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줄이며 따뜻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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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줄이며 따뜻한 겨울
  • 박병상
  • 승인 2023.02.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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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박병상 /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어릴 적 살던 주안은 겨울이면 집집 창마다 어김없이 성에가 앉았다. 가마솥을 걸어놓고 조리와 난방을 겸하는 아궁이와 온돌로 겨울을 견뎠지만, 사실 추웠다. 문단속해도 어딘가 틈으로 차가운 황소바람이 들어온다고 했고 아랫목만 뜨거웠다. 두툼한 이불을 깔아놓은 아랫목에 어머니는 늦게 드실 아버지 저녁밥을 넣었는데, 아랫목을 파고드는 식구의 발길에 밥주발이 넘어지기 일쑤였다.

요즘 어린이와 청년은 집 창에서 성에 보기 어려울 텐데, 겨울이 따뜻해졌다기보다 단열이 예전과 다르기 때문이리라. 아궁이가 사라진 자리에 개별보일러나 지역에서 공급하는 난방 열이 바닥이 골고루 데워 아랫목이 따로 없다. 황소바람도 들어올 틈이 없지만, 오래된 주택이나 아파트는 창틈이 들썩인다. 혹한이 이어지면 냉기가 영락없이 스며든다.

20년 넘어 살던 아파트를 벗어나 새 아파트로 입주하니 개별보일러인데 겨울 관리비가 제법 줄었다. 소음과 먼지를 차단할 뿐 아니라 단열 확실한 창호가 부착되고, 콘크리트 단열이 개선된 효과라고 한다. 북극 냉기를 잡는 제트기류가 느슨해 미국과 유럽에 혹한이 왔을 때, 우리 겨울도 추웠다. 보일러 가동시간을 늘렸는데 천연가스 요금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한데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올겨울 천연가스요금 인상은 세계가 마찬가지다. 전쟁 일으킨 푸틴이 우크라이나 지원하는 서방에 보복한 탓일까? 그런 측면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도 석탄과 석유처럼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오른다. 경제원리에 호응하기보다 투기자본이 개입하기 때문인데, 전쟁이 끝나면 천연가스요금이 내려갈까?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화석연료 소비가 늘어나면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변화로 제트기류가 느슨해지고 기상이변이 혹독해지는데, 단열 부실한 주택에 사는 주민에게 겨울은 춥다. 노약자가 거주하면 난방비 감당이 무척 버겁다. 예년의 두 배 이상 요구하는 고지서를 받은 어린이집이나 공중목욕탕은 운영 포기를 고민하는 모양이다. 무연탄이나 장작을 태울 수 없는 노릇인데,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온돌 모르는 독일은 겨울은 추워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입김이 나오는 집에서 외투를 입고 지내는데, ‘패시브 하우스’가 보급되면서 달라졌다고 전문가는 주장한다. 집안에서 발생하는 열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차단하면서 실외의 열은 최대로 받아들이는 패시브 하우스는 열효율을 90% 이상 개선한다고 덧붙인다. 자재와 설계가 개선되면서 보급이 활발하다는데, 우리는 어떤가?

지난 서울시장은 은평구에 ‘EZ 하우스’를 선보였다. 독일의 사례처럼 열효율을 90% 가깝게 높인 주택단지로 유난히 추웠던 올겨울에 가치를 발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우리나라 최초라 그런지 주택 면적이 좁고, 가구 수가 적었지만 개선돼 확장되지 않아 아쉽다.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을까? 서울뿐 아니라 강원도, 그리고 인천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바다가 좁은 독일은 화력발전소를 도심에 지었다. 민원이 거칠었지만 힘겨운 사회적 합의로 지은 화력발전소는 열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열병합 발전으로 지역 난방열까지 공급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했고, 개선하려 애쓴다. 발전 효율 40% 전후에서 열병합으로 효율을 80%로 높였는데, 90%를 지향한다고 10여 년 전 담당자는 장담했다.

우리나라 제도는 석탄을 열병합 발전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막는다. 기후변화 대책으로 석탄화력발전을 모두 없애기 전이라면 개선할 필요가 있겠는데, 영흥도의 석탄화력발전 시설을 활용하면 당장 인천에 어떤 효과가 생길까?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문가의 간단한 계산은 인천시 전역의 난방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6기의 발전소 중 단 1기에서 발생하는 열의 일부로 가능하다는데, 안타깝게 영흥도의 화력발전소 6기에서 발생하는 열의 거의 60%는 ‘온배수’에 실려 바다에 내보낸다. 덕분에 해양생태계는 교란되고 수온이 오른다.

세계 곳곳에서 실증되는 기후변화는 갈수록 심각해지며 위기를 앞당긴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올겨울은 운이 좋았는데, 내년 이후에 어떤 혹한, 가뭄, 홍수, 태풍이 우리나라를 덮칠까? 매립 해안에 초고층빌딩 세우는데 정신 팔리는 인천시는 어떤 대책을 고민하는가? 천연가스요금 인상을 올 하반기로 미루면 해결될까?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인천시는 미래세대가 안심할 내일을 어떻게 구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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