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군 영길과 성례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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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일군 영길과 성례의 사랑 이야기
  • 최원영
  • 승인 2024.03.04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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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의 책갈피] 제146화

 

“피붙이 하나 없는 고아였던 자신을 사랑해준 아내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다. 모두들 죽을 거라고 했지만 말을 못 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 진성례 씨(46)를 사랑의 기적으로 살려낸 남편 하영길(50) 씨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십여 년 전에 KBS TV의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사연이 그동안 무심하게 살아온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다음은 이 방송내용을 잘 정리한 정길환 씨의 글입니다.

 

죽어서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영길 씨는 365일 아내 곁을 떠나지 않고 극진히 간호했고, 결국 그의 사랑은 기적을 불렀다. 병간호한 지 8년이 지나, 아내는 눈 깜박임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을 보인 것이다. 그는 오늘도 트럭 운전석 뒤 탱크로리에 아내를 태우고 일터로 나간다. 누워있는 아내를 위해 죽을 끓이고 욕창이라도 생길까 봐 수시로 몸을 갈아 눕히길 그치지 않는다.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이 쉽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힘이 뿜어내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방송 내내 펼쳐져 눈시울을 뜨겁게 달구었다.

영길 씨의 호적은 보육원에서 올려줬고 탯줄도 보육원에서 떼어줬다고 한다. 고아에다가 가진 것 하나 없는 그에게 어느 날 천사 같은 성례가 나타났다. 성례의 부모님은 나에게 딸을 줄 수 없다고 반대를 하셨다고 한다.

“이해합니다. 부모 형제 하나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제게 귀한 딸자식을 내줄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저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성례와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결혼, 승낙해주십시오.”

이렇게 두 사람은 어렵게 결혼을 어렵게 허락받았다.

외롭게 살아온 그에게 가족이 생겨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는 택시 운전을 하고 아내는 부업을 하면서 알뜰살뜰 열심히 살았다. 1984년에 큰아들 청룡이 태어났다. 그는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남자였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서 그는 택시 운전이 끝나면 고물을 주우러 다녔다.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면 잠을 못 자는 것도 문제가 안 됐다.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아내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고, 따뜻한 밥을 해놓고 그를 기다리는 따뜻한 여자였다.

그러던 1997년 6월이었다. 새벽녘 집에 들어오던 길에 아내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한순간의 사고로 아내는 식물인간이 되어버렸지만, 모든 것을 잃어도 그는 아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도 아내를 포기하라고 했다. 장모님은 아내의 수술마저도 반대하셨다.

“성례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제 뼈를 갈아 먹여서라도 반드시 성례를 살릴 겁니다.”

아내를 살리기 위해 스물여섯 군데의 병원을 다녔다. 최신의학기술이지만 검증되지 않아서 아내를 실험 삼아 맡아보겠다는 병원도 있었다.

“우리 집사람은 당신들 실험용이 아니야! 당신들 눈엔 식물인간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한텐 이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아내란 말이야!”

6년의 세월이 흘러도 아내는 병원에 누워있었고 365일 하루도 그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했다. 병원비를 대느라 은행 잔고는 바닥이 났다. 아내의 병간호에만 매달리느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들은 방황했다. 둘째 아들 성룡이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기도 했다.

“엄마 깨어났는데 네가 잘못돼 있으면 내가 너희 엄마를 어떻게 보겠어?”

아내는 몸이 정지된 사람이라 목에 호흡기를 달았는데, 3년이 지나면서 호흡기를 뗐다가 대줬다가 하면서 그는 아내가 스스로 호흡하는 연습을 시켰다. 기계로 가래를 빼주고 소변도 받아냈다. 병원에서는 아내가 입으로 먹지 못하니까 위에 구멍을 내자고 했지만, 그는 아내에게 조금씩 입으로 먹는 연습을 시켰다.

2000년, 드디어 아내는 입으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2002년, 그는 아내가 한 번이라도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하루에도 오백 번씩 재밌는 얘기를 하고 웃기는 표정을 지어 봐도 아내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광대 복장을 하고 아내 앞에서 재밌는 표정을 지어보던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드디어 아내가 손가락을 까딱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성례 씨는 병원에서 퇴원했고 호흡기도 떼고 입으로 식사를 할 정도로 많은 호전을 보였다. 기적처럼 일어난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느냐는 질문에 활짝 웃으면서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영길 씨는 믿고 있다.

‘생명 다하는 날까지 아내를 지켜줄 것이고, 아내는 반드시 병마를 이기고 일어날 거라고.’

 

맞습니다. 기적이 이루어진 겁니다. 의사도 가족도 모두 포기한 생명을 남편의 극진한 사랑이 살려놓았으니 말입니다. 삶은 곧 사랑이라는 말, 사랑이 행복한 삶을 이끈다는 말, 사람을 살리게 하는 힘은 곧 사랑이라는 말이 이 실화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 지극히 사소한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킬 것입니다. 이런 사랑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고 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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