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히고, 잊혀져가는 한강하구의 나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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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히고, 잊혀져가는 한강하구의 나루들
  • 장정구
  • 승인 2024.05.0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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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 해안을 걷다]
(3) 나루와 잔교
뻘에 파묻힌 동진나루(2024년 4월9일)
뻘에 파묻힌 동진나루(2024년 4월9일)

 

“나무꾼, 교동도 동진나루가 뻘에 파묻혔어요”
섬을 자주 다니는 한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동진나루는 교동읍성이 있는 읍내리 해안에 석모도와 응암 방향으로 있는 나루다. 초입 일부는 콘크리트로 되어 있고 바다 쪽으로 대부분은 성인 남성도 혼자서는 옮기기 힘든 돌들로 가지런하게 쌓은 석축나루다. 동진송객(東津送客), 1899년 <교동군읍지>에는 동진나루에서 손님을 전송하는 풍경을 교동팔경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강화 창후리는 오가는 여객선은 월선포, 어선들은 남산포를 이용하면서 언제부턴가 사용하지 않는 나루였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충분히 배를 댈 수 있을 정도였는데 차츰 뻘이 높아지는 듯하더니 지금은 석축부가 거의 뻘에 파묻혔다. 이제는 빛바랜 안내판이 아니면 나루였음을 알기 어렵게 되었다.

 

동진나루 전경(2023년 4월 9일). 건너편은 석모도이고 중간에 송전탑 있는 곳이 응암(상여바위)이다.
동진나루 전경(2013년 4월 9일). 건너편은 석모도이고 중간에 송전탑 있는 곳이 응암(상여바위)이다.

 

썰물 때 강화대교 위에서 염하 상류를 바라보면 오른쪽 해안으로 선착장 두 개가 나란하다. 둘 모두 강화를 향해 비스듬하게 경사가 졌다. 갑곶나루다. 아래쪽 선착장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길쭉한 뜬부두가 연결되어 있고 배 몇 척이 정박해 있다. 어선은 옛 강화대교 한참 아래에서만 조업할 수 있으니 아마도 군선이리라. 군철책으로 가까이 가 볼 수 없지만 위쪽의 옛 선착장은 돌로 쌓았다고 한다. 성동검문소에서 문수산 산림욕장 방향으로 중간쯤 좁은 길 옆 안내판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경기도 기념물인 갑곶나루 선착장 석축로, 갑곶나루 옛 지도와 함께 한강하구 옛 포구들의 위치가 상세하게 나와 있다.  

 

 

배를 댈 수 있는 접안시설, 즉 선착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때에는 물살이 쌔 수심이 얕아지면 해안에 배를 댈 수가 없었다. 염하를 건너려는 사람들은 물에 빠져 배 있는 데까지 가야 했다. 조선초 이곳으로 유배 왔던 박신(朴信)이 사재를 털어 갑곶나루에 돌로 선착장을 만들었다.

지금의 석축로는 자연석과 함께 육면체로 다듬은 석재들로 되어있는데 남아있는 석축로는 폭12미터, 길이 40미터, 앞면의 깊이 1.2미터라 기록되어 있다. 갑곶나루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병인양요 등 격전의 현장이기도 했다. 강화대교가 개통된 후 갑곶나루는 차츰 잊혀갔다. 지금은 군전용 선착장이 되었다. 

 

덕적도 서포리 선착장. 방파제 기능을 겸하고 썰물 때를 고려해 계단을 설치했다.
덕적도 서포리 선착장. 방파제 기능을 겸하고 썰물 때를 고려해 계단을 설치했다.


나루의 사전적 의미는 강가나 바닷가에서 배를 타는 곳으로 한자로는 진(津), 좀 큰 것을 포(浦), 대규모 나루는 항(港)이다. 일반적으로 나루는 나룻배, 강이나 바다를 건너다니는 도선(渡船)이 오가는 곳을, 포구는 어선 등이 드나드는 길목을 뜻한다. 나루나 포구에는 배를 접안하는 시설, 사람들이 수월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시설들이 있다. 시대별로 차츰 변해왔고 지역별로도 조금 차이가 있다. 부두(埠頭, Wharf), 선착장이라고도 하는데 항구에서 바다 쪽으로 길게 설치해서 배가 정박할 수 있는 곳이다.

예부터 나루나 포구는 배를 대기 좋은 곳에 위치했다. 차츰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배를 접안하기 위해 여러 시설을 만들어졌다. 나무를 이용하여 기둥을 세웠다가 석축을 쌓았다. 석축선착장은 콘크리트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부잔교가 많아졌다. 당시의 기술력과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재료를 이용했다. 물론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 고려했을 것이다. 부잔교의 경우 콘크리트와 철재로 육중하게 만든 것에서부터 간단하게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도 있다. 인천항에는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돌핀이라고 하는 시설도 있다.

 

소이작도 선착장. 여객선에서 내리는 사람들. 서해안 선착장들은 기본적으로 경사가 졌다.
소이작도 선착장. 여객선에서 내리는 사람들. 서해안 선착장들은 기본적으로 경사가 졌다.


우리나라 동해안과 서해안의 선착장에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보통 동해안의 선착장은  평평한 반면 서해안은 비스듬하다. 서해안은 큰 조수간만의 차로 밀물 때와 썰물 때 모두 배를 접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섬들의 선착장은 방파제 기능을 겸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평의 높다란 콘크리트 선착장을 만들고 수직면을 따라 홈계단을 만들었다. 물이 빠졌을 때, 즉 배가 선착장이자 방파제의 한참 아래쪽에 있을 때도 배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항상 일정한 수심 이상이 확보되는 곳까지 연결된 다리, 잔교(棧橋, Landing pier)라는 시설도 있다.

‘부잔교는 어업인을 위한 어항시설로서 목적 외 일반인(관광,낚시 등)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최근 섬 지역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설치비가 저렴하고, 밀물과 썰물에 따라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어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부잔교라는 시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잔교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파도에 따라 일렁이기도 한다. 몇 년 전 강화대교 아래 더리미포구에서 부잔교에 걸린 한강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을 치우다가 포크레인이 전복되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민 등 특별한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거나 눈과 비, 바람 등 기상이 나빠지거나 해가 지면 부잔교 이용이 금지된다.

한나절 교동을 둘러보고 창후리포구에 이르니 갈매기들이 시끄럽다. 어촌뉴딜로 새단장한 창후리포구 앞 깨끗한 부잔교가 덩그러니 갯벌 위에 올라앉아 있다. 부잔교 옆 여객선이 오가던 옛 선착장에서는 어선들이 분주하다.

 

대청도 서진동선착장 부잔교
대청도 서진동선착장 부잔교
소청도선착장 부잔교
소청도선착장 부잔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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