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군번도 없이 잊혀진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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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 군번도 없이 잊혀진 영혼들
  • 최향숙 시민기자
  • 승인 2018.06.0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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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와작법무보존회, 6일 특수임무 유공자를 위한 현충재 봉행



얼굴없는 장병들을 위로하고 천도하는 재를 올리는 현충재가 오는 6월6일 오후 3시 남구 문학동 소재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풍류관에서 봉행된다.

남구 소재 구양사 주지 능화스님(58) 주재로, 범패와작법무보존회가 여는 현충재는 그동안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한 위령제를 비롯, 천안함 및 세월호 희생자, 재일 학도의용군 사망자의 혼을 달래고 천도하는 의식을 치러왔다.

인천시무형문화재 제10-가호 범패(梵唄)와 작법무(作法舞·법을 짓는 춤) 예능보유자 능화 스님과 범패와작법무 보존회는 지난 2003년부터 현충일마다 수봉공원 현충탑에서 호국영령을 위한 ‘명발 바라춤’ ‘사방 법고춤’ ‘도랑계 나비춤’을 추고 있다.

현충재는 올 해로 열 여섯 번째를 맞는다. 지금까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산화한 우국충절 선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도하는 의식으로 작년에는 재일학도의용군을 추모하는 의식을 올렸었다. 올 해는 군번이나 계급도 없이 사라져 간 특수임무유공자를 위한 의식을 봉행하게 된다.

현재 중구 서도회관이 ‘대한민국 특수임무 유공자회 인천지부’ 사무실로 바뀌었는데 이곳에 그동안 묻혀졌던 6.25 참전 용사들 위패가 모셔져 있다. 1층에는 인천상륙작전 때 앞장섰던 켈로부대원 및 북파요원 7532명의 위패가 있다. 그동안 이들은 ‘얼굴없는 장병’으로 계급과 군번은 물론 작전 중 숨져도 시신 인도가 이뤄지지 않는 잊혀진 사람들이었다.

능화스님은 “특수부대 요원들이 없었다면 인천상륙작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목숨 걸고 작전 수행을 성공시킨 이들에게 정부에서 합당한 지위를 인정하고 보상해야 되는데 그동안 소외됐다. 그분들께 우리는 빚을 지고 있기에 종교를 떠나 영혼을 달래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특히 그동안 진행했던 수봉공원 현충탑에서 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으로 장소가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참석할 수 있는 반면에 야외에서 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속수무책이었다. 시설장비를 갖추는데도 많은 예산이 들어가 효율적이지 못해 이번에는 실내에서 진행하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특수유공자들을 위한 의식의 핵심은 ‘관욕’이다. 영혼이 된 분들의 마음자리를 깨끗하게 맑혀 일체업장을 소멸하고 극락정토에 천도하는 경건한 의식이다. 이날 행사는 진리를 만방에 고하는 ‘명발 바라춤’을 시작으로 혼을 불러들이기 위한 정화의식인 ‘도량계 나비춤’, 이들의 애국충절을 사방에 알리는 ‘사방 법고춤’, 호국정신이 만방에 퍼지길 기원하는 ‘천수바라춤’이 90분가량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현충재에서는 남구여성합창단이 공연하며 초혼의식, 남북통일 염원 축원 등이 이어진다.

능화스님은 현충재 봉행이 끝나도 이후 이들 영혼들의 합동 수목장 사업을 연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박영애 시의원의 무궁화나무 기증으로 수목장이 만들어지는데 8천 그루의 기증받은 나무에 7532명의 특수임무 유공자 명패가 걸리게 된다. 고단한 영혼들이 비로소 쉬게 되는 셈이다.

능화 스님이 명맥을 잇는 범패와 작법무는 2002년 인천시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태조 7년(1398년) 인천 강화도 선원사에 있던 팔만대장경을 해인사로 옮기면서 범패를 부르고 작법무로 성대한 의식을 치른 것으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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