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성장을 돌보는 ‘문화예술’
상태바
마음 성장을 돌보는 ‘문화예술’
  • 한은혜
  • 승인 2023.03.1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읽기]
한은혜 / 은하수미술관 대표
인천in이 전문가 칼럼 '문화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인천지역 문화지형을 살피고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는 칼럼을 6인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매주 목요일마다 한편씩 이어갑니다. 필진으로는 전영우 인천생각협동조합 이사장, 연창호 검단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이상하 조각가, 김정화 문학평론가, 한은혜 은하수미술관 대표까지 여섯 분이 참여합니다.   

 

시린 코끝이 포근해지는 봄과 함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종알종알 거리며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예쁘다. 특히 막 초등학교를 입학해 첫 학교를 가는 1학년 아이들이 엄마,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는 교문을 들어서며 부러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용기 있는 모습은 첫 설렘이 느껴져서 인지 더욱 웃음이 나게 한다. 봄 하면 떠오르는 자연스럽고도 평온한 이 모습이 최근 몇 년간 참 위태로웠다.

 

코로나19.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고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 질병이 유행한지도 벌써 3년이 넘어 간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학교, 유치원, 아동 센터 등의 공간은 많은 어려운 일을 겪었고 빠르게 변화했다. 유아들은 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낮잠을 자야했고, 초등학생들은 격주 혹은 격일로 학교를 다녔다. 대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이나 과 활동 없이 학기를 비대면으로 마쳤다고도 한다. 각 현장에서 정상화를 위한 다양하고 많은 노력이 있었고 현재는 점차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라고 불려야 할 정도로 생활이 양식이 되어버린 것들도 참 많다. 실내 마스크의 의무착용이 해제되었다지만 등굣길에 마스크를 벗은 어린 아이들을 보기란 참 어렵다. 배운 것도 잘 실천하고 규칙도 잘 지키는 우리 아이들이 3년간 익힌 철저한 마스크 착용 습관을 버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신없이 다양한 변화를 겪고, 새롭게 대안을 마련하고, 적응하다 보니 문득 우리가 만들어놓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 안전망들의 보이지 않던 틈새들이 발견되었다. 그 중 ‘아동돌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부족이 제도와 서비스를 넘어서 지역사회에서 ‘마을’이라는 것의 가치 회복이 필요성과 가족 공동체의 회복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기도 하며, 다양한 영역에서 ‘돌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코로나 19 시대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함께 ‘돌봄’분야에서의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인천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이 ‘예술로 돌봄’이라는 사업을 진행하였으며, 문화예술분야의 사회적경제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협업하여 ‘아동 정서 성장 지원을 위한 사회적 돌봄’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 복지기관, 시교육청, 마을활동단체, 문화예술교육기업 등이 모여 포럼을 열고 신체를 케어하는 돌봄을 넘어서 심리적 안정과 정서적 성장을 지원하는 돌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필자도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을 겪고 있는 아동들의 정서적 돌봄과 급작스런 가정의 돌봄 역할 증가로 피로감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문화예술교육분야의 모씨네협동조합, 심리분야의 미래사회교육협동조합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기반의 돌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약 3년에 걸쳐 300명 이상의 아동에 대한 심리 데이터를 취합하였다.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아동의 정서발달 정도의 차이를 분석하여 코로나 19로 인한 아이들의 정서발달 문제를 확인하였으며 문화예술 돌봄 프로그램 이후 아동의 정서발달에 대한 매우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하며 문화예술을 통해 아동 돌봄에서 아동이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키워나가도록 성장할 수 있음을 정량적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학교와 연계하여 문화예술교육 ‘돌봄’을 확대하겠다는 문화제육관광부의 보도자료를 접했다. 시범 초등학교에서 시행되는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에듀케어를 제공하는 ‘늘봄학교’와 연계해 방과 후 문화예술교육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방과 후 아동을 대상으로 디지털아트, 뮤지컬 등의 문화예술교육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문화예술로 돌봄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온 입장에서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제 돌봄은 더 이상 1차원적인 케어의 영역에서 머무르면 안 되다. 자기 주체성과 회복력을 가진 온전한 하나의 인간으로의 과정을 돕기 위한 ‘돌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인 예술성과 심미성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 올바른 인성, 문제해결능력의 역량을 키우고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어는 문화예술교육의 힘이 ‘돌봄’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 깊게 자리 잡아야 한다.

‘문화예술로 돌봄’이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