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빠진 중강새 닭장곁에 가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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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니빠진 중강새 닭장곁에 가지마라"
  • 김인자
  • 승인 2016.03.0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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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앞니빠진 할머니
심계옥할머니 사랑터 가는 날 아침.
오늘은 날은 흐린데 날씨가 봄날 같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심계옥할머니는 사랑터차에 대고 깊숙히 몸을 수구려 절을 하신다.
그리고는 "대장님 나오셨어요?"
하며 요양사선생님에게 배꼽인사를 하신다. 한 손으로는 지팡이를 잡고 한 손은 배꼽에 대고 아주 정중하게 깊숙히 "안녕하십니까?"하며 인사를 하신다.

"어? 박봉남 할머니는요? 오늘 안 오셨어요?"
사랑터차에 젤 먼저 타고 오시는 번호 일 번 박봉남할머니가 안 보이신다.
"앞니가 빠지셔서 결석이세요~"
요양사선생님 말씀.
"앞니가 빠지셨어요?"
"네~ 통닭드시다가 빠지셨대여."
"에고, 그르셨구나아.
원래 앞니는 잘 빠져요.
울 심계옥엄니도 앞니가 잘 빠지세여.
떡 먹다가도 빠지고 옥수수 먹다가도 빠지고 통닭 먹다가도 빠지고 앞니는 잘 빠져여~"
"네~"
"그래도 오시지.
치과가서 만 원만 주면 틀니에 깜쪽같이 부쳐주는데~

혼자서 집에 계시는거 보담 외롭지 않고 좋으실건데."
"그람 좋으신데. 붕어새끼 놀랠까봐 안 오신디야."
"에? 붕어새끼가 놀래여? 왜 놀래여?"
"아니 작가샘이 그것도 몰라여?"
"몰라여 샘, 붕어새끼가 왜 놀래는데여?"
출발하려는 요양사 선생님을 붙잡고   궁금해서 또 물었다.
"하하 그런게 있지요. 안 갈쳐주지.~"
"아아~쌔엠 가르쳐주세요오.  붕어새끼가 왜 놀래는데여어?"
"아, 진짜 몰라여?"
"네 ,몰라여.
우리 어릴때 이 노래 많이 불렀는데~~"
"무슨 노래여?"
"앞니빠진 금강새 시냇가에 가지 마라.붕어새끼 놀랜다~"
가만, 새가 이가 있나? 시냇가에 붕어가 산다고?
아오 머리야~
"김샘 또 분석하고 있지여? 붕어가 어떻게 시냇가에 사나하고?"
"하하 어트게 아셨지이?"
"얼굴이 딱 그래.
샘 어떨 때 보면 아주 진지하거든.
노래예요 노래. 우리 어릴 때 부르던 노래."
"우와 노래예요? 어떻게 불러요?"
앞니빠진 금강새 시냇가에 가지마라~

요양사 이선생님이 한 소절 불러주신다.
그러자 운전대를 잡으신 노선생님이 "시내가 아닐걸?"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니
"아냐?그럼 모지? 참외밭인가?
아리까리하네."
그러자 가만히 앉아 계시던 심계옥할무니 가만가만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신다.
앞ㅡ니빠진 ㅡ중ㅡ강새ㅡㅡ/
우ㅡ물곁ㅡ에 가지마라
붕ㅡ어새ㅡ끼 놀ㅡ랜다
잉어새끼 놀랜다
"우와 심계옥 어르신~대단하시다.
시내가 아니라 우물이었구나아~"
그 말씀을 가만히 듣고 계시던 심계옥 엄니가 또 노래를 부르신다.
처음본다. 울 어메가 노래부르는거.
웃니 빠진 달강새
골방속에 가지마라
빈대한테 뺨 맞을라
벼룩이한테 채일라
"빈대한테?"
너무 재밌어 웃는 내게 요양사샘이 조용하라는 손짓을 보내신다.
쉿~

앞니빠진 중강새
닭장곁에 가지마라
앞닭한테 채일라
수탉한테 채일라
"우와 어르신~~어떻게 그걸 다 기억하세요?"
"어릴 때 ‥많이 불렀지 ‥이제 고만 가여"
노래를 마치신 심계옥할무니 아무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무심히 창밖을 바라다 보신다.
"아쿠 늦었다"
사랑터차가 떠나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나도 노래를 따라해봤다.
앞니빠진 중강새
닭장곁에 가지마라
암탉한테 채일라
수탉한테 채일라



김인자의 그림책을 통한 유쾌한 소통 / 김인자

"이거 나 어릴 때 많이하고 놀던 건데."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긴줄넘기 하는 아이들 옆에 멈춰서서 살가운 눈길을 보내신다.
"아주머니도 한번 뛰고 가셔요."
"아니,내가 뭘 무릎이 아파서 못 혀...... ."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으신다.
못 하겠다 사양하시던 아주머니는 이내 아이들 속으로 들어 오신다. 주저하던 걸음이 큰숨 하나에 폴짝. 이런 오른발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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