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가 하나 둘 씩 안보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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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가 하나 둘 씩 안보이면...
  • 김인자
  • 승인 2016.04.22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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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또 실연당했다

딱 다섯 달 만이다.
차이기대장인 나는 몹시도 사랑했던 사람에게 또 실연당했다.
뻥하고 차였다.
차이고 일주일 만에  또‥차이고‥
다시는 사랑하지않을테다. 절대로 그쪽은 쳐다도 안볼테다. 바라보지도 않을테다. 얼씬도 안할테다. 그랬더랬다.
그리고 나는 많이 아팠다.
실연당한 사람 누구나 그러하듯 집귀신이 되어 일체의 연락을 끊고 그러구 살았다.

그런데‥
바람이 바뀌고 비가 내리면 나는 또 걱정이 되고 보고싶어져서 그쪽을 쳐다보고 그 집앞에 서 있다 그냥 돌아오고 다시 갔다 또 돌아오고‥
맛있는게 생기면 그걸 핑계삼아 찾아다니고 ‥
"이제 ‥고만 가세요. 김선생님이 살고봐야지 ‥아니면 남들처럼 깡이라도 쎄던가‥"했다. 의사선생님이.
그래도 나는 짝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누구나 그러하듯 정신 못차리고 찾아다니고 그것도 모잘라 아파트벤치에서 책읽어드린단 핑계로 만나고‥그랬다.

그러다 며칠 전에 또 한 분이 떠나셨다.
하‥
사랑하면 아프다.
진짜 ‥너무 아프다.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흐르고 머리는 멍하고
하‥
깡다구가 쎄졌나 싶어서 글을 써보는데 아직도 나 ‥먼거 같다.
가서 울고싶으면 할무니 가슴에서 울어라.
놀러가서 초친다 생각말고
웃고 싶음 같이 웃고
울고 싶음 그 품에서 울어라.
같이 우는 할무니 있음 또 같이 울어라.
혼자 숨어서 울지 말고
보는데서 울어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니가 아니라
무서운건 할무니들이다.
동무가 하나 둘 씩 안보이면
무서운건 할무니들이다.
끝내 울음을 삼키는 사람은 당신들이다.
근데 니가 대신 울어주면 널 토닥이면서 속으로 같이 울게다.
또 울어주는 이가 있으니 당신들이 위안이 될게다.
부모가 아니여도 온 맘으로 애도하는 널 보면서 스스로 위안이 될 수도 있으니 당신들 앞에서 울어라.
주책이다 할지라도 그냥 울어라.
당신들 가슴이 다 시원해지도록
울어라.
숨어선 울지마라.
그건 비겁한거다.
사랑하고 아꼈으므로 당당히 할무니 품에서 울어라.
그래서 당신들이 위안이 되도록...

죽을 듯이 아파도 죽은건 아니며
죽을 죄를 진 것 처럼 느껴도 죄가 아니며 온전한 사랑임을 당신들이 아시도록 할무니 품에서 오래사시라
앙탈부리듯 펑펑 울어라.
암튼 숨어서 우는건 배반 배신이다.
비겁한거고 산자들의 최고의 사치는
공감하며 가슴이 울컥거리면
함께 우는거라 믿고 맘껏 울어라.
사랑했으므로 울어라.
인자야,혼자선 울지마라.
나 울고 싶어서
작정하고 울고 싶어서
나 지금 ‥
할머니들 꽃놀이에 따라가고 있다.‥

작년 가을에 페북에 썼던 글이다.
페친이신 한선생님께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바람에 다시 수면에 떠오른 글.
나는 이글을 옮겨 적으며 한참을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내가 찾아뵙던 열 여덟 분의 독거할무니들 중 열 일곱 분이 돌아가셨다.
내사랑 할무니
마지막 열 여덟 번 째 할무니가 한 분 남으셨는데 요즘 감기때문에 많이 힘드시다. 할무니들은 감기도 쉽지않다. 감기도 무섭다. 할무니드리려고 꿀을 넣어 배를 삶고 있다.
울면서 하믄 약발 안 서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이번엔 오래오래 차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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