면, 리(理)는 물질이 그러하게 된 이치다. 퇴계(1501~1570)는 사단은 리의 발현이고, 칠정은 기의 발현이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고봉이 리기가 서로 분리되는 문제를 지적하자, 퇴계는 그 지적을 받아들여 “사단은 리가 발현하여 기가 그것을 따른 것이고, 칠정은 기가 발현하여 리가 그것을 탄 것(四端理發而氣隨之, 七情氣發而理乘之)”이라고 견해를 수정했다. 사단과 칠정을 리기 이중의 관점으로 재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율곡은 오히려 기고봉의 논설을 주장했고, 이로 인하여 퇴계의 논설을 주장하는 사람과 율곡의 논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이 그칠 날이 없었다. 이에 소남의 스승인 이익 성호(1681~1763)가 학자들의 학술이 어긋나게 되는 것을 걱정하여 <사칠신편>(四七新編)을 지었다.

 

사단칠정도
사단칠정도

 

소남의 사칠이기설은 성호의 <사칠신편>(1715)에서 시작된다. <사칠신편>과 이를 수정한 <중발> 등에 대해 소남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면서 정립되었다. 논쟁과 입장 개진은 성호 사후 소남과 이로(耳老) 신후담, 정산(貞山) 이병휴 등과 20년에 걸쳐 지속되었다.

성호는 맹자와 예기, 예운(禮運) 등을 취하여 <사칠신편>을 지었는데, 퇴계의 글과 다름이 없었다고 여겼다. 그런데 성호가 이로의 견해를 받아들여 사단과 칠정이 모두 리발기수(理發氣隨)라며 리(理)쪽으로 치우친 견해를 밝혔다. 또 칠정은 리발(理發) 위에 다시 한 층의 묘맥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형기(形氣)의 발현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맹자의 기뻐함[喜]과 순(舜)왕의 성냄[怒] 등은 리발에 귀속시켰다. 이른바 1741년 신유년의 「중발(重跋)」이다.

성호는 소남에게 「중발」에 대한 자문을 구하였다. 소남은 여기에서 사사로운 자기가 간여하지 않고, 어떤 일을 만나 문득 발현하는 것은 리발이 아니라 기발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리발에 대해 성호와 다른 정의를 내렸다. “성인의 기쁨과 노여움은 사물에 매이지, 마음에 매이지 않는다[聖人之喜怒係於物而不係於心]”는 것이다. 또한 맹자의 기뻐함[喜]과 순의 성냄[怒] 등과 같이 사사로운 자기가 간여하지 않은 정감의 발현을 리발에 귀속시킬 수 없다고 하였이다. 성호가 「중발」에서 말한 묘맥에 대해서도 반대하였다.

성호와 소남의 차이를 단적으로 말하면, 소남은 공(公)하게 하는 것은 리(理)이 지, 공(公)이 곧 리(理)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덕(四德-사단)은 인심의 고유(固有)에 뿌리하고, 지각이 감응함에 따라서 드러날 때, 그 고유에 말미암아 발하여 가는 것을 사단이라고 하지만, 지각이 다만 일의 곡방(曲方)에 따를 때, 지각이 고유(固有)에 말미암지 않고 발현하는 것을 인심이라 하고, 칠정이라 한다는 것이다.

소남은 그리하여, 사단이 발현하면 확충해야 하고, 칠정이 발현하면 그 중절(中節-절도있게 부합시킴)을 얻는 공부가 으뜸이 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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