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운동은 자랑스러운 역사", 자료 DB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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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은 자랑스러운 역사", 자료 DB 구축
  • 강창대 기자
  • 승인 2013.09.1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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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 민주화운동 자료수집 사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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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끓는 피 조국에 바쳐 / 생산을 다했건만 임금은 바닥 / 잔업과 특근 속에 시달린 청춘 / 아무리 발버둥쳐도 살길은 막막 / 동지여! 이제는 투쟁만이 / 우리의 살길이요, 나아갈 길이다. / 아! ○○기계 / 늙은 노동자의 노래 / 우리 승리하리라 / 우리들은 노동자다. / 흔들리지 않게

누군가 유인물 뒷면에 써내려간 글귀다. 누가 쓴 글인지 알 수 없지만 “○○기계 늙은 노동자의 노래”라는 대목에서 글쓴이가 ○○기계라는 곳에서 일했던 노동자일거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근로자의 끓는 피를 조국에 바친다는 첫대목은 근로자를 산업역군, 근로현장을 산업전선 등으로 표현하며 조국 근대화를 지상 명령처럼 떠받들던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본다면 이 글이 작성된 시기는 7, 80년대 무렵 어느 지점이 아닐까. 또, 승리를 염원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글쓴이는 노동쟁의나 노동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인물이었을 것이다.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센터장 조성혜, www.idph.kr, 이하 인권센터)는 개소 이후 인천지역의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위 글이 담긴 종이는 최근까지 수집된 문서자료 사이에서 발견된 것이다. 

누군가는 당시 집회현장에서 사용되었을 법한 걸개그림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림에는 백두산으로 보이는 형상 위로 남녀노소의 모습이 있고, 맨 위에 ‘해방’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깃발이 그려져 있다. 타블로이드 크기의 ‘전국노동자신문 축쇄판’이라 인쇄된 양장본 책자도 눈에 띈다. 축쇄판에는 1989년 12월 20일부터 1992년 12월 17일까지, 우리나라 노동현장과 노동계의 의제 등을 비롯해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인권센터가 인천민주화 역사를 편찬하기 위해 수집하고 있는 사료다. 이를 위해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는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사용됐던 소식지, 유인물, 호소문, 기관지 등과 같은 문헌자료에서부터 사진과 필름, 그림, 대자보, 비디오테잎, 깃발, 머리띠, 현판, 뱃지 등 매우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인권센터 오경종 연구실장은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수집 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천은 부평 4공단과 주안역 일대의 5·6공단, 남동공단 등, 박정희 전대통령의 산업화계획에 따라 많은 공단이 조성됐습니다. 공단들은 경인고속도로와 경인국철을 따라 구로나 영등포 공단까지 이어져 벨트를 형성하고 있죠. 그래서 인천은 전국에서 노동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곳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에서도 중요한 지역으로 꼽힙니다.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수집 사업은 이러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존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를 기억하게 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오경종 연구실장은 장기적으로, 앞으로 수집될 자료를 데이터베니스로 구축해 시민들에게 온라인을 통해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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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에 기증된 걸개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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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현장에서 불렸을 노래 가사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유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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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료의 뒷면에 메모돼 있는 글귀. 당시 노동자들의 절절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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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부터 1992년까지의 기록이 담긴 전국노동자신문 축쇄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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