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겪는 서러움을 누가 알리오?
상태바
장애인이 겪는 서러움을 누가 알리오?
  • 이혜정
  • 승인 2011.04.25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의 날'은 그날 뿐 … 이동권 제약 많고 장애인활동지원도 '말로만'


'420 장애인 차별 철폐 인천공동투쟁단'이 지난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그날 뿐이다.
장애인 보호와 처우 개선에 앞장을 서겠다고 각 기관과 단체 등에서 부르짖지만, 지나고 나면 '허사'이기 십상이다. 
장애인들이 온갖 불편과 사회의 냉대 속에서 서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은 그래서 장애인 차별을 없애라고 외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폈다.

  
'더불어 사는 사회'.
 
우리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지만 주변에는 아직도 소외된 이웃들이 많다. 특히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상생활 전반에서 겪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들에 대한 정책들은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정책 대상자인 장애인들의 삶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장애인 이동권은 '제한적'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대중교통 편의를 위해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설비 부족과 관리부실로 장애인들이 겪는 실제 체감도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인천시는 장애인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해 저상버스와 콜택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2013년까지 편의시설을 더 늘릴 계획이지만, 전체 장애인 수(13만1815명, 2010년 기준)에 비해 교통편은 적고 운영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에 따라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이 의무화하면서 장애물 없는 보행환경조성, 특별교통수단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편의시설 보급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2007년 국토부는 교통약자법에 정해진 저상버스 도입비율을 맞추려고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 5년계획'을 세워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전체 노선버스 가운데 50%를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로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인천시 저상버스 도입비율은 전체버스(1천885대) 중 7.9%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배차 간격이 일반 버스보다 휠씬 길어 1대를 놓치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노선은 한 시간에 1번씩 저상버스가 운행돼 휠체어 장애인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걸 포기하게 만든다.

이뿐만 아니다. 정류소마다 보도의 높낮이가 달라 저상버스 승강램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더구나 운행시간 지연을 이유로 장애인 탑승을 꺼리기도 한다.

지체장애 1급 한모(30)씨는 "많지 않은 저상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운전기사들이 모르는 척 하면서 지나치기 일쑤여서 1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고, 심지어 2시간 가량 기다린 적도 있다"면서 "어떤 기사들은 '사람들이 많이 탔으니까 다음 차를 이용해요', 또는 '다음부터 버스를 탈 때는 미리 전화하고 시간 맞춰서 나와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기도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버스를 타기까지도 고생이지만 수치심과 스트레스 때문에 저상버스를 타기 더 힘들다"면서 "장애인이 탔음에도 버스가 급정거하거나 방지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을 때도 있어 심한 충격을 받아 고생을 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시는 장애인과 노약자 등 교통약자 편의를 위해 저상버스를 구입하는 버스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저상버스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업체들은 구입비와 운영비 등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지역 버스업체들은 국비와 시비 9천870만원을 지원받아 저상버스를 구입하느니 일반버스를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버스업계에 따르면 일반버스 구입가격은 8천만원~9천만원인 반면 저상버스는 2억원으로 2배 이상 높아 부담액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무게가 2.9t 더 나가 연료비도 연간 400만원 가량 더 든다고 한다. 또 고장이 나면 일반차량에 비해 3~8배 많은 수리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핵심부품 일부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기간도 3~6개월 걸린다. 업체들이 저상버스 도입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35대를 도입하기 위해 예산(국비와 시비 5:5 매칭)을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저상버스 도입신청을 한 업체가 없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콜택시 배차시간도 문제다. 이용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 차량이 제일 적고, 이용시간이 없는 오후 2시 이후에 차량이 몰려 있는 점이다. 이로 인해 대기시간 지연에 따른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체장애인 1급 이모(35)씨는 "출근을 하거나 병원에 가려고 일찍 준비를 한다고 해도 콜을 신청하고 보통 2시간 가량을 기다려야 하니 제때 약속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면서 "특히 야간에 이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 2006년부터 장애인콜택시 20대를 도입해 매년 20여대씩 장애인 콜택시를 늘렸다. 현재 112대를 운행하고 있고, 내년까지 150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콜택시 대기시간을 줄이고 친절도를 높이기 위해 운전봉사대원 22명을 확충했다.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1~3급 장애인은 모두 5만2천여명. 시각·청각·지체·뇌병변 등 모든 장애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각 장애인처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가 굳이 필요하지 않아 교통바우처를 지급, 콜택시 대기시간을 줄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간답게 살게 해주세요"

"특별교통수단이 부족한 인천은 저에게는 또 다른 시설에 불과합니다. 활동보조서비스 추가 지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인간답게 살 수가 없습니다."

지체장애 1급 박모(42)씨는 18일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아 10㎞ 이상 떨어진 복지센터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주말 동안 몸이 불편한 아내와 집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박씨는 힘겨운 나들이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일반인에게는 3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보조인과 복지센터 측 도움을 받아 1시간 만에 어렵게 도착했다. 하지만 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 4시간에 불과해 센터에는 2시간 가량 머물 수밖에 없다.

보조인 도움 없는 외출이 거의 불가능한 박씨는 정류장까지 힘겹게 가야하는데다 탑승마저 쉽지 않은 저상버스 이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장애인을 위한 안전벨트와 손잡이 등이 갖춰지지 않은 장애인 콜택시도 박씨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박씨는 "장애인은 점차 늘어날 텐데 보조서비스 시간을 줄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혼자 30분만 있어도 불안하고 무서운데, 활동보조인이 방문하는 시간마저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인천시는 탈시설을 원하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과 중증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접근권, 최소한의 기준도 원칙도 없는 활동보조 서비스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올 10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지자체 추가지원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낳아

오는 10월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활동지원제도로 개편된다. 그러면 현재 지자체가 자체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는 추가시간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어져 장애인들은 추가지원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제정하면서 모법인 장애인복지법 제 55조(활동보조인 서비스 지원)을 개정해 지자체에서 추가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한 3항을 삭제한 바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추진됐던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을 확대·개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인활동 보조사업은 장애인 복지법 '제4장 자립생활 지원'에 근거해 활동보조인을 파견해 서비스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10월부터 시행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지자체에서 자체예산으로 추가지원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더 이상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장애인복지법 제55조(활동보조인 등 서비스 지원)을 개정해 지자체의 추가 서비스 지원(제55조 3항) 관련 법 조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시행을 앞둔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장애등급, 연령 등의 제한을 통해 서비스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지나친 본인부담금 부과  등의 문제로 서비스 대상자인 장애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 활동지원급여량의 제한은 장애인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는 물론 생존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지자체 추가지원 근거 조항을 삭제한 건 정부의 과실"이라며 "장애인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위한 활동지원법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행에 앞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활동지원법 어디에도 근거를 찾을 수 없어 추가 활동지원급여가 제공돼야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더 이상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장애가 중증이거나 독거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는 지자체에서 추가적으로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있었다. 이에 지자체는 자체예산을 통해 최대 120시간까지 최중증 장애인과 독거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이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하기에는 이 시간마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으로 그동안 지자체의 추가지원을 통해 최대 300시간까지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아온 1급 중증장애인들은 앞으로 최대 180시간의 서비스밖에 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