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일가’ 갑질 대부분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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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인하학원 ‘조양호 일가’ 갑질 대부분 사실
  • 이창열 기자
  • 승인 2018.07.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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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부정입학에 딸 커피숍, 수의계약 등…교수회 “관선이사 파견” 요구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가 인하대학교와 재단에서 저지른 갑질행위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인하대학교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인하대 부정 편입학과 정석학원 회계 운영 실태 조사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교육부의 이번 조사에서 그동안 의혹이 제기돼 왔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부정편입학은 사실로 드러났다.

조 사장은 20여년 전 미국 2년제 대학에서 33학점을 이수한 후 1997년 교환학생 자격으로 인하대에서 21학점을 추가로 이수해 이듬해 인하대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인하대의 당시 편입학 모집요강에 따르면, 3학년 편입은 국내외 4년제 대학에서 2년 이상 수료한 사람이나

1998년 2월 수료예정자로서 72학점 이상 취득한 자여야 했다. 하지만, 조 사장이 미국에서 다닌 대학은 2년제 대학으로 편입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조 사장은 2003년 인하대를 졸업해 학사학위를 받을 때에도 필요학점(140학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 다닌 전문대학과 인하대에서 취득한 학점을 모두 더해도 인하대 졸업에 필요한 학점에 턱없이 부족했다.

교육부는 조 사장의 부정편입학 의혹이 불거진 1998년에도 이 사안을 한차례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인하대총장을 비롯해 조 사장 편입학 업무 관련자 9명에 대한 문책을 인하대에 요구했다. 하지만, 인하대는 교무처장 1명에게 경징계 처분(견책)을 했고,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조 사장의 편입학 승인결정과 2003년 수여한 학사학위를 취소하라고 인하대에 통보했다. 또 1998년 당시의 문책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정석인하학원에 ‘기관 경고’를 통보했다.

이른바 ‘조현민 커피숍’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의 조사결과,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씨가 인하대부속병원 지상 1층 커피숍을 지하 1층 평균 임대료보다 더 저렴하게 임대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인하대부속병원은 이에 따라 지난 해 기준으로 임대료 1천900만원과 보증금 3천900만원의 손실을 봤다.

교육부는 이 커피숍의 임대료를 재평가해 다시 정산하도록 했고, 부당하게 맺은 임대차 계약은 해지케할 예정이다. 또 이 사안에 대해 별도로 국세청에 통보했다. 



조양호 이사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우재단이 추천한 35명의 외국인 장학생에게 준 장학금 6억3천590만원을 일우재단이 부담하지 않고, 인하대 교비로 집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양호 이사장 가족 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수의계약으로 여러 특혜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이사장은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31억원에 달하는 학교법인의 빌딩청소·경비용역을 맡겼다. 또 42억원 규모의 인하대부속병원 지하 1층 시설공사 역시 관할청의 허가 없이 특정 업체에 맡겼고, 부속병원이 스스로 소유해야 할 임상시험센터 등을 특정 업체로부터 임차하기도 했다. 병원은 임차료로 112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의료정보 서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물품·용역비 80억원도 수의계약을 통해 특정 업체에 맡겼다.

교육부는 조양호 이사장의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인하대 전 총장 2명과 전·현직 인하대부속병원장 등에 징계조치하도록 재단에 요구했다. 또 특정업체와 수의계약 등을 맺은 사안은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조사의 결과와 처분은 인하대에 통보 후 30일의 재심의 신청기간을 거쳐 확정된다.

한편 인하대 교수와 동문들은 교육부의 이날 감사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진그룹 갑질족벌경영 청산과 인하대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인하대 후문에서 집회를 열고 정석인하학원 이사진 총사퇴와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했다.

김명인(국어교육과) 인하대교수회 의장은 “그동안 조양호 일가의 갑질행태는 알고 있었지만, 정석인하학원에 대해선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학교법인조차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킨 행태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이어 “재단 이사 15명 가운데 13명은 이사장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사태 해결을 위해선 이사들은 전원 사퇴하고, 관선 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준석 인하대총학생회동문협의회장은 “오늘 이후로 조양호 이사장과 조원태 이사의 퇴진운동을 더욱 힘차게 전개할 것”이라며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회의 민주적 구성과 인하대학교를 공익형 사립대로 전환시켜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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