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혀 끝에 맴도는 신이쁜 집사님
상태바
하루 종일 혀 끝에 맴도는 신이쁜 집사님
  • 최정해
  • 승인 2023.05.23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자칼럼]
최정해 /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문학 아카데미 소통의 글쓰기

 

나 기억해요? 오래 전 간석동 교회 같이 다니던 최권사입니다. 코로나가 시작 되기 전 우리는 동네에서 자주 만나 밥을 먹었지요. 그 후로 몇 년이 지났네요. 전화해도 안 받고 소식을 몰라 살던 집에 가 보았어요. 그 곳에 살던 이가 이사 갔다고 해서 관공서에도 가 보았어요. 그런데 개인 정보라 말 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수소문 끝에 아는 언니를 통해 소식 들었어요. 병원 갔다고…….

못 걷는 것도 아니고 밥을 못 먹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어쩌다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가족도, 친구도, 친지도 면회가 안 된다니 안타깝기만 하네요. 보고 싶다고 들어갈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네요.

우리 집 강아지도 집사님이 소개했지요. 함께 살게 된 게 벌써 14년째인데 정이 흠뻑 들었어요. 어딜 가도 함께 가고 적적한 시간에 누구보다 좋은 친구가 되었어요. 그 강아지는 내가 가끔 쓰는 시에도 나오고 우리 가족과 정다운 시간을 갖는데, 집사님과 이렇게 생이별을 하다니... 코로나가 멀쩡한 이들을 갈라놓았어요. 지금은 조금 나아져 마스크 끼고 종종 만나는 이도 있는데 침침한 눈에 긴가민가 누구더라 할 때도 많아요.

집사님!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앞서네요. 손주는 중학생이 되었을 텐데……. 최근에 서 목사님은 은퇴하셨고 사모님은 코로나가 시작되는 해에 돌아가셨어요. 김OO 권사 남편 되시는 원 장로님도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교인은 많이 줄었어요. 유전도사님은 다른 교회로 가신 지 오래됐고, 이OO 집사님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았지만 옆 동네 구역장 하시던 방권사은 교회를 떠났어요. 우리 구역 꽃순이 집사님은 여전히 살림이 팍팍한지 교회에서 너무 가끔 보는 사이가 되었고요.

내가 집사님 소식을 아래층 살던 신권사님께 알려드렸더니 매우 슬픈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자기랑 함께 교회 다닐 때 친한 사이였는데 지금은 2호선이 생긴 남동구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한 번도 못 가 뵈었다고,

집사님 집에서 김치랑 밥만 먹어도 재미있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옛날 앨범 꺼내 보면서 지난 이야기하던 때가 그리워요. 동지 때는 팥죽 끓여 다 같이 웃으면서 먹고 옷이 크면 집사님 주고 작으면 나 주고 하던 그 때가…… 그놈의 바이러스가 우리의 자유를 빼앗아 갔어요. 집사님의 맑은 목소리, 고운 몸매, 음식 솜씨… 다 아까워요.

나이를 먹으니 나도 남편도 몸이 자주 안 좋아 약을 먹을 때가 있어요. 몸이 아프면 세상 변화에도 무감해지고 허무한 마음이 드는데 그럴 때면 마음이 약해져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나는 시나 글을 쓰곤 해요. 아파도 뭔가를 하면 이렇게 잃어버린 사람도 마음으로 찾아 편지를 쓰게 되니 좋은 일인 듯 해요.

집사님, 오늘 제가 쓴 시를 보여드리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어디에 있든 밝게 생각하고 병마는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길 바래요.

 

봄 날씨

                 최정해

 

어제는 봄 오늘은 겨울

봄인가 하면 겨울이다

지금은 도대체 어느 철인가

오늘은 어떤 옷을 걸치고

내일은 또 무얼 입어야 하나

아직 겨울은 가지 않았나

왜 또 왔지?

겨울아 너도 봄꽃 구경을 하고 싶은가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듣고 싶은가

가다 도로 오니 누군가 반가워

눈물 찔끔찔끔 흘리나

봄비라는 이름으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