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4일 이청연 교육감의 1호 공약인 혁신학교 준비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추진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전교조 인천지부는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상생의 정치를 위해 예결위원회에서는 전향적 자세로 관련 예산을 부활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4일 발표하고 5일 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에 나선 박홍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혁신학교가 인천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음에도 준비 예산을 삭감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난해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와 '배움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일반교사들이 연수도 받았다"고 했다.
박 지부장은 또 "혁신학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중대한 문제다. 하다가 안 되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맞지 초장부터 싹을 자른 것은 유감이다. 단발성이 아니라 이어지는 정책이 돼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 열린마음으로 예산을 부활시켰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전교조 인천지부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트레이드 마크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가 있다”며 “점수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의 해독을 치유할 수 있는 방책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입시경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혁하자는 교단 자체적인 정화 노력"이라고 언급했다.
또 “세간의 오해처럼 전교조 교사를 교장으로 만들어 주려고 하는 것도, 전교조 조합원의 해방구를 만들려는 것도 아닌, 오직 학생들의 복지, 참다운 배움, 지식 암기를 넘어 실천 능력을 가진 민주시민을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고 그런 실험의 참신함이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가 시골분교가 다시 본교로 승격이 되고 낙후된 지역이 혁신학교 바람으로 전세 값이 오르는 기현상을 보였던 것이 모두 경기와 서울의 혁신학교들의 성공 사례 중 일부”라고 밝혔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이청연 교육감이 혁신학교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들의 열망으로 당선된 것이라며, “시청과 시의회의 권력이 새누리당 쪽으로 바뀐 것이 인천의 민심의 변화라고 본다면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의 선택에는 인천교육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집단적 의지 또한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또 “이전 6대 의회에서도 보수 교육감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의회가 고교 기숙사 예산 등을 전액 삭감한 바 있지만 전임 나근형 교육감의 학력향상 선도학교나 효교육 등 핵심사업은 나름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해 준 바 있다”고 주장했다.
'미추홀학부모넷'도 5일 논평을 내고 시의회의 혁신학교 준비예산 삭감에 대해 "학부모단체인 미추홀학부모넷은 부모된 심정으로 너무나 실망스럽고, 유감스럽다"고 표명했다.
또 "EBS를 통해 전파되기 시작한 혁신학교는 4년이 지난 지금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만족해하고, 학력면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입식 교육의 압박에서 벗어나 협동하고 더불어 배우며 성장하는 학교문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은 내년부터 인천에 도입할 혁신학교 예비교 12곳에 사업 착수 비용으로 지급할 500만원씩 6,000만원 등 총 2억 4천만원 가량의 예산이다.
전교조 인천지부 측은 “변화를 원하는 집단이 분명히 존재하고 낙후된 지역이 교육만이라도 선진적으로 변화했으면 하고 바라는 지역주민도 있다”며 “혁신학교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삭감은 그러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시와 시의회의 권력을 장악한 새누리당이 포용력 있는 상생의 정치를 보임으로써 인천교육 개혁에 기대를 품고 있는 여러 교육 주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박홍순 전교조 인천지부장은 오는 11일에도 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날은 외부 지역단체에서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2일 오전 10시에는 시의회 본관 앞에서 ‘혁신학교 예산 부활 요청’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