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만 조력발전 경제성 '과대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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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만 조력발전 경제성 '과대포장'
  • 이병기
  • 승인 2011.02.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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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전문가들 "인천만 조력 타당성 없다" 성토


(맨 왼쪽)유승훈 교수는 토론회에서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의 경제성이 과대포장됐다며 일침을 가했다.

취재: 이병기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던 경제적 효과가 과대포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조력발전 R&D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도 인천만 조력발전 사업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아무런 효과 없이 환경만 파괴하는 '최악의 사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단법인 한국해양학회와 인하대학교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는 7일 오후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인천만 조력발전 타당성 검토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조력발전 R&D 연구자로 참여한 이광수 한국해양연구원 박사와 최중기 인하대학교 교수, 이기석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박사, 현정호 한양대학교 교수가 1부 발표에 나섰다. 2부 인천조력 토론회에선 한국해양학회 소속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와 전승수 전남대학교 교수, 홍재상 인하대학교 교수, 이대원 충남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인천만 조력발전 타당성 검토에서 경제성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 지침에 의거해 인천만 조력사업의 경제성을 들여다 보면 문제점이 많다"면서 "한국해양연구원이 제시한 편익비용비 2.13은 과대포장됐으며, 다시 분석할 경우 1(편익비용비가 1보다 큰 투자사업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업성을 부풀리기 위해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실제보다 크게 잡았다는 것이다.


이광수 한국해양연구원 박사가 제시한 인천만 조력발전 경제성 분석 결과

유승훈 교수는 "사업주체측이 기획재정부 지침을 준수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투자사업의 경우 건축공사비나 장비비 등 예비비 10%를 사업비로 포함시켜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해 추후 비용이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토지나 구조물 등 잔존가치(시설의 서비스 수명이 끝난 후에도 남아 있는 가치)를 책정할 때도 현재 평가당시 기준시가를 적용해야 하는데, 한국수력원자력측은 현재 가격이 아닌 향후 가격이 오른다고 판단해 비용을 과도하게 잡았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2010년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갯벌 1핵타르의 훼손비용으로 5400만원을 책정했지만, 인천만 조력 사업자측은 갯벌 가치를 1/2 수준도 안 되는 1핵타르당 2300만원을 책정해 환경비용을 과대포장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시한 이산화탄소 절감편익과 일부 주민들을 경제적 효과로 기만했던 관광수익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유 교수는 "새만금 풍력단지나 태안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의 경우 기획재정부에서 톤당 4원~6원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절감편익을 책정했으나, 인천만 조력에서는 50원으로 나타나 8배가 부풀려졌다"면서 "또 남해안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연간 관광수익이 915억원 정도인데, 이 연구에서는 조력발전소 건설 하나로 연간 1347억원의 관광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또 수자원 댐사업에서 향후 30년간 편익 발생을 따져야 함에도, 인천만 조력은 50년을 가정해 편익 자체가 과다추정됐으며, 서울여대가 분석한 '조건부가치측정법'을 적용해 분석한 연간 경제적 가치 약 4799억원에도 오류가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전승수 전남대학교 교수는 "인천만 조력사업으로 모래 갯벌의 85%가 펄 갯벌로 변하고, 생태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기만의 변화, 나아가 서해의 어떤 변화를 야기할지 두려워하면서 깊숙히 고려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기존 타당성 연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도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나타냈다.

이기석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박사는 "다수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살고 있는 영종도 북단, 강화 남단에 방조제가 건설될 경우 번식지의 훼손 가능성이 높고, 휴식지가 부족해질 수 있다"면서 "또한 서식지가 단절되고 조류 이동이 방해되며, 갯벌 감소로 인한 채식지 규모의 축소와 질 저하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 박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멸종위기 1급인 두루미(19마리, 2009년 기준), 노랑부리백로(123마리), 저어새(373마리)와 멸종위기 2급 큰기러기(131마리), 검은머리갈매기(2004마리), 알락꼬리마도요(4546마리) 등이 인천만 조력 예정지 인근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중기 인하대학교 교수는 "시화호의 사례를 보면 방조제 건설 이후 방조제 내측에 해파리 유생 12억6천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해파리가 대량 발생하고 있다"면서 "인천만 조력이 진행되면 서식환경의 단순화와 기수종 영향 감소로 종 다양성이 감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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