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비정규직, 개항이래 첫 파업 돌입
상태바
인천공항 비정규직, 개항이래 첫 파업 돌입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10.31 16: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노위 조정 이후 쟁의행위의 합법 여부 놓고 논란 재점화되나"
IMG_4594.JPG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노조)는 10월 31일(목) 오전 11시 인천공항 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이번 파업은 2001년 인천공항이 개항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은 11월 1일(금) 오후 1시부터 3시간 동안 여객터미널을 담당하는 환경미화(환경지회)와 시설유지보수(설비지회) 분문의 경고파업부터 시작된다. 경고파업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인천공항공사와 협력업체) 측의 태도와 입장의 변화가 없을 경우 노조는 11월 5일 이후부터 파업이 가능한 사업장 모두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파업을 결행하며 사용자 측에 요구하는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다.

가장 먼저,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하도급계약의 기간이 만료돼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매번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노사갈등이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노조는 업체가 변경될 때 고용승계를 의무화하고 새로 단체협을 체결하기 전까지 기존의 단체협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그리고 노조는 임금 인상과 착취구조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산업평균으로 정교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55.8%인 반면, 노조는 인천공항의 경우 38.3%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별은 교통비 등 수당에서도 나타난다. 정규직의 경우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리무진 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 교통비가 1만8천원 책정되는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인천북부에서 인천공항까지의 시내버스 요금을 기준으로 7천원을 산정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연속 야간 근무로 인해 건강권과 업무능률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규직은 4조3교대제로 연속 야간 근무가 없지만, 비정규직은 연속 이틀동안 야간 근무를 하거나 환경미화 야간조의 경우 매일 야간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2014년 하반기에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노조와 공사가 교대제 개편을 위한 TFT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원청인 공항공사 하청업체와 노조의 합의 사항을 무시하거나,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미적용하고, 비정규직 노조에는 각종 시설 사용을 불허해왔다. 이에 노조는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해줄 것과 시설 사용권 보장, 노조-업체-공사의 상시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노조는 인천공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 위한 대화 테이블을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와 함께 올 3월부터 노조는 하청업체와의 교섭, 인천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신청 등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원만한 해결을 기대하며 인천공항공사 정창수 사장과의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노조는 그럼에도 공항공사와 하청업체들이 대화를 거절하고 노조 파괴를 시도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 역시 불법여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가운데 인천공항공사는 노조 측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시설관리권 하에 있는 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해당시설로부터 즉시 퇴거”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퇴거요청서’를 전달했다. 공항공사는 해당 문서에 항공법 등에 의거, 공항시설을 시위 등의 목적으로 무단 점유하는 행위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며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 측은 노동법상 합법적인 쟁의행위라고 항변하며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인천공항공사 측이 불법으로 간주한 것에 대해 “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격분했다.

또, 인천공항공사와 하청업체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에 맞서서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판정 이후에 행한 파업을 정당하다고 인정해준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합법적인 쟁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IMG_4571.JPG
공공운수노조 이상무 위원장. 이 위원장은 올해 '슈퍼갑'들의 횡포를 지적하는 가운데 인천공항공사를 마름을 앞세운 악덕 지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IMG_4573.JPG
민주노총 인천본부 전재환 본부장. 전 본부장은 인천공항의 공항착륙비용이 타 공항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인천공항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인천공항 민영화를 막는 투쟁과도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IMG_4584.JPG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명선 환경 지회장(오른 쪽)과 한성권 설비지회장(왼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