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쌓은 서각예술의 조형미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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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쌓은 서각예술의 조형미 펼쳐
  • 김경수 기자
  • 승인 2023.04.1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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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정기호 서각가

‘화안갤러리’ 초대로 14일~30일 전시
LA·시카고에서 ‘한국의 얼’ 내건 개인전 ‘주목’

서른이 넘었을 무렵, 이름난 서각가의 전시를 보는 순간 마음에 강렬한 울렁임을 느꼈다. 주저 없이 서각의 대가인 청사(晴斯) 안광석 선생을 찾아가 제자가 된다. 이후 15년을 스승에게 배움을 받으면서 예술세계의 깊이를 알게 됐다. 그렇게 시작한 서각 인생이 올해로 38년째다. 서각가 정기호 화백의 삶이다.

 

#. 열여섯번째 개인전

열여섯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 선생을 구월동 서실 ‘목우서각연구소’에서 만났다. 첫 마디가 이번 전시를 여는 장소 이야기다. 최원복 서예가가 올봄 송월동 동화마을 인근에서 개관한 ‘화안갤러리’에서 자리를 편다.

갤러리 개관 당시 누구보다도 열심히 작업을 도운 그다. 1층에 걸린 조형작품 ‘화안’도 그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서각을 시작하기 전 글씨를 관호 (최원복) 선생에게서 배웠습니다. 저의 스승이시죠. 인연이 무려 40년이 됐네요. 개관전은 선생의 작품을 걸었고, 두 번째 전시로 저를 초대해주셨습니다.” 오는 14일 개막, 30일까지 이어간다.

작품을 늘 준비하고 있는 그다. 글씨가 도드라지는 양각, 반대로 글씨를 안으로 새기는 음각과 음평각, 배경에 무늬를 새기는 조형각 등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글 ‘어울림’을 양각으로 새긴 작품은 6개월정도 걸려 완성했습니다. 판으로 사용한 나무가 열여덟 쪽에 이릅니다. 작품을 시작할 때 우선 전체 판의 규격을 정합니다. 그에 따라 몇 쪽의 나무를 붙여 완성할 지가 정해집니다. 그 다음은 전체적인 디자인을 합니다. 이에 따라 한쪽 한쪽 각을 새긴 뒤 각각을 붙이면 완성입니다.”

때로는 글씨에 색을 올리기도 한다. 단청이기도 하고, 아크릴 물감이기도 하다. 나무결과 옹이를 그대로 살려 어울리는 글씨체를 디자인한 뒤 완성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호 선생의 글씨를 각으로 뜬 작품도 몇 몇 더했습니다.” 두 명인의 서예와 서각 예술이 하나로 결합하는 순간이다.

 

어울림
어울림

 

#. 서각은 재료가 절반

“서각은 재료를 구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게다가 아주 중요합니다. 비중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이죠.”

재료를 준비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구하기 쉬운 것이 나무라고 짚는다. 그럼에도 무수한 나무 중 어떤 나무를 써야하는 지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나무 조직에 따라 변형이 생길 수 있죠. 보통 수분을 빼는 과정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갯벌에 묻는 ‘염적’ 방식을 이용합니다.”

설명에 따르면 3년동안 나무를 갯벌에 묻어놓는다. 이후 다시 3년을 그늘에서 자연 건조시킨다. 끝이 아니다. 이 과정을 한번 더한다. 무려 12년이 지나야 각을 뜰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래전에 나무를 미국에서 사왔습니다. 록키산맥에서 자란 자작나무를 콘테이너로 구입해두었죠.” 1998년쯤이라고 회상한다. 그 나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특별한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하곤 합니다.”

나무가 너무 단단해도 안된다. 물론 약해도 쓸 수가 없다. 나무의 수분함유량이 “12% 정도가 적당하다”고 설명한다.

“최근에는 국내 은행나무를 사용합니다. 자연 건조를 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스팀으로 찌는 건조방식을 거치는데 그도 보통 한달은 필요합니다.”

서각가에게 재료 구입이 절반이라는 이야기가 비로소 이해가 간다.

 

無(무)
無(무)
心善淵(심선연)
心善淵(심선연)

 

#. 해외에 ‘한국의 얼’ 알리기

바로 전 열다섯번째 개인전은 장소가 미국 LA에서였다. 지난해 10월 LA서각협회가 그를 초대, ‘한국의 얼’이라는 타이틀로 ‘LA LEE & LEE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다.

이 기간 LA한국문화원에서는 ‘미주한인서예협회전’을 개최, 역시나 참여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우연히 만들어진 전시는 결코 아니다. 인연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전시를 보러온 LA서각협회 부회장이 미국에도 서각작가가 수십명에 이른다며 교류전을 제안했습니다. 마침 중국 서안각자협회와도 교류전을 하고 있던 차였어요. 한·미·중 교류전이 시작된거죠.”

관계는 계속 확장됐다. 지난 2017년 시카고한인문화회관으로부터 초대전 요청을 받았다. 개인전을 하는 김에 전통예술작가 33인이 함께하는 단체전을 한편 더 벌였다.

“대한민국전통공예협회 부이사장 직을 맡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전통예술 작가들에게 시카고 전시 참여신청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33인과 함께 미국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당시에도 ‘한국의 얼’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죠.”

앞으로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서도 전시를 열어볼 생각이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시카고와 LA전을 했으니 5년후엔 뉴욕에서도 판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파리입니다. 프랑스에서 하는 이유는 병인양요 당시우리 문화재를 가져간 나라잖아요. 한국문화의 진가를 그 나라에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아직까지는 건강이 거뜬합니다.” 다 계획이 있는 서 화백이다.

 

般若心經(반야심경)
般若心經(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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