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사랑터 신입생할무니
심계옥할무니 사랑터에서 돌아오시는 오후 네 시,
사랑터차가 아파트정문에 들어 선다.
차가 부드럽게 서고 요양사선생님이 차문을 연다. 어, 그런데 차문이 안 열린다.
요양사선생님이 이번엔 창문을 열고 손을 밖으로 빼네서 차문을 열려고 하신다. 그런데 창문도 안 열린다.
재빨리 내가 밖에서 차문을 열었다.
"짠~~~어서오세요 손님~"
차문을 열고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배꼽인사를 했다.
고개도 90'로 깊숙히 숙여서 인사를 하니 차안에 계시던 할무니들이 모두 나를 따라서 배꼽인사를 하신다.
"안냥하세요~~"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시는 할머니들.
꼭 유치원다니는 병아리반 아이들 같다.
귀여우시다.
할무니들이 예뿌게 인사를 하는데 유독 할머니 한 분만이 인사를 하지 않으신다 웃지도 않으시고 입을 꾹 다물고 화가 난 것처럼 앞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앉아계신다.
어저께부터 사랑터에 새로오신 신입생할무니다.
음~보자 울 새내기할머니를 어떻게 웃게 만들어 드릴까?
요양사샘, 미안~~~
요양사샘께 윙크를 하니 무슨 뜻인지 모르실텐데 요양사선생님도 징끗 윙크를 하신다.
"아유우 울 요양사선생님 오늘 옷이 너무 섹시하신거 아녀요? 속이 야시시하게 다 들여다보이네.
아웅~시뻘건 대낮에 이러시면~~~(뽕뽕 뚫린 분홍시스루 그러나 시스루안에는 살색천이 또 덧대어 있다) 저 뿅~가요"
그러자 재치 만점이신 울요양사샘.
"나 이뻐~~~"하시며 엉덩이를 심하게 살랑살랑 좌우로 흔드신다.
"어후 그르케 야시시하게 궁디를 흔드시믄 우리 할머니들 뽕가시는데에~~"
그러자 순재할머니 하시는 말씀.
"뻥가기는 ~어후 똥냄새~~~구리다 구려"인상을 쓰시며 코를 장난스럽게 쥐신다.
그러자 똥? 하시며 새로오신 할무니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시며 활짝 웃으신다.
똥얘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건데 역시 울 할무니들도 아이들이랑 똑같다.
여든 일곱 살, 아흔 세 살, 여든 한 살, 일흔 여섯 살.
할머니들 나이에서 앞에 숫자만 빼면 뒤에 있는 숫자가 딱 울 할무니들 나이다.
일곱 살,세 살, 한 살, 여섯 살 그러고 보니 울 심계옥엄니는 올해 일곱 살이 되었다.
사랑터에 다니신지 이 년이 되신 젤 큰 형님이시다.
"근데 선상님~~~궁데짝을 흔드는데 왜 똥냄새가 안나고 꽃냄새가 나까아~~~"
"그것은 맨날 꽃밭에 살아서 그래요.
할미꽃들하고 진종일 함께 지내면 똥냄새도 꽃냄새로 바뀐다니까~~~"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 김인자 글 문보경 그림
우리 할머니는 비싸요.
우리 할머니는 쇠고기를 좋아하세요.
우리 할머니는 갈치를 좋아하세요.
우리 할머니는 돼지갈비를 좋아하세요.
그런데 이제
우리 할머니는
미음만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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